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화 상태", 개체수 증가를 중성화 수술이 못 따라가…집고양이보다 2배 많아
길고양이 사망률 높고 야생동물 감소, 인수공통전염병 등 문제 산적하지만 정부 손놔
» 저녁 무렵 서울 어느 골목에서든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만큼 개체수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갈등도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사진=박미향 기자 mh@hani.co.kr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난방 배관이 들어오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 그 위에 눕는다. 길고양이라고 다를 리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쫓겨나거나 끼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 지하 온수배관이나 자동차 엔진룸에 기어들어간다.
겨울을 앞두고 길고양이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이(캣맘)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들다가 아파트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여성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부른 이 사건을 계기로 길고양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사실 대도시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길고양이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주민 사이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른 지 오래다.
» 길고양이의 증과과정은 도시와 삶의 변화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저녁에 서울 주택가를 걸어보면 길고양이가 없는 골목이 없을 정도다. 이 문제를 조사해 온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지난 6~8월 서울시 12곳에서 조사한 결과로 추정한 서울의 길고양이 개체수는 최대 20만마리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7만~9만 마리의 2배가 넘는 수다. 밀도는 ㎢당 441마리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대개 길고양이의 수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수만큼 불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를 약 9000만 마리 기르는 미국에서 길고양이는 7300만마리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는 뭘까.
정확한 분석 결과는 없지만 1960~7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 뒤 쓸모가 없어진 집고양이가 방치됐고, 단독주택이 아파트 등 복합주택으로 바뀌면서 버려지는 고양이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쉽게 사고 팔면서 귀여운 아기 고양이 시절이 지나면 털이 많이 빠지거나 치료비가 많이 든다며 내버리는 일도 흔하다. 경기 불황도 고양이 유기를 부추긴다. 이처럼 버려지는 고양이를 농림축산수산부는 연간 2만 마리로 추정한다.
야생화한 고양이는 여건만 되면 해마다 2번 이상 4~6마리의 새끼를 낳는 번식력을 보인다. 그렇지만 길거리 환경은 혹독하다. 먹이, 물, 피난처가 마땅치 않은 곳이 많고 질병, 다른 고양이와의 싸움, 자동차, 사람의 학대 등 위협요인은 끝이 없다. 서울시의 조사에서 전체 길고양이의 37.7%가 5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였음은 번식률 못지않게 사망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캣맘에 대한 불만은 왜 음식쓰레기를 헤집고, 번식기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길고양이를 돌보냐는 것이다. 먹이와 물을 주고 집까지 만들어 주면 동네 길고양이가 다 몰려들지 않겠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규정한 보호 대상이지 퇴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 지자체가 캣맘과 함께 벌이고 있는 티엔아르는 착실히 확대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엔 비중이 너무 작다. 사진은 고양시의 티엔아르용 통덫에 걸린 길고양이. 사진=남종영 기자
정부와 많은 지자체가 채택한 길고양이 대책은 중성화 사업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잡은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것으로 ‘티엔아르(TNR)’라고도 부른다.(■ 관련 기사: 길고양이 여러분, 주민센터 앞에 밥과 물을 준비했어요)
고양이는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동물이다. 어느 지역 길고양이를 제거해도 곧 다른 고양이가 빈 공간을 찾아 들어온다. 이 사업으로 번식력을 제거한 길고양이가 영역을 지킨다면 개체수 증가를 막고, 또 번식기의 소음 등을 줄일 수 있다. 캣맘이 급식장소와 피난처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사업 취지를 주민에게 잘 설명해 소통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티엔아르를 길고양이 70~80% 이상을 대상으로 장기간 실시해야 하는데 우리의 상황은 턱도 없다는 데 있다. 앞서 서울시 조사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아 귀끝을 조금 잘라낸 표식을 한 길고양이는 전체의 11%에 지나지 않았다. 캣맘이 먹이를 주는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왕성한 번식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캣맘의 수는 급속히 늘어 서울에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티엔아르 관리를 한 길고양이는 2008년 처음 시작한 이래 연간5000~6000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서울 강동구가 시민들과 함께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사진=강재훈 기자
수술비 등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다. 농림부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서 잡은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 예산은 2019년 고작 40억원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티엔아르도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길고양이가 잡아먹는 야생동물 피해(■ 관련 기사: 사냥 실패를 위해 고양이 목엔 방울을), 사람에게 전파하는 인수공통전염병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수의사회는 티엔아르에 대해 “승인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 길고양이는 새, 작은 동물, 파충류, 곤충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다.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Jake Berz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좋든 싫든 길고양이는 우리 도시생태계의 일원이 됐다. 해법을 찾을 책임은 그렇게 만든 우리에게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길고양이 사망률 높고 야생동물 감소, 인수공통전염병 등 문제 산적하지만 정부 손놔
» 저녁 무렵 서울 어느 골목에서든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만큼 개체수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갈등도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사진=박미향 기자 mh@hani.co.kr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난방 배관이 들어오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 그 위에 눕는다. 길고양이라고 다를 리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쫓겨나거나 끼어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 지하 온수배관이나 자동차 엔진룸에 기어들어간다.
