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290]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벽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
기사입력: 2018/03/12 [09:1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차례>
1. 2018년 3월 8일 트럼프는 크게 흥분하였다
2. 의문이 풀려 명료해진 몇 가지 장면들
3.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다
4.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인 타결은 무슨 뜻인가?
1. 2018년 3월 8일 트럼프는 크게 흥분하였다
2018년 3월 8일 백악관 상공에는 조각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 검은색 외교관 차량 한 대가 백악관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거기에 타고 있었다.
백악관에 들어간 그들은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과 지나 헤이스펄(Gina C. Haspel) 중앙정보국 부국장을 30분 동안 각각 따로 만났고, 오후 3시부터는 그 네 사람이 함께 30분 동안 만났다.
오후 3시 30분이 되자, 백악관 고위관료 20명이 회의실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2018년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던 정의용 실장으로부터 방북성과를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불과 사흘 전, 방북특사단 수석특사로 평양에 갔던 정의용 실장은 그들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하였다. 조윤제 주미한국대사가 합석하였다.
그런데 방북성과설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오후 4시 15분경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당장 내 집무실로 들어오라. 빨리 만나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긴급호출이 전해진 것이다. 원래 백악관 방문일정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백악관 고위관료들에게 방북성과를 이틀에 걸쳐 충분히 설명하고 그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나서, 방문일정 마지막 날 트럼프 대통령의 접견을 받게 되어 있었으나, 그런 방문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호출로 뒤집어지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고위관료들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하고 있던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에게 설명을 중단하고 즉시 자기 집무실로 오라고 부른 것이야말로 그가 그들의 내방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사진 1>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이 방북특사단 수석특사로 평양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직후 그와 전화통화를 하였던 맥매스터 보좌관으로부터 사전설명을 들었으므로, 정의용 실장이 자기에게 전하려는 방북성과가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었다.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한 <월스트릿저널> 2018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소수의 백악관 고위관료들은 방북특사 두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방북성과를 설명할 것인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의 설명을 직접 듣고 싶었고,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급히 대통령 집무실로 부른 것이다. 긴급호출을 받은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백악관 고위관료들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하다 말고 급히 대통령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익 펜스(Mike R. Pence)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존 케리(John F. Kerry) 비서실장,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 등 고위관료 13명이 대통령 집무실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 15분부터 5시까지 45분 동안 정의용 실장으로부터 방북성과를 들으면서 의문이 나는 점을 그들에게 물었다.
정의용 실장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구두메시지를 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에게 조선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배경이 무엇인가, 방북특사단이 조선에서 관찰한 것이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성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질문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구두메시지의 내용은 전부 공개되지 않았고, 두 가지 내용만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화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이른 시일에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2018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방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았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만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역사적인 타결(historic breakthrough)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역사적인 타결’이라는 말은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증유의 개벽이 일어나게 될 것임을 강하게 예고한다.
(2) 정의용 실장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또 다른 구두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정의용 실장은 백악관 방문을 마친 직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느끼는 특파원들에게 “정상 간에 주고받은 것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 (공개되지 않은 구두메시지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서로 간의 신뢰구축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을 원만히 성사시키기 위해 특별한 사전조치까지 이미 준비해두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도면밀한 회담준비를 엿볼 수 있다.
