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칼럼] 흔들리는 제국주의 : 위기의 미국과 이스라엘
정대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전 유엔 사무국 관리 최종업데이트 2015-10-04 15:27:55
1.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제 70회 유엔총회에서 “새로운 국제관계”(A new type of international relations)를 천명하였다. 중국은 (1)패권(Hegemony)이나 확장(Expansion)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2)크고 힘센 나라나 부자 나라가 작고, 약하고, 가난한 나라를 못살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All nations, big, strong, and rich should not bully the small, weak, and poor). 그리고 중국은 (3)동맹(Alliance)보다는 동반자 관계(Partnership)를 선호한다면서, 승자가 모두를 취한다(Winner takes all)와 같은 이제 낡아버린 사고방식(Outdated mind-set)에서 헤어나야 한다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요구했다. 그는 새로운 대국 관계에 대해서도 중-미 회담에서 설명하였다.
중국의 중앙방송 CCTV의 한 평론가는 이를 ‘정글의 법칙’(The Laws of Jungle)에 의한 국제관계에 비유하며 이제는 이러한 구태에서 벗어나 보다 문명되고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평가했다. 필자가 듣기에는 2차 대전 이 후 미국의 패권정책이나 확장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시진핑이 말하는 “크고, 힘세고, 부자 나라가 작고, 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을 못 살게 굴어 온 것”이 바로 미국과 서방이다. 지금도 이들은 이슬람보다는 기독교를, 아랍국가들보다는 이스라엘을 선호한다. 또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군을 지원하고 훈련시키며 군사적 폭력으로, 국제법은 아랑곳 않고 정글의 법칙 즉, 국제정치의 ‘비천한 현실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시진핑은 “약자도 보호받은 세상”을 얘기하고 있으나 약자로서 미국에 의해 보호받는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중국은 21세기에, 미국의 군사적인 방법과는 대비되는 ‘새로운 실크로드 전략’을 진행하고 있는데 세계는 이를 주목해야 한다. 즉, 중국은 현재 일대일로(一帶 一路) 즉, 해양 실크로드와 대륙 실크로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따라갈 수 없는 세계전략인데 살펴보면 (1)과거 아프리카 횡단철도(앙골라-탄자니아)를 과거에 건설해 준 것을 복구하고, (2)남미 안데스 횡단철도(대서양의 브라질에서-태평양의 페루까지, 장장 5,300Km)가 완성되면 파나마운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3)중국-파키스탄의 경제통로인 횡단철도(중국 신장에서 아라비아해의 과다르항까지 3,000Km)는 중동으로 관통한다, (4)아시아-유럽 대륙횡단 철도(약 6,000Km)가 완성되면 EU와 동북아 경제축이 연결된다.
중국은 이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MOU를 해당 나라들과 체결했다. 대륙 실크로드는 5대양을 있는 해양 실크로드와도 연결된다. 그리고 심지어는 미국의 뒤꼍이라고 할 수 있는 멕시코의 철도 부설을 도와주기로 했다. 미국은 이것을 확장정책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과거의 실크로드를 아무도 확장정책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적인 하나의 경제벨트였고 상호호혜의 진정한 무역로였기 때문이다.
2. 이와 같이 국제환경과 국제정치의 패러다임 변경이 요구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현지시간 9월 30일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대항하여 역사적인 군사 개입을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유엔 창설 70주년 연설에서 “서방은 민주주의라는 미명으로 혁명을 수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의 중동 여러 나라에 대한 정권교체 정책이 이슬람 테러단체들을 양산하고 ISIS와 ISIL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IS를 척결하는 연합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역시 시리아에서 IS를 척결하는 데는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우리의 최근 기억에만 해도, 미국은 한반도의 내전에 개입했고, 베트남 내전에 개입했으며, 9.11을 구실 삼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9.11 이전부터 이 전쟁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함),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제거했으며,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가다피를 제거하고, 현재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며 5년째 시리아에서 불법 개입을 자행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 말하는 악의 축(Axis of Evil)은 시리아와 이란, 그리고 북한이다. 미국은 이란과는 핵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북한을 악의 축, 불량국가,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악평하며 정권의 붕괴와 김정은의 제거를 획책해 왔다. 시진핑의 말대로 미국은 약소국만을 골라서, 그들 자신의 자원 확보, 패권유지, 이스라엘 보호 목적 등으로 중동과 시리아에서 폭력을 휘둘러 온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차에 러시아가 시리아와 아사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러시아가 중동에 개입하는 것이 1989년 아프가니스탄 개입 이후 26년 만이라고 한다. 시리아 내전은 이제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으나 러시아의 목적은 군사적 대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시리아와 아사드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동안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하여 반군을 지원해 왔으며 그들은 과거에도 남미에서도 반군 콘트라(Contra)를 지원했고,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도,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도 친미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지시간 9월 30일 IS를 표적의 명목으로 공중폭격을 개시하였다. 프랑스가 처음으로 시리아를 폭격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라, 아마 러시아가 시리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결단을 위하여 (1)러시아 상원은 러시아 군의 해외작전을 승인했으며, (2)러시아는 국제법에 따라, 또한 시리아 대통령과 정부의 초청에 따라 시리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선언했으며 (3)현재 아사드 정권과 터키의 쿠르드족만이 IS와 싸우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4)미 공군이 전투기를 더 이상 시리아 상공에 띄우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이것은 시리아 내전에서의 획기적인 변화이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초긴장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미국은 이런 사태발전에 따라, 러시아 공군이 IS보다는 미국이 지원하고 훈련시키고 있는 시리아 반군 밀집 지역을 폭격하고 있고, 러시아가 민간인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서방언론을 동원하여 역선전을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시리아에 개입했고 자신들 역시 무차별로 민간인을 희생시켜온 미국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 측은 미국이 개입한 5년 동안 약 30만 명의 시리아인이 사망했으며(미국의 추산은 20만이라고 축소함) 2,300만 명 인구 중 1,10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3. 미국의 시리아 정책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이제 더 이상 아사드 대통령의 제거를 장담할 수가 없게 됐으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의 내적 모순을 심화시켜 모순과 위기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시리아 문제 해결에 아사드를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포함하며 한 발 물러서고 있다.
