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 치사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 붕괴를 위해 국제사회가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북한이 소위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체제 균열과 내부 동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말로 북한 정권에 대한 ‘처벌’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북한 군인 및 주민들에게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다”면서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탈북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치사 후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과 북한 군인들의 탈북을 촉구했다”면서 “대단히 과격하고 위험천만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에서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기념사를 현장에서 들으면서 저는 섬뜩한 부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북한의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즉 “실질적인 대북선전포고”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런 비판에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광주북을 초선)도 가세했다. 최 의원은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장성 출신 인사가 보낸 문자메시지”라며 “다음 수순은 북한이 도발해오게 계속 자극하고 북한이 참지 못하고 도발하면 전쟁이라도 해서 분단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쟁에 준하는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말씀이 거칠어지네요. 탈북을 권유하고 북한과 일전불사하겠다는 태도군요. 앞장서 불안을 조장하는 그 의도가 걱정됩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이런 박 위원장이나 최 의원의 발언은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으로서 의당 할 수 있는 우려로 받아들여 졌다.
하지만 문화일보는 4일 청와대 익명 관계자라는 취재원을 이용, 청와대가 극도로 흥분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즉 이 관계자가 박 위원장이나 최경환 의원의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문화일보의 취재 통화에서 박 위원장의 비판과 관련해 “대북 송금 사건으로 처벌받은 분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할 수 없는 망발을 쏟아냈다”면서 “북한핵 문제에 대해 현역 정치인 중 가장 책임이 있는 분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북한에 송금된 돈으로 만들어진 핵무기 방어를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반대하고,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선전포고라고 하는 박 위원장은 과연 북한에 어떤 큰 약점이 잡힌 것이냐”고 원색적으로 반문했다.
이는 청와대가 박지원 위원장이나 최경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전쟁을 건 것이나 같다. 그래서 이 전쟁에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이 나섰다. 고 대변인은 아예 실명으로 “익명을 빙자한 (우리 당)박지원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공격은 무책임한 정치선동”이라는 논평을 내고 청와대의 자세를 질타했다.
고 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청와대가 익명의 뒤에 숨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백주대낮에 자행된 정치적 선동에 다름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못했다”고 주장하고 “남북한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는 박 대표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통령의 잘못된 언행을 야당 대표가 엄중히 비판한 것을 새겨들어야 할 청와대가 ‘관계자’라는 익명을 앞세워 “박 대표가 북한에 약점이 잡힌 것이냐”고 공격한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하고 ”공당의 대표에 대해 청와대가 밑도 끝도 없이 색깔론을 덧씌우고 인신공격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그 다음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 북한편이라는 청와대의 빈곤한 사고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고 묻고는 “오히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약점을 잡혔 일방적으로 사드를 밀어붙이고, 미르와 우병우 의혹에 대해 감싸기에만 급급한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고 대변인은 “국정 실패와 무능을 덮기 위해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과 야당, 언론에 대한 옥죄기에만 몰두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통렬한 반성과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비판에 직면한 당사자인 박지원 위원장과 최경환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관계자가 저와 최경환 의원의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사 비판에 대해 강력 반발 성토 했습니다”라며 “관계자가 누구입니까? 떳떳하게 실명을 밝히세요”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뒤에 숨지 말고 얼굴을 내 보세요. "박지원,북에 약점 잡혔나" 묻지 말고 그 사실을 정부가 제일 잘 아시겠죠”라며 “사실이면 수사하세요. 비판의 자유를 보장되는 헌법을 우리는 가졌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런 다음 러시아가 일본에 도쿄 훗가이도 사할린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대륙횡단 철도를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언급하며 청와대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그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DJ는 ‘철의 씰크 로드’ 즉 부산 목포에서 기차가 출발 서울 평양 러시아를 횡단 런던 파리까지 가자고 제안, 중국은 중국 대륙 횡단을 요구했고, 당시 푸틴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이었다”면서 “러시아 철도 관계자와 우리 손영래 철도청장께서 두만강을 함께 답사하고 러시아를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만약 남북관계가 좋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얘길하면 또 청와대는 북에 약점 잡혔다 할까요?”라고 비꼬았다.
최경환 의윈도 반발했다. 최 의원도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오늘 아침 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대변이냐?’고 공격했다”면서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어서 그는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를 공격했다.
최 의원은 “지금 북한 핵실험, 사드배치 논란으로 한반도는 최악의 위기 상황,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그런데 상황을 진정시키고 안정시켜야 할 대통령은 반복해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고 군은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것은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발언을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천만한 발언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자중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청와대와 국민의당이 전쟁을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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