정의용 실장이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는 놀라운 것이었다. 놀라운 구두메시지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연 흥분하였다. 특히 조미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타결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듣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흥분은 절정에 이르렀다. <월스트릿저널> 2018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흥분이 절정에 이른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의 설명을 도중에 갑자기 끊더니, “알았다. 알았다. 북조선에게 내가 그렇게 한다고 전해달라.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함-옮긴이)에게 ‘예스(yes)’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백악관 각료들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뉴욕타임스> 2018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차분히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건의하면서 “이대로 가면, 위험과 전복(risks and downsides)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의 그런 의견을 물리치며 “내가 한다. 내가 한다(I get it. I get it.)”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즉각 수락하였다고 한다. <뉴시스> 2018년 3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이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곁에 앉은 백악관 고위관료 13명에게 “거봐라. 대화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월스트릿저널> 2018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 서훈 원장, 조윤제 대사는 방북성과설명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각료들의 우려 섞인 의견을 물리치면서, 길게 생각하지 않고 즉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도 믿어지지 않아 자기들끼리 서로 마주보며 어리둥절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다혈질로 소문난 사람이지만, 그처럼 흥분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의 흥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조미정상회담을 다음 달에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자기가 한 발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정의용 실장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난감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이 4월 말에 예정되었으므로,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하고 그 다음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백악관 각료들도 그 의견에 동조하였다. 그 의견을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 5월에 조미정상회담을 하겠다고 결정하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이 방북특사단 수석특사로 임무를 수행하고 서울로 돌아온 직후 그와 전화통화를 하였던 맥매스터 보좌관으로부터 사전설명을 듣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의용 실장을 통해 자기에게 전하려는 제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개최제안을 수락하기로 미리 결심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개최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한 것은 즉흥적인 결정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자신의 결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었다. <사진 2>
트럼프 대통령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는 정의용 실장이 직접 백악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의 결정을 세상에 공개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하였다. 하지만 곁에 앉은 백악관 각료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백악관 기자실을 외국 관리들에게 내줄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실언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정의용 실장, 서훈 원장, 조윤제 대사는 어둠이 깔린 백악관 현관문앞 차량진입로에서 영어로 작성된 짤막한 언론발표문을 읽었고, 취재진과 질의응답도 하지 않은 채 총총히 모습을 감추었다. 정의용 실장이 취재진 앞에서 읽은 언론발표문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한 직후 맥매스터 보좌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백악관 국가안보부문 실무관리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언론발표문이 준비되고 있었던 시간에 뜻밖의 일이 또 벌어졌다. 앞으로 두 달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게 된 것으로 하여 흥분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실로 내려가 출입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면서 한국에서 온 관리들로부터 곧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발언을 흘렸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언론매체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백악관 기자실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던 그가 그날따라 매우 이례적으로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나 정의용 실장의 언론발표를 예고한 것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게 된 것으로 하여 얼마나 흥분하였는지를 말해준다. 대통령이 자기들 앞에 갑자기 나타나 아리송한 예고발언을 남겼을 때,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였다. 그래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 기자가 백악관 기자실 출입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따라가 “중대발표”라는 것이 조미회담에 관한 발표인가 하고 캐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 이상이야. 내 말을 믿어도 돼”라고 대꾸하였다.
2. 의문이 풀려 명료해진 몇 가지 장면들
위에 자세히 서술한 내용은 2018년 3월 8일 오후 백악관에서 5시간 동안 일어났던 극적인 사건이다. 그날 백악관에서 5시간 동안 전개된 극적인 사건들을 살펴보면, 지난 70일 동안 좀처럼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몇 가지 의문이 풀린다. 의문이 풀려 명료해진 장면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앞에서 파탄에 빠져든 미국의 국가안보를 건져낼 회생방도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회생방도가 조미정상회담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제3자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회담의사를 몇 차례 전하였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조미핵대결에서 패배한 패자의 다급한 요청이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요미우리신문> 2018년 3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의용 실장을 통해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 훨씬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루트(유엔통로라는 뜻-옮긴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회담의사를 몇 차례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3자를 통해 그런 제의를 몇 차례 받고서도 일절 응답을 주지 않았다. 패자의 다급한 요청에 묵묵부답하면서 패자를 더 깊은 궁지에 빠뜨려 꼼짝 못하게 만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략을 읽을 수 있다.
오만한 핵제국의 체면까지 슬그머니 내려놓고 몇 차례 회담의사를 전했건만 응답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며 고심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8일 ‘노회한 책사’로 알려진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를 백악관으로 초빙하여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한 조언을 받기까지 하였다. 그 날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세 번째 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키씬저는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였던 극적인 장면들을 그에게 이야기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3>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해 안달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마지막 방도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방도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회담의사를 전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통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응답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타산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방도를 준비하였다.
