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3 21:46:01 수정 : 2018.03.23 21:52:11
ㆍ구치소 첫날 모습은
헌정 사상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치소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23일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과의 접견에서 수사 및 재판 대응책을 논의하며 이미 검찰 소환조사 때 신문한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0시20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들어온 이 전 대통령은 신원 확인, 신체검사, 휴대품 영치, 미결수용 수의 착용, ‘머그샷(이름표를 들고 키 측정자 옆에 서서 찍는 수용기록부 사진)’ 촬영 등 일반 수용자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 독방에 수감됐다. 독방 면적은 화장실(2.94㎡)을 포함해 13.07㎡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6) 독방(10.08㎡)보다 1평 가까이 넓다. 6.56㎡인 일반 독방의 2배다.
독방에는 TV, 거울, 침구류(이불, 매트리스),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수의 상의 왼쪽 가슴에 적힌 수인 번호 ‘716번’으로 불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처럼 전담 교도관들이 지정돼 이 전 대통령을 담당한다.
이 전 대통령에게 배정된 독방은 구치소 가장 높은 층인 12층에 있다. 현재 해당 층에는 이 전 대통령만 머문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최신식 교정시설로, 최순실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감돼 있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서울구치소에 박 전 대통령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공범들이 수용돼 있는 점, 검찰 조사 및 재판 출석 시 검찰청·법원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을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한 첫 식사는 모닝 빵·잼·두유·양배추 샐러드였다. 점심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멸치볶음 등이, 저녁에는 감자수제비 등이 각각 제공됐다. 식사 후에는 다른 수용자들처럼 직접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했다.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은 2시간 가까이 강훈·피영현 변호사와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지난 14일 소환해 물은 것과 똑같은 내용을 묻는다면 신문에 응하지 않겠지만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라면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전에는 아들 시형씨와 딸 주연씨 등 가족들이 구치소를 찾았으나 면회를 하지 못하고 영치금만 넣고 돌아갔다. 구치소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시형씨가 다스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서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말 맞추기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번 주말까지는 이 전 대통령이 안정을 취하도록 한 뒤 이르면 26일 구속 후 첫 조사를 할 방침이다.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박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들이 구치소를 찾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보완 조사를 거쳐 2차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는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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