겨울을 앞두고 길고양이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이(캣맘)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들다가 아파트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여성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부른 이 사건을 계기로 길고양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사실 대도시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길고양이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주민 사이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른 지 오래다.
» 길고양이의 증과과정은 도시와 삶의 변화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저녁에 서울 주택가를 걸어보면 길고양이가 없는 골목이 없을 정도다. 이 문제를 조사해 온 배진선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지난 6~8월 서울시 12곳에서 조사한 결과로 추정한 서울의 길고양이 개체수는 최대 20만마리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7만~9만 마리의 2배가 넘는 수다. 밀도는 ㎢당 441마리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대개 길고양이의 수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수만큼 불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를 약 9000만 마리 기르는 미국에서 길고양이는 7300만마리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는 뭘까.
정확한 분석 결과는 없지만 1960~7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 뒤 쓸모가 없어진 집고양이가 방치됐고, 단독주택이 아파트 등 복합주택으로 바뀌면서 버려지는 고양이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쉽게 사고 팔면서 귀여운 아기 고양이 시절이 지나면 털이 많이 빠지거나 치료비가 많이 든다며 내버리는 일도 흔하다. 경기 불황도 고양이 유기를 부추긴다. 이처럼 버려지는 고양이를 농림축산수산부는 연간 2만 마리로 추정한다.
야생화한 고양이는 여건만 되면 해마다 2번 이상 4~6마리의 새끼를 낳는 번식력을 보인다. 그렇지만 길거리 환경은 혹독하다. 먹이, 물, 피난처가 마땅치 않은 곳이 많고 질병, 다른 고양이와의 싸움, 자동차, 사람의 학대 등 위협요인은 끝이 없다. 서울시의 조사에서 전체 길고양이의 37.7%가 5개월 미만의 새끼 고양이였음은 번식률 못지않게 사망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캣맘에 대한 불만은 왜 음식쓰레기를 헤집고, 번식기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길고양이를 돌보냐는 것이다. 먹이와 물을 주고 집까지 만들어 주면 동네 길고양이가 다 몰려들지 않겠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규정한 보호 대상이지 퇴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 지자체가 캣맘과 함께 벌이고 있는 티엔아르는 착실히 확대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엔 비중이 너무 작다. 사진은 고양시의 티엔아르용 통덫에 걸린 길고양이. 사진=남종영 기자
정부와 많은 지자체가 채택한 길고양이 대책은 중성화 사업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잡은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것으로 ‘티엔아르(TNR)’라고도 부른다.(■ 관련 기사: 길고양이 여러분, 주민센터 앞에 밥과 물을 준비했어요)
고양이는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동물이다. 어느 지역 길고양이를 제거해도 곧 다른 고양이가 빈 공간을 찾아 들어온다. 이 사업으로 번식력을 제거한 길고양이가 영역을 지킨다면 개체수 증가를 막고, 또 번식기의 소음 등을 줄일 수 있다. 캣맘이 급식장소와 피난처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사업 취지를 주민에게 잘 설명해 소통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티엔아르를 길고양이 70~80% 이상을 대상으로 장기간 실시해야 하는데 우리의 상황은 턱도 없다는 데 있다. 앞서 서울시 조사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아 귀끝을 조금 잘라낸 표식을 한 길고양이는 전체의 11%에 지나지 않았다. 캣맘이 먹이를 주는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왕성한 번식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캣맘의 수는 급속히 늘어 서울에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티엔아르 관리를 한 길고양이는 2008년 처음 시작한 이래 연간5000~6000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서울 강동구가 시민들과 함께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사진=강재훈 기자
수술비 등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다. 농림부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서 잡은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 예산은 2019년 고작 40억원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티엔아르도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길고양이가 잡아먹는 야생동물 피해(■ 관련 기사: 사냥 실패를 위해 고양이 목엔 방울을), 사람에게 전파하는 인수공통전염병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수의사회는 티엔아르에 대해 “승인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 길고양이는 새, 작은 동물, 파충류, 곤충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다.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Jake Berz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좋든 싫든 길고양이는 우리 도시생태계의 일원이 됐다. 해법을 찾을 책임은 그렇게 만든 우리에게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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