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스티븐 호킹의 죽음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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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우주론으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76세로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 세상이 그가 평소 생각했던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21살에 현대의학으로 고칠수 없는 불치병에 걸렸고, 의사에게 2~3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붙잡았고,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의사가 틀렸음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그의 과학적인 주장 몇 가지를 열거해 본다.
핵무기와 지구 온난화, 그리고 바이러스로 인한 유전 돌연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며, 요즘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자가발전을 통해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다시 말하면 과학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 대신 과학자들의 윤리적인 책임성을 얘기한 것이다.
목사로서 반추해보는 그의 발언 두 가지. 그는 중력과 같은 자연 법칙으로 인해 우주는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굳이 신이 있어야만하는 건 아니라고…, 아마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우리가 그간 배워온 신의 개념, 특히 인격신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의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앞으로의 과학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세대를 향해 기독교 신학이 담당해야 할 과제이다.
생각만 바꾸면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있다. 수만 년 동안, 불과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절대 진리로, 그것도 신의 이름으로 믿었고 중세 교회는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사탄의 후예로 여겨 화형에 처했다.
시대에 따라 신의 개념은 변하기 마련이고 또 변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신이 유일 절대라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주장도 없고 이것이야말로 자기 우상일 따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도 이미 공론화를 거쳐 법제화 과정에 있지만, 죽음에 대한 자기 선택권이다.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을 뿐더러 극심한 육체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죽음을 앞둔 고통 속에 있다면 안락사를 시키면서 왜 인간에게서는 이런 혜택을 빼앗느냐고? 그건 일종의 신앙 핍박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가 젊은 나이에 그런 선택을 했다면…, 이라는 가정 질문이 떠오르긴 하지만….
만약 내가 벗어날 수 없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면, 내게 생명을 허락한 신은 의사가 주는 몇 알의 진통제를 먹어가며 삶을 연장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의학은 제한적이다.
태어나 때가 되면 사라지는 것이 모든 자연 생명의 법칙이자 신의 법칙이다. 그리고 윤회든 부활이든 아니면 에너지 상태로 영원히 존재한다고 믿든 그건 자신의 믿음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현대인들은 과도한 죽음 공포와 의학 확신 속에서 살고 있고, 교회는 그런 잘못된 믿음에 기여하고 있다. 예수 잘 믿으면 모든 병이 나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기에….
난 의학적으로 죽음의 선고를 받은 환자들을 심방하면서 서너 번을 제외하고는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를 하지 못했다. 자신이 곧 일어나 병원을 나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겠는가? 그리고 나는 그 분이 얼마있지 않아 죽고나면 왜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자책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곤 30년 전부터 교인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해 자신이 보관하든 아니면 목회실에 내도록 했다. 젊은 사람들은 잘 하는데, 정작 이를 작성해야 할 나이 많은 신도들이 잘 안했다.
나 또한 유언장을 써왔고(때때로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필요에 따라 내용을 바꾸곤 한다) 내 책상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두었다. 누구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조헌정 협동조합 담쟁이 이사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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