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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한강을 템스강· 센강처럼? 유럽 강은 옛 우리 강 변신

한강을 템스강· 센강처럼? 유럽 강은 옛 우리 강 변신

김정욱 2016. 10. 19
조회수 1856 추천수 0
미국과 유럽연합은 댐을 해체하고 재자연화해 자연적으로 흐르도록 해
유럽 겉모습만 따르려 하지 말고 개발이익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 배워야

r3_kissimmeeriver.jpg» 직강화된 키시미 강(갈색 부분)을 구불구불했던 원래의 강으로 복원한 모습. 미국 플로리다 남부의 키시미강 복원 사업은 202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미 육군 공병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럽의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를 본받아 우리나라의 강을 운하로 만들어 부자 나라로 만들어 주겠다는 허황한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도 한강을 “템스 강이나 센 강처럼 만들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의 강과 유럽의 강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유럽 사람들은 대대로 강가에 바짝 붙어 모여 살았다. 적도 지방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여 건기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강이 말랐다가 우기에는 거의 매일 소나기가 쏟아져 강가에는 사람이 살 수가 없다.

그러나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지 않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 중간쯤이어서 비가 여름철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철에도 비나 눈이 내린다. 라인 강은 하상계수(강의 최고 유량과 최저 유량의 비)가 14인데 비하여 미국의 미시시피 강은 119, 낙동강은 372이고 적도지방은 거의 무한대다. 그래서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강가에 마을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수 없는데, 유럽에서는 템스 강이나 센  강가에 아름다운 건물들을 많이 지어 유람선을 타면 이들을 관광할 수 있다.

r3_Steve F-E-Cameron_LONDON-200705.jpg» 영국 템스 강의 런던 구간. 우리나라와는 자연적 여건이 다르다. Steve F-E-Camer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럽의 강들은 예전에 오염이 극도로 심했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은 변소도 없이 살았다. 베르사유 궁전에도 변소가 없는데 일은 건물 안팎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보았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보다 못해 궁전 안의 오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시키고 특별한 곳에서는 일을 보지 못하도록 팻말을 붙였는데 그 팻말이 바로 에티켓이다.

유럽 사람들이 중국을 대단히 깨끗하고 위생적인 나라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일을 보고 난 뒤에는 뒤를 닦고 길거리에는 분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럽게 살다 보니 유럽에서는 전염병이 자주 돌아 인구 절반은 스무 살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 1348년에서 1349년 사이에 페스트가 돌았을 때는 인도 북부에서 아이슬란드에 이르기까지 전 인구의 3분의 1이 죽을 정도였다.

유럽 도시에서는 맹물을 마신다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식사 때 포도주와 맥주를 마신 이유도 오염된 물 대신에 마시기 위한 것이었다. 군대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시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기도 했다.
   
19세기에 들어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수질오염 문제는 더욱 크게 악화하였다. 영국에서 요즘 보는 것과 같은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는데 마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수세식 변소의 보급과 함께 하천에 분뇨가 바로 투입되자 하천은 그야말로 분뇨로 썩은 시궁창이 되어 버렸다.

사람이 한번 빠지면 똥독이 올라 죽는 그런 강이었다. 이로 인하여 많은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었는데, 특히 디프테리아, 연주창(부스럼의 일종), 콜레라를 템스 강의 세 자녀라고 불렀다. 템스 강은 분뇨 냄새가 너무 지독하여 영국의회가 문을 닫을 정도였다.

정선_선유봉.jpg» 한강 선유도 일대의 자연스런 강변 풍경을 그린 정선의 <선유봉>. 중국 사신은 한강의 절경 속에서 하는 뱃놀이를 최고의 환대로 받아들였다.
   
이에 비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강은 예전에 경치가 아름다워 외국 사신들의 관광명소 중의 하나였다. 특히 심하게 오염된 강을 보아 왔던 유럽 사람들은 그 아름답고 깨끗한 한강의 풍경에 감격했다고 한다. 이 한강의 모습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도 전해진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물관리를 모범적으로 잘 해왔다. 대대로 치산치수가 나라의 제일 우선 정책이었고, 물관리를 유역의 차원에서 토지이용과 연계하여서 했다. 평야에 도시를 만든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평야는 농사짓는 곳이었고 마을은 산기슭에 만들었는데, 마을 뒤에는 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숲을 조성했다.

r1.jpg» 경북 예천의 회룡포.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기 전인 2005년 모래강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예천군

마을에는 둠벙을 두어 마을에서 쓴 물이나 비가 땅을 씻은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였고 동시에 수생생물이 살 수 있는 서식처 구실을 하였다. 마을 아래에 농경지가 있는데 가장 하류에 논을 두었다. 논은 사람이 쓰는 땅 중에서는 가장 오염을 완벽하게 걸러주는 토지이용이다.

강에 흘러들기 전에는 마을 숲을 두어 오염을 마지막으로 거를 수 있도록 하였다. 분뇨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곤장을 치는 등 엄한 벌로 다스려 강물은 그냥 마실 수 있도록 관리했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풍광은 아름다웠고 여름이면 한강에 수십만의 인파가 물놀이하고 이 물을 그대로 마셨다.

서울시.JPG» 1960~1970년대 한강 백사장에는 더울 때 하루 수만명이 몰려들어 강수욕을 즐겼다. 서울시
   
그러나 지금은 강을 유럽의 강처럼 만드느라고 예전 강의 개념이 완전히 깨어졌다. 1968∼1974년에 제1차 한강종합개발이 이루어졌고, 88올림픽을 앞두고 1982∼1986년에 제2차 한강종합개발을 했는데, 많은 댐과 더불어 신곡수중보와 잠실 수중보가 건설되었으며 호안이 콘크리트로 정비되고 강은 일정한 수심을 가진 인공수로로 만들었다.