(1) 이전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방북특사임무를 국정원장에게 각각 맡겼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관례를 따라 국정원장을 방북특사로 보낼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을 방북특사단 수석대표로 임명하였던 것이다. 관례를 뛰어넘어 사정이 그렇게 바뀐 까닭은 백악관의 ‘입김’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백악관은 정의용 실장을 방북특사로 파견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하였다.
정의용 실장은 평소에 문재인-트럼프 전화통화현장에 빠짐없이 배석해왔다. 그래서 그는 문재인-트럼프의 비밀대화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또한 백악관은 맥매스터-정의용 연락통로를 통해 자기 의사를 수시로 청와대에 전하고 있다. 그래서 정의용 실장은 백악관의 의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런 ‘백악관 측근’이 방북특사로 평양에 가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2) 2018년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방도를 실행에 옮겼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에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의사를 담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방북특사단 수석대표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즉석에서 읽어본 다음 “참으로 훌륭한 친서를 보내온 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시였다”고 한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의사가 담겼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측근’을 방북특사단 수석대표로 임명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측근’을 통해 조미정상회담을 또 다시 제의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흥분시킬 놀라운 제안을 마련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악관 측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구두메시지가 바로 그 놀라운 제안이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파탄지경에 빠진 미국의 국가안보를 되살릴 회생방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놀라운 구두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3월 8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과 격정에 사로잡힌 날이었다.
3.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흥분시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메시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놀라운 제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비밀에 쌓인 그 제안이 어떤 것인지 외부에서 알 길이 없지만, 그것을 백악관에 전달한 ‘백악관 측근’은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정의용 실장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방북특사임무를 수행하고 서울에 돌아온 그는 2018년 3월 6일 기자회견 중에 이런 말을 남겼다.
“김 위원장 언급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희가 주목할 만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북관계의 정상화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핵심내용을 집어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방북특사단에게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조미관계정상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놀라운 소식이 전파되자, 전 세계가 흔들렸다. 이제껏 조선은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거부해왔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논의하겠노라는 구두메시지를 정의용 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4>
그런데 그런 놀라움에는 “과연 정말일까?”하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런 의문이 생긴 사람들 가운데는 <조선일보> 특파원도 있었다. 정의용 실장과 함께 방북특사임무를 수행한 서훈 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 그 특파원은 기내에서 서훈 원장과 단독으로 대담한 기사를 2018년 3월 10일부에 실었다. 대담 중에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특파원 -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대북특사단에 말한 ‘비핵화’는 ‘핵동결’이나 ‘핵확산방지’가 아닌, 정말 완전한 비핵화를 말하나?”
국정원장 -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를 약속한 것에 의미를 뒤야 한다.”
특파원 -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나?”
국정원장 - “이런 일을 할 때는 상대의 의지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가 한 말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끄집어내 실천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다른 중대현안들과 함께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선대 수령님들의 유훈’이라고 방북특사단에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청와대는 그 말의 의미를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이라고 해석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기들의 그런 해석을 곧바로 전하였다.
정말 그럴까? 청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한 것일까?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일반상식으로는 이 중대하고 예민한 문제를 해석할 수 없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곧 조선의 핵폐기라는 일반상식의 단순한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진 5>
놀랍게도, 조선과 미국은 이미 25년 전에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너무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라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희미해졌지만, 1993년 6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에 합의하였다.
-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
- 전반적인 담보적용의 공정성 보장을 포함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며 상대방의 자주권을 호상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 조선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
이러한 원칙들에 준하여 조미 쌍방 정부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기초 우에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하였다.”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식적인 합의는 그 뒤에 6자회담으로 이어졌다.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이렇게 명시하였다.
