"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하고, 6개 신규 원전 취소하면 탈원전은 다 끝난 겁니까? 그래도 원전하고 석탄발전소는 늘어나고, 원전 안전 강화 제도는 제자리걸음이고 정치인들은 이제는 더 짓자고 하는데... 에너지 전환이 안 되면 어떻게 미세먼지가 줄겠습니까."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원전산업계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며 '원전 살리기'에 나섰다. 이에 합세한 정치인들은 '미세먼지가 탈원전 탓'이라며 '탈원전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탈원전 시대로 가는 길에 또다시 걸림돌이 놓였다.
탈원전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을 줄여서 재생에너지로 바꿔내는, 에너지전환을 말한다. 에너지전환은 탈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즉, 탈원전, 탈석탄을 의미한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은 대용량, 원거리 집중방식의 원전과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분산의 과정이기도 하다.
20년간 탈핵운동을 벌여왔던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나쁨 수준을 보인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가까운 건물 마저 잘 보이지 않고 있다.ⓒ김철수 기자
양이원영 처장은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다, 미세먼지가 탈원전 탓이다, 그 말로 인해서 이익을 보거나 면죄부를 받는 쪽이 누구냐. 그래서 어떻게 할 건 데 하고 보면,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탓이라고 하면 국내 경유차나 자동차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거다. 석탄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많은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나."
양이원영 처장은 "중국 탓만 하면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노력을 하지 않게 만드는 핑곗거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 비싼 '공기청정기'만 사는 것"이라며 "실내 대기 오염 물질에는 미세먼지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도 있다. 실내 대기 문제는 공기청정기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매연이 너무 심했고, 지금처럼 뿌연 게 아니라 그때는 시커멨다. 수도권은 대기환경개선 특별법까지 만들어 수조원을 비용을 쓰는 등 여러 가지 노력으로 매연이 급속도로 줄어든 것처럼 미세먼지도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처장은 '기상 정체 현상'과 미세먼지의 관계를 주목했다. 그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에 가두어져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충남에 있는 30개의 석탄발전소와 도심에 있는 경유자동차를 비롯한 내연기관차의 미세먼지 배출을 꼽았다.
그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에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며 "기상 정체가 주로 일어나는 11월부터 5월까지는 시즌제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미리 줄여야 기상 정체가 되더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60개의 석탄발전소가 있다. 수도권 바로 밑 충남에 있는 30개 석탄발전소 이것만 잡아도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빠른 석탄발전소 문제를 잡고, 동시에 주거지 인근의 경유자동차 문제를 접근을 해야 한다. 2천여만 대 차 중에 경유차가 약 990만 대다. 990만 대 차량 잡는 것보다 전국에 60여 개 있는 석탄발전소를 절반으로 줄이든지, 발전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게 훨씬 빠르고 쉽다"
정부는 지난해 3~6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가동 중단했다. 그 결과 813톤의 미세먼지를 줄였다고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내엔 2020~2022년 완공 목표로 신서천, 고성하이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새로 건설 중이다. 정부가 2022년까지 추가로 폐쇄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6기로, 결과적으로 현재 총 60기인 석탄화력발전소는 2022년엔 61기로 오히려 1기 더 늘어난다. 신규석탄발전소는 폐쇄되는 노후석탄발전보다 3배 이상 더 설비가 커서 설비용량으로는 훨씬 늘어난다.
원전을 줄여서 석탄 발전이 늘었다는 최근의 일부 주장과 관련해 양이원영 처장은 석탄발전량 증감은 원전이 아니라 가스 발전 증감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발전이 줄어들면 가스 발전이 늘어나고, 석탄발전이 늘어나면 가스발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의 그 많은 가스 발전은 팡팡 놀면서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가동해서 수도권으로 가지고 오지 않냐"면서 "가스 발전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바꿔야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문제가 그나마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양이원영 처장은 20%의 가스 발전 비중과 40%의 석탄 발전 비중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석탄과 가스 발전 비중을 뒤집으면 전기요금이 11%가량 오른다고 한다"며 "이거야말로 공론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11% 올려서 미세먼지양 줄이는 게 얼마나 경제적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때문에 경제 망하다고 하지 않나.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지금이 적기가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그는 경유차량이 도심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유차는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각종 중금속도 다량 배출된다.
