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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6일 수요일

사라진 우리의 말을 찾아서

볼만한 영화 추천 ‘말모이’
‘말모이’가 지난 9일 개봉했다. ‘말모이’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다. 일제강점기 수천 년을 사용한 우리말이 창씨개명(創氏改名)과 황국식민(皇國臣民)화 정책으로 사라져갔다. ‘말모이’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말을 모아 우리말 사전을 만든 또 다른 독립운동가들이었다.
‘말모이’ 현재 판 ‘겨레말큰사전’
까막눈 판수는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조선어학회 심부름꾼으로 일하게 된다. 판수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10년을 모아온 ‘말’을 보곤 “10년 동안 돈을 모아야지, 말을 모아서 뭐해요, 어따쓴다고”라고 한다. 구자영은 그런 판수에게 “말과 글이라는 게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답해준다. 조선어학회는 사투리도 빼놓지 않고 사전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사투리 수집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돕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자, 빼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조갑윤은 ”안되지! 사투리도 엄연한 조선의 말이고 자산인데“라고 주장한다.
조선 전체에 있는 말을 모아서 사전을 만든다. 옛날이야기 혹은 영화로만 존재할 것 같지만 ‘겨레말큰사전’이란 이름으로 현재 판 ‘말모이’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사전은 남·북·해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을 모아서 만든다. 분단된 현실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 ‘말모이’와 같다. 2005년부터 시작된 ‘겨레말큰사전’은 남·북 연구자들이 통일을 대비하여 우리말을 통일하고, 민족어 동질성 회복과 언어 통일 준비라는 국가적·민족적 차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때는 조선이 독립될 줄 알았다. 내가 어리석었다. 30년이 지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너는 아직도 조선이 독립될 것 같으냐? 그게 언제쯤인데?“
”그럴수록 더더욱 말모이를 남겨야 할 것 아닙니까?“
70년을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살아왔다, 통일은 소원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다. 통일은 환상의 단어인 것 같았다. 그러나 작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이 진행될 것이다. 통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의의를 ‘단순한 어휘의 통합과 집대성을 넘어 민족문화 공동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진정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을 그릇인 ‘겨레말큰사전’을 완성할 때이다.
조선어가 금지된 시대
“学校で朝鮮語禁止になっていつか!(학교에서 조선어 금지된 지가 언젠데!)”
판수의 아들 덕수는 경성제일중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국어시간에 일본어를 배우고 학교에서 조선어를 쓰면 매를 맞았다. 학교뿐만 아니고 사회 전체에서 조선어는 금지된 시대였다.
“すみません(죄송합니다)”
“조선 사람이면 ‘죄송합니다’라고 해야지”
“私は朝鮮語が分からないです(저는 조선말 몰라요)”
판수의 딸 순희 또래의 아이가 조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어를 알지 못하고, 우리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깨닫고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은 ‘말모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우리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영화 속의 문제만이 아니다. ‘모국어 습득 방식’이라 칭하면서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제강점기 영화 속에서는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고, 오늘날 현실에서는 ‘영어’를 국어로 배우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대학전공과목에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가 있고, 영어강의를 일정이상 들어야 졸업요건이 충족되는 학교도 있다. 또 사회에 나가려면 토익(TOEIC)은 필수인 나라가 됐다. 토익은 ‘영어 숙달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교육평가위원회가 개발한 시험제도’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지만, 미교육평가위원를 기준으로 우리를 채점하고 학교 졸업, 취업 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제강점기에서는 ‘말은 곧 정신’이라고 칭할 정도로 우리말을 지키고자 함이 분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세계적 시대’를 살아가며 ‘모국어’에 대한 혼동이 일 정도로 일상어에 외래어가 많이 포함되어있고, 말을 한마디 할 때 영어 한두 단어 정도는 우습게 포함하여 말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처럼 뚜렷하게 나타난 적은 없지만, 우리말이 위협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의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때인 것 같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선현희 기자  shh4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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