“6자는 6자회담의 목표가 조선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한민국은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또는 배비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위의 인용문이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조선만 비핵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 미국, 한국이 모두 공평하게 비핵화한다는 뜻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더욱 명료하게 서술한 공식문서는 2013년 10월 21일 조선국방위원회가 발표한 대변인 성명이다.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기록되었다.
“미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의미를 똑바로 알고 우리에 대한 모든 고립압살조치를 전면 철회하여야 한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공화국정부가 실현하려는 불변의 정책적 목표이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이 비핵화는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까지 완전히 청산하고 그것을 세계의 비핵화와 이어놓기 위한 평화애호적이며 힘있는 물리적 수단이다.”
위에 인용된 개념설명에 따르면, 조선에서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청산하는 비핵화인 것이다. 이 중대하고 예민한 문제에 대해 2013년 4월 18일 조선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정책국 성명은 이렇게 밝혔다.
“당면하여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인 핵전쟁수단들을 전면적으로 철수하고 재투입 시도를 단념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이 끌어들인 핵전쟁수단들이 철수하는 것으로부터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시작될 수 있고 그것으로 세계의 비핵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4. 조미정상회담의 역사적인 타결은 무슨 뜻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좀 더 분명해졌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이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인 핵전쟁수단들을 전면적으로 철수하는” 것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들, 주일미국군기지들, 괌(Guam)의 군사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조선을 끊임없이 위협해오는 각종 핵전쟁수단들을 전면 철수하면,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무기 생산 및 배치를 중단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이해하면,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개념은 미국이 동아시아작전지대에 배치한 핵우산을 철거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은 핵우산을 철거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모두 폐쇄하고,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의 군사기지에 배치된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 스텔스전투기를 하와이와 알래스카로 모두 철수, 재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물질생산시설, 핵탄두생산시설, 중장거리미사일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전략군을 해산하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동아시아작전지대에 전진배치한 핵우산을 철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고, 조선이 40년 걸려 완성한 국가핵무력을 폐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것이 정상적인 판단이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핵제국이 쇠락하는 장래에 실현될 수 있는 궁극적인 목표이지, 오는 5월에 열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는 현안은 아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른 중대현안들과 함께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도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방북특사단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는 5월에 예정된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하여 논의만 하고, 아무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 합리적인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정안이라는 것은 미국이 핵우산을 부분적으로 철거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국가핵무력을 부분적으로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 6>
나는 미국의 핵우산을 부분적으로 철거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미국이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 중단하고, 전쟁돌격대로 전진배치된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부분적으로 폐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핵동결이 아니라, 명백한 핵폐기다. 나는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부분적으로 폐기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발사, 핵시험, 핵탄두생산을 중단하고, 핵탄두 일부를 폐기하고, 핵물질을 생산하는 녕변핵시설단지를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체계로 복귀시킨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물론 위에 서술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추론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알 수 없지만, 위에 열거한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정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북특사단에게 언급한 ‘역사적인 타결’로 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상호검증을 어떻게 실행하는가 하는 것이다. 검증하려면 전문가들이 현장사찰을 해야 하는데, 군사기지와 핵시설에 대한 외부인의 현장사찰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상호검증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일까?
원래 상호검증이란 신뢰구축의 문제다. 그러므로 가장 확실한 검증장치는 쌍방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관계정상화를 의제로 논의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였던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미관계정상화는 조선과 미국이 정전상태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정안이 실현되고, 조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에 평화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자주통일국가건설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만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정안과 조미관계정상화를 조미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하면, 그것은 4월 말에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동반상승효과를 극대화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벽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명백하게도, 그 위대한 개벽은 우리 민족을 자주통일국가건설로 힘있게 이끌어 갈 것이다.
해솟는 백두산처럼 온 누리에 눈부시게 빛날 위대한 개벽, 우리 민족의 절절한 염원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위대한 개벽을 심장에 아로새긴다는 이 벅찬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은 부풀어 오른다. 올해 진달래 피는 봄이 어김없이 시작되는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벽이 2018년 봄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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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벽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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