4. 아프가니스탄 역시 북부에서 최근 탈레반이 쿤두스시(市)를 완전히 점령하였다. 현재 일부를 탈환했다고 하나, 완전 탈환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의 해외 전쟁에서 가장 오래인 14년이 된 아프간 전쟁에서 최근 쿤두스시의 가장 큰 병원을 미 공군이 폭격하여 환자가 침상에서 타 죽고, 국경없는 의사회 직원 등이 죽고 다치는 등 만행을 자행했다. 미국은 이렇게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처하고 있으며 그들의 군사정책의 약점을 만천하에 노정하고 있다.
5. 이라크에서는 이라크대로 러시아와 시리아, 이란과 정보공유 협정을 맺음으로써 미국의 약점을 노출시켜 역시 미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
6. 이란은 최근에 미국과 핵협정을 맺었으나, 시리아와 중동에서 러시아와 공동제휴하고 있으며 최근 시리아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을 정도이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봉쇄가 해제됨에 따라 앞으로 중동대국으로 위상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이스라엘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7.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개입 중 결혼식장 폭격 등으로 민간인 131명을 사살하여 미국의 동맹으로서 신뢰를 잃고 있다.
8. 미국의 동맹 이스라엘은 북방의 안보요충지인 시리아에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을 함으로써 이제 좌불안석이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의 동쪽은 요르단과, 남쪽 역시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와 국경를 공유함으로써 항시 심각한 안보문제가 상존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 이후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의 현상유지와 집단촌 건설 등으로 “두 개의 국가 해결”(Two-State Solution)이라는 정책에는 발전이 없다. 그러나 아바스 수반은 최근 유엔 연설에서 회원국 다수의 승인으로 유엔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팔레스타인 국기를 유엔에 게양하게 되는 성과를 성취하였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부심하는 ‘악의 축’ 중에서 이제 시리아의 국운과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보호받게 되었고,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 자위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셋 중 가장 강력한 이란은 유라시아 한복판에 위치한 전략적 위치상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대통합의 중앙에 위치하여 유라시아 대동단결의 백미요 화룡점이 됐다. 이란의 부상에 이스라엘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국제 경제적으로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유라시아 경제 통로에 이어,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 연합, 브릭스(BRICS) 개발 은행, SCO(상하이협력기구),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등 가지가지다. 핵심은 이 모든 프로젝트들이 동일한 관심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라시아 전역에 걸친 교류와 통합의 완성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전쟁에도 나쁜 전쟁(제국주의 침략전쟁)이 있고 좋은 전쟁(민족해방 전쟁, 약소국 독립 전쟁 등)이 있다. 미국은 약소국만 골라가며 개입하는 나쁜 전쟁의 주역으로 세계의 약소국들을 괴롭히고, 평화를 파괴해 왔다. 또 유엔의 권위와 권능, 제재를 백안시 해 온 이스라엘은 지켜주면서, 그에 비교가 되지 않는 북한을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제재와 억압으로 학대해 왔다. 이것은 대국으로서 위선적이고 불공정하며 정의가 없는 망동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국제정치가 행동(Action)과 반작용(Reaction), 그리고 자극(Stimulus) 과 반응(Response)이며, 도전(Challenge)과 응전(Response)의 연속이라고 할 때, 러시아의 대응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또한 위에서 지적한, 오늘날 중동과 세계 도처에서의 미국의 군사정책의 실패와 위기를 상기할 때, 부상하는 중국과 재기하는 러시아의 영향력과 능력으로 볼 때, 이제 미 제국주의는 세계도처에서 흔들리고 있으며 그들의 정책이 파산에 직면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위기에 봉착했음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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