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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노동당 본부청사 회의실의 단상이 아닌 1층 서재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낭독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평화와 경제건설이 핵심 키워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의 주요 성과를 평가하고, 2019년의 주요 과업을 제시했다. 과거와 달리 노동당 본부청사 회의실의 단상이 아닌 1층 서재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낭독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특별무대를 마련하고 레이저, 드론 등을 동원해 진행한 ‘2019 설맞이 축하무대’와 같은 맥락으로 나름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여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 속에서 이룩한 경제적 성과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북미관계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전반적으로 보면 비핵화 의지를 대내외에 공식화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난해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기초해 신년사가 작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이 회의를 통해 자신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고,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하여’란 결정서를 채택해 당과 국가의 전반 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먼저 새로운 발전설비를 들여와 전력생산 증대에 기여한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100% 자체 기술과 연료, 원료로 운영되는 주체철 생산공정을 확립(산소열법용광로 건설)했다고 선전하는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의 성과를 거론하고, 화학공업·석탄공업·농업·군수산업·과학교육·문화예술 부문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특히, 군수공업 부문에서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평가해 군수공업의 민수공업으로의 전환이 일정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라는 단어를 총 38번 사용했으며, 이중 ‘자립경제’라는 표현을 7번이나 언급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제’를 21번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자력생생에 기초한 자립경제 건설 강조
신년사에서 제시된 올해의 구호는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이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뚫고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해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북한이 ‘인민경제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으로 중요시하는 전력, 석탄공업, 금속 및 화학공업, 교통운수부문, 기계제작 공업부문에서 분발할 것을 강조하고, 농업전선에서의 증산투쟁, 축산업 및 수산 발전, 경공업 현대화·국산화·질제고를 제시해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제시했다.
특히 북한은 ‘경공업 현대화·국산화·질제고’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고 한다. 2011년 조업에 들어간 이 공장은 3년 만에 생산량이 4배로 늘었고, 체육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던 데서 벗어나 북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600여 가지의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공장은 평양에서 과자와 빵 같은 중국산 식료품을 밀어내고 북한 주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자력갱생의 대표적인 공장으로, 북한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모범 공장으로 평가된다. 2016년 1월 이 공장을 시찰한 김정은 위원장은 “중앙과 지방의 식료공장들과 연관부문의 일군들을 참관시키고 따라 배우게 하자”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삼지연군 개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새로운 관광지구 완공을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했다. 삼지연군 개발은 “지방 특색 위주의 균형적 동시발전” 정책에 입각한 것으로 지방도시 개발의 본보기 사업이자 백두산지구 관광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까지 완공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규모 건설역량을 투입하는 한편 여러 차례 건설현장을 직접 찾는 등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사업이다. 북한은 관광인프라 건설과 함께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많은 관광객 유치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산림복구전투 2단계 과업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지난해 북한의 한 관계자는 “산림복구전투 1단계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는 다 심었다”며 “2단계에서는 속성수 중심에서 경제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림분야의 남북협력사업이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김 위원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 정비”와 “농업부문의 사회주의 분배 원칙”을 강조해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를 전 사회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발전에서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며 외국과 교류를 강조해 올해에도 이 분야에서 활발한 대외교류가 예상된다. 신진 인재 양성과 함께 기존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투쟁도 강조했다. 이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내부 기강 확립과 민심 결속을 위해 김정은시대에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고, 실제로 수시로 검열작업 또한 이뤄지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 촉구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지난해를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남북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성과에 기초해 김 위원장은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간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켜야 하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못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다시 거론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남측 민화협 주최로 금강산에서 대규모 민간행사가 열린 것처럼 대북경제제재와 상관없는 개성과 금강산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방북행사의 확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제재예외나 면제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남북 철도연결행사,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개보수 등에 제재 예외 조치를 받은 사례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한편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의 구체적 조치로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에 대한 신년사의 기조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세밑 친서’에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확인, 2차 북미정상회담 제안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지만 대미관계에서는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는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단계적·동시행동원칙’에 따라 협상해 나가겠다는 기존 대미협상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선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이던 조미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다자협상 참여국과 관련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들’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정전협정 당사자’는 중국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중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개시하자는 제안이다. 평화체제 논의와 완전한 비핵화 협상을 동시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의 신뢰성 있는 조치, 상응한 실천행동 등이다. 그러면서 “대화 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자세와 문제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6.12 북·미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새로운 조(북)미관계 수립”을 통해 상호 현안인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자는 것이다.
대화에는 대화, 압박에는 압박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등의 단어를 사용해 대립보다는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유화적 측면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1월 중 북미간 대화 접점 마련이 중요
북한은 지난해 9월이후 정세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철거 등 ‘선제적 조치’에 따라 미국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차례가 넘는 미국의 실무회담 제안에 대해 ‘상응조치’를 거론하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질 않았다.
미국은 북미실무회담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그리고 영변핵시설에 대한 사찰 및 검증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에 대한 검증에는 동의했지만, 영변핵시설에 대한 사찰은 상응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영변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북한은 ‘제재완화’를 요구해왔다. 북한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인도적 지원, 관광 제한 해제, 북한 인력의 해외취업 차단 해제 등을 최소한의 완화조치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일각에서는 핵탄두 및 미사일 반출 등의 실질적 성과가 있어야 제재 완화나 해제가 가능하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내세우는 북한이 현재로서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이 움직인 것만큼 그에 상응해 움직인다는 ‘비례의 법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 트랙 입장을 밝혔지만 무게의 중심은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 있다. 북한은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실무대화보다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영변핵시설 폐기와 일부 추가조치를 매개로 미국의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비핵화 조치의 이행과 제재 완화·해제, 남북관계 진전을 상호 연계해 선순환 시키려는 대남·대외 전략을 담고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지난해 12월 17일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은 확고하고 정세의 역전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움직이는 만큼 자신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이 나오면 그에 앞서 서울 답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019년 한반도 정세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월 노벨평화상 추천시한과 의회 개원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완화, 종전선언 등의 카드를 내세워 북미정상회담에 나설지, 북한이 더 진전된 비핵화 카드를 제시해 대화의 연속성을 이어갈지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현재 분위기로는 북미간에 접점이 마련되어 1월과 2월 사이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월 중으로 북미간에 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다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이 중요해졌고, 공은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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