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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검찰 셈법, ‘1+1‘이 1도 되고, 3도 되고

단어 하나 틀렸다고 기소, 수치 다 틀려도 불기소
육근성 | 2016-10-17 16:11:0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검찰이 현역 국회의원 33명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다. 기소된 의원 명단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도드라진다. 먼저 양적 불균형. 야당 성향의 의원들 수가 여당 소속 의원들에 비해 두 배나 많다. 두 번째로는 질적 불균형. 야당에서는 중진들이 여럿 포함됐지만, 여당 중진은 한 명도 없다. 세 번째로는 여당 내의 불균형. 친박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단 1명뿐 나머지는 모두 비박계다.

당선가 기소 야당 압도적, 낙선자 기소 여당 많아

이러한 불균형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검찰이 여야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를 적용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불균형이 편파성의 결과라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하나 더하기 하나’의 답이 때론 축소되어 하나가 되고, 어떤 경우엔 부풀려서 셋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민주정치의 보루인 ‘선거공정성’을 흔드는 폭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선자-낙선자 기소 양상에도 여야별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또한 검찰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민주당 16명과 국민의당 4명 등 총 20명의 당선의원을 기소하면서 여당 의원은 11명만 기소했다. 야당 65%, 여당 35% 비율이다. 반면 낙선자에 대한 기소는 딴판이다. 여당 소속이 크게 증가한 반면, 야당 소속은 감소했다.
이 대목을 정리해보자. 당선자 중에는 야당 기소가 많고, 낙선자 중에서는 여당이 많다. 당선을 위해 여당보다 야당이 불법행위를 많이 저질렀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과거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선거부정을 더 많이 범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혹여 검찰의 이중 잣대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닐까? 야당 당선자의 경우 혐의가 있어 보이면 일단 기소로, 여당 당선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 해도 웬만하면 불기소 처분으로 가닥을 잡았던 건 아닐는지.

단어 하나 틀려 기소, 수치 다 틀려도 불기소

기소된 의원들의 혐의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기소 공정성’ 여부를 추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과연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잣대를 여야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했을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유사한 혐의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더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경우, 총선 유세에서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학급학생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구로구의 ‘모든’ 학교의 학생수를 25명으로 줄인 것은 아니다”라며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박 의원을 기소했다. 박 의원 측의 지역구(구로을)은 25명 이하이지만, 구로갑의 경우 25명을 초과한다. 검찰이 야당 중진의원을 ‘모든’이라는 단어 하나를 문제 삼아 재판에 넘긴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은 허위사실유포에 해당하는 혐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김진태 의원이 공약이행 평가 71.4%라는 문자메시지를 9만여 명에게 보냈는데 이 수치는 김 의원 측이 자체 집계한 것일 뿐 실제는 이보다 훨씬 낮다’며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의원을 기소하지 않았다. 단어 하나를 꼬투리 잡아 야당 중진을 기소한 검찰이건만, 송두리째 틀린 수치를 공표한 여당 의원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의 경우 굽네치친 창업자인 부친이 총선 전 지역경로당에 생닭 1만 2천여 마리를 전달해 시민단체로부터 ‘제3자 기부행위’로 고발당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행위를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보고 무혐의 처리했다. 반면, 혐의 내용도 홍 의원의 사례에 비해 경미할뿐더러 선관위의 고발도 없었던 더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검찰로부터 기소처분을 받았다. 이천시장이 30여 명의 산악회원에게 2만원 상당의 쌀을 전달한 행위를 ‘제3자 기부행위’로 본 것이다.

‘요술 부리는 고무줄’

여야 대표에 대한 검찰의 결정은 극과 극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대학병원을 순천에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안에는 ‘순천’이라는 장소를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검찰은 이 대표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미애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잣대는 가혹했다. 검찰은 추 대표가 ‘선거공보에 동부지원 존치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힌 것이 허위사실공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추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존치 부탁’을 ‘존치 약속’으로 표현한 것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더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영화관에서 명함 50장을 돌린 것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당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에 대해서는 사전투표에 탈북자들을 동원해 지지를 호소하고, 쌀과 휴지 등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엄연한데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하철에서 명함을 배포(더민주당은 5장, 검찰은 600장 배포 주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시의회 의장과 주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식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혐의 내용을 살펴볼수록 검찰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뿐이다. 검찰이 이중 잣대를 운용하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야당에게 가혹했지만, 여당에게는 솜방망처럼 부드러웠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인데 여당에게 적용되면 축소되어 ‘하나’로, 야당에게 적용되면 부풀려 셋이 된다. 검찰의 잣대가 늘었다 줄었다 요술을 부리는 고무줄이 아닌 단단한 무쇠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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