강 양안의 제방 위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들었고 둔치는 체육공원과 자전거 도로와 같은 공원이 되었다. 이때 한강의 경관이 크게 훼손당하였고 문화유적도 사라졌으며 강에 접근하기 어렵게 되었고 강의 폭은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또 유럽의 운하를 본떠서 4대강을 모두 인공수로로 만들어 버렸다. 유럽에는 내륙에 위치해 항구가 없는 나라가 많아 예전에 운하가 물류 수송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트럭과 비행기가 대부분 그 일을 맡아 아르엠디 운하의 거점 도시인 뉘른베르크 항구에는 선박은 보기 힘들고 화물 트럭으로 붐빈다. 경인 운하에 왕래하는 선박이 없는 것과 같은 꼴이다.

r2_Janericloebe _1280px-Hausen_Main-Donau-Kanal_001.jpg» 독일 라인-마인-도나우 운하. 주요 운송 통로의 기능은 잃었다. Janericloeb, 위키미디어 코먼스
 
박근혜 정부는 섬진강까지 포함해서 소위 ‘5대강 사업’이라고 하여 하천변에 친수지구를 개발한다면서 거창한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나 ‘5대강 사업’의 조감도를 보면, 눈을 현란하게 하여 땅값이 오를 기대에 부푼 지역민들의 개발 욕구에 불을 지르는 사업들이다.

유럽을 따르려고 하면, 겉모양을 흉내 낼 것이 아니라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하여 땅 투기꾼들을 근절하는 그런 정신과 제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국민이 아무런 공로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무슨 개발 사업이 하나 뚝 떨어져서 벼락부자가 되기를 기다리는 그런 썩은 풍토를 없애야 한다.

05622353_P_0.JPG» 올여름 폭염 때 낙동강 창녕 함안보 수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녹조로 물든 강물. 창녕/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와 같은 사업들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강들은 크게 훼손되었다. 첫째, 우리나라의 강들은 줄줄이 댐을 건설하는 바람에 물의 흐름이 끊어져 강물이 바다까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

우리 강은 모래톱이 잘 발달한 사행하천이었다. 사행하는 과정에 여울과 웅덩이가 교대로 만들어져 수많은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동시에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강의 모래를 다 파내고 여울을 없애고 직강화하여 모두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또 수변의 습지를 매립하고 호안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다.

댐과 수중보안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오염물질의 퇴적이 일어나 수질오염이 가중되었다. 강의 모래는 수질정화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하는데 강이 깊은 웅덩이로 변하면서 수질정화의 기능을 잃게 되었다.
   
둘째, 강은 횡적으로도 주변 지역과 연결되어야 건강한 하천이다. 수변구역은 강과 육지를 연결해주는 통로 노릇을 하는 곳이다. 빗물이 땅바닥을 씻어 내린 물을 식물이 정화한 뒤 강으로 흘러들도록 하고 또 강의 영양분을 습지의 식물이 흡수하여 물을 정화한다.

수변구역은 습지 생물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육상동물도 이 수변구역을 통하여 강에 접근하여 물을 얻는다. 그런데 수변구역에 체육공원, 자전거 도로, 주차장, 콘크리트 호안 등 온갖 인공적인 시설물이 들어서 강과 육지를 단절시키고 있다.

03594384_P_0.JPG» 독일 이자르 강의 복원 전과 후 모습. 우리나라 강의 모습은 애초 복원 후와 비슷했다. 뭔헨시 누리집

03594358_P_0.JPG» 20세기 초 제방을 쌓아 직선 수로로 바뀌었던 이자르강의 8㎞ 구간이 21년 동안의 복원 사업을 거쳐 자연하천으로 돌아갔다. 백사장과 여울이 되살아난 이자르강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수욕을 즐긴다. 임혜지 박사
  
셋째, 강은 유역 단위로 토지를 잘 관리해야 물관리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전통적인 토지이용 방법이 완전히 사라졌다. 강변에는 음식점, 숙박업소가 들어섰고 그다음은 도로, 도로 위는 건물, 건물 위에는 밭, 밭 위에 논, 논 위에 골프장, 높은 산에는 고랭지 채소밭이 들어섰다.

강 상류 농촌 지역의 도랑은 지역 주민이 쓰레기를 태우고 버리는 곳으로 전락한 곳이 많다. 이런 토지이용으로는 강물을 근본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강은 상류의 지천부터 관리를 잘해서 본류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도시의 지천은 하나 같이 연결이 끊어져 있다. 최상류의 물이 지천으로 흘러들지 않고 하수도로 유입되어 하수처리장으로 빠지는가 하면 하수는 하수관이 잘못 연결되든지 비가 올 때 넘치든지 하여 지천으로 흘러든다.

03195637_P_0.JPG» 자연적인 강의 모습을 간직한 섬진강 모습.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와 침곡리를 잇는 줄배이다. 윤운식 기자

강은 자연적으로 흐르도록 내버려 둘 때 가장 유지 관리가 쉽고 정화가 잘 되며 생물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 물관리를 잘하는 나라들은 물의 흐름을 막는 댐을 원칙적으로 더는 짓지 못하도록 규제할 뿐만 아니라 많은 댐을 해체하고 재자연화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재자연화한 강은 어떤 모습일까? 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여울과 웅덩이가 있고, 모래톱이 있어 주민들이 강수욕을 즐기고, 수변에는 수림대가 조성되어 있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강들의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우리나라가 유럽의 훼손된 강을 뒤따르고 있는 사이 유럽은 아름답던 우리의 옛 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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