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싱크탱크’라는 허울 속에 숨어 있는 미국 내 대북 강경매파와 보수 언론들이 또 ‘북한 불신’을 내세우며 방해 공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가 과거와 비슷해 이제는 언론으로부터도 그 속셈에 관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미 알려진 미사일기지를 마치 새로 발견된 것인 양 ‘싱크탱크’가 보고서를 내면 미 보수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해 ‘북한 불신’을 조장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려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미 NBC 방송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한 번도 존재를 알린 적이 없는 평안북도 신오리 지역에 새로운 미사일 비밀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고서에 실린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과 내용을 근거로 이 비밀 미사일기지는 비무장지대(DMZ)로부터 북쪽으로 약 209km 떨어져 있으며, 북한 노동미사일 등이 배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비밀 미사일기지 본부, 미사일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 훈련장, 숙소 등을 위성사진에 표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2월 12일 첫 시험발사한 최신예 북극성 2호(KN-15) 개발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오리 기지와 이 기지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과 일본 열도 대부분에 대한 핵이나 재래식 탄두를 이용한 전술 선제 타격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언급도 가미했다.
하지만 CSIS의 이날 보고서나 이를 인용한 NBC 방송이 언급한 북한 신오리 비밀(?) 미사일기지는 이미 한국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된 기존 북한의 대표적인 미사일기지이다.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본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돼 왔던 북한 제3제대(사단급) 제97분소가 운용하는 신오리 미사일기지다.
북한이 보유한 노동미사일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지 중의 하나가 평안북도 신정군 신오리에 위치한 이른바 ‘신오리 미사일기지’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 미사일기지는 위치나 존재가 군사기밀에도 속하지 않을 만큼 다 알려진 시설이다.
이런 공개된 사실을 최근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비밀 미사일기지인 것처럼 싱크탱크가 보고서를 내고 미 보수 언론이 확대하는 수법이다.
보고서에서 새롭게 발견했다는 증거로 사용된 비밀 미사일기지 주변 인공위성 사진도 구글어스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똑같은 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구글어스로 탐색한 북한 ‘신오리 미사일기지’ 일대 위성사진ⓒ구글어스 캡처
대북 강경파 전문가 내세워 ‘북한 비핵화 절대 안한다’ 결론 내는 보수 언론
그렇다면, 왜 미국 보수 싱크탱크와 보수 언론들은 이러한 ‘북한 불신’ 조장을 되풀이할까? 그 답은 바로 NBC 방송 보도 내용에 있다. 이 매체는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다음 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대북 강경파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그들이 밝히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게임을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된 핵 시설들을 파괴한다 해도 운용 역량은 여전히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NBC 방송은 또 익명의 전직 관료를 인용하면서, “나는 미국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면서 “또 다른 정상회담 주사위를 던지겠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reluctant) 결론”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박 정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정부 안팎 양쪽 모두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라는 말로 기사를 끝맺었다.
CSIS는 지난해 11월에도 이미 공개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기지’를 새롭게 발견했다며, 또 이를 뉴욕타임스(NYT)는 ‘거대한 사기를 시사한다’고 확대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본 매체를 포함해 일부 외신에서도 이미 알려진 미사일기지를 확대 보도하는 의도에 관해 질타를 받았다.
철지난 미사일기지 위성사진으로 北위협 과장하는 美싱크탱크와 언론
CSIS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이 최소 13곳에서 20곳의 비밀 미사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북미관계가 대화나 정상화의 기미만 보이면 이를 하나씩 공개하고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수법을 반복하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인 기자도 CSIS가 확보했다는 20개가 넘는 북한 미사일기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CIA나 한국 국방부가 이를 모를 리는 전무하다. 하지만 북미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려는 이들 세력들은 일반적 위성사진을 이용해 서투른 언론플레이를 계속한다. 그들의 분투를 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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