"주거지 인근에 미세먼지 약자들이 경유차의 나쁜 먼지와 공기를 들여마신다. 택배차량이 주거지를 저속운행하면서 20~30배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통학차량의 95%가 경유차량이다. 마을버스도 경유차량이다. 배출가스가 버스 안에까지 오염시킨다. 그런데 이런 차량들만이라도 가스차량이나 전기차량으로 전환하도록 정부가 정책을 쓰면 생활주변 미세먼지 농도가 현격히 낮아질거다"
양이원영 처장은 "경유 가격은 낮고 휘발유 값은 높다. 그래서 경유차의 비중이 43%나 되는 것"이라며 "경유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휘발유세를 낮춰서 휘발유가격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유자동차가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 당장이 아니라 최소한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렇게 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제시하고 로드맵만 만들어도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총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송영길 국회의원. 2019.01.11.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뉴시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탈원전 반대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양이원영 처장은 "신한울 3·4호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고 말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한울 3·4호기(3GW)는 경상북도 울진군에 9번째, 10번째 원전으로 총 8조2600억원을 투입해 2023년 12월 준공 예정이었다. 신한울 3·4호기는 현재 부지 조성만 된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신한울 3·4호기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2017년 산업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발전산업 허가를 내줬다. 이에 한수원은 건설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설계용역과 원전에 들어갈 주기기에 대한 사전 제작을 외부에 맡겼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했고,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취소된 6기 원전 중 2기다. 신한울 3·4호기는 계획 단계에서 취소됐고, 착공되기 전 백지화 것이다.
최근 여당 중진 국회의원인 송영길 의원이 신울진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보수 야당 원내대표들이 일제히 환영을 표하며, 신울진 3·4호기 건설 재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이원영 처장은 "송영길 의원이 정말 미세먼지 걱정이 되면, 인천에 있는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를 문을 닫게 하던지 아니면, 지역구 시민들 설득을 해서 원전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인천 앞바다에 원전 들어갈 수 있다. 원전은 2만 5천명이상 인구밀집 지역과 4km만 떨어지면 된다"며 "신한울 3·4호기를 세우면 전기를 송전탑 또 세워서 수도권까지 가지고 와야하지 않나. 300만 명 살고 있는 부산에도 원전이 들어가는데 여기는 왜 못 들어가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신한울 3·4호기가 10조원짜리 사업이다. 절반은 설비업체에, 절반은 건설업체에 돌아간다"며 "원전 핵심부품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독점 공급업체는 두산중공업이고, 원전 건설회사는 현대건설 등 4대강 건설회사들이 주업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이유는 철저하게 '기존 기득권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건설 중인 원전 5기는 이미 수주가 끝났다. 새로운 수주를 해야 원전산업계에게 돈이 도는데 그게 없는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가 되면 신규 수주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돈을 에너지전환에 사용하면 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 실현이 될 거고 더 많은 사람이 이익을 나눌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에 2023년까지 추가로 5기의 신규 원전이 준공·운영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전을 중단한 사례는 월성1호기가 유일하다.
양이원영 처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전반적으로 노후화 돼 있어 언제 멈출 지 알 수가 없다. 월성 3호기 갑자기 멈췄다. 나중에 사후적으로 알지 않나. 원전은 안전 문제때문에 가동률을 보장을 못 한다. 원전 초기에 이용률을 엄청나게 끌어올리고 정비는 제대로 안 해 노후화가 빨리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 전에도 월성 3호기가 갑자기 정지되고 일주일만에 한빛 2호기가 정지됐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과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데 무리해서 가동률을 올리라는 건 원전사고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해외에도 원전 시장이 안 열리고, 먼저 사겠다고 하는 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탈원전 정책을 수립한 적 없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미 원전은 시장에서 경제성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다른 발전원은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원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서, 정부 지원책을 요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양이원영 처장은 그러나 정부가 재생에너지 규제를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들어가는 현장에서 지자체는 100% 주민 동의 받아오라고 하고 환경부, 산림청, 해수부, 농림부 곳곳에서 에너지전환의 현 정부 방향을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다보니 각종 규제와 걸림돌이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풍력이나 태양광을 반대하는 현장을 가보면, 결사반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실제 피해가 발생하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적절한 대안이 나오면 오히려 협력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주민들 중에는 상생방안을 직접 고민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하게 풍력발전과 함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하는 분들도 있다. 원전 온배수 피해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아픔을 받았던 주민들이다. 그 분들이 풍력 발전소 문제는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거다. 그래서 주민 2천여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특별지원금으로 바다양식장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소수 특정 지역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산과 논, 집, 도시, 바다에도 들어갈 수 있다. 양이원영 처장은 "모든 부처가 관련되고 모든 국민들이 다 관련이 돼 있다"며 "협력해서 같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지만 없다"면서, "현장에서의 그 아우성들을 해결해 줄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사회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아니 되옵니다'하면서 '원전, 석탄 쇄국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는 거의 수출 산업인데, 세계적인 표준에 맞추고 시장에서 경쟁하고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만 고립된 섬인 갈라파고스로 남을 것이냐."
고희철·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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