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사의 박원순 시장 교체희망 여론조사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영선 의원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서울시장 교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박 시장 교체 희망 여론은 57.5%로 과반을 넘었다. 변화 없이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낙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의 주장만 들으면 서울시민들이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 95%, 박원순 연임 반대’
SBS가 설 명절에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보면 박원순 시장의 연임 지지는 37%이고, 다른 인물로의 교체는 57.5%였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박영선 의원의 주장처럼 교체론이 높습니다. 그런데 누가 교체론을 찬성하고 있는지 깊게 살펴봤습니다. (관련 여론조사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지지정당별로 나누어 보니, 민주당 지지자의 61.1%는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찬성했습니다. 인물 교체론 찬성은 35.4%에 그쳤습니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무려 95.7%가 박 시장이 아닌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응답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지지자의 83.2%도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연임 찬성과 반대는 지난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의 58.9%는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의 95.3%는 박 시장의 연임을 반대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투표자는 73.7%, 유승민 후보 투표자는 80.6%가 박원순 시장이 아닌 ‘다른 인물로 교체가 낫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자와 홍준표와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은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박원순 시장의 연임을 반대할까?’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촛불집회 성공의 배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과 자유한국당의 몰락은 ‘촛불집회’였습니다. 서울시는 100만 명이 넘게 모이는 집회 현장에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촛불집회를 지원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홍준표 지지자 입장에서는 만약 서울시장이 박원순이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뚜렷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이 높은 박원순 시장이 또다시 선거에 나온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박원순 시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나와야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원순 교체론, 박영선이 선택한 최악의 선거 전략’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박영선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 ‘박원순 교체론’을 들고 나온 전략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원순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지지자라는 점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설 경우 당연히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결과를 미리 알고 있음에도 마치 여론이 박원순 시장의 교체를 원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민주당 의원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지지자가 박원순을 반대한다는 얘기 자체가 오히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박영선 의원이 선택한 최악의 선거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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