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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6일 화요일

트럼프 SNS로 드러난 극우 연결망…"상상보다 더 촘촘"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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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8.26 20:30

  • 수정 2025.08.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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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 '혁명' 소동으로 끝났지만 극우 발호 확인

한국 복음주의 대형 교회와 미국 극우 등 연계돼

루라 루머, 고든 창 등 트럼프 쪽 연결 고리로 역할

트럼프가 이재명 끌어내린다는 망상 현실화 시도

국힘 새 대표 "이재명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 바쳐"

전문가 "극우 자금 끊어야…실효적 제도, 교육 필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미 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적은 뒤, 몇 시간 만에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 'SNS발 소동'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트럼프 SNS 글과 발언을 두고 한국 내 극우 인사들이 정상회담 성과까지 폄훼하고 나서면서, 한국과 미국 극우 세력들이 양국 관계과 국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체제 전복을 준비하는 국내·외 극우 세력들의 음모론 실체를 확인한 만큼 이들의 연결망(네트워크) 단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 "오해라고 확신…이재명, 위대한 지도자"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 오늘 나는 백악관에서 새 한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당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지난 며칠간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우리 (미군)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해당 글을 쓴 의도를 기자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향해 "나는 교회들을 압수수색했다는 말을 정보당국(intel)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힌 뒤, "내게는 한국답지 않은 일로 들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교회 압수수색과 미군기지 정보 수집은 특검에서 실시한 압수수색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순직해병 특검팀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내란 특검팀은 한·미 공군이 함께 있는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 오늘 나는 백악관에서 새 한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적었다. 2025.8.26. 트루스 소셜 갈무리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다.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뒤 "오해라고 생각한다.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트럼프의 SNS 반응에 한국 내 극우 정치인들은 반색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했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구치소 CCTV 공개를 강압하고 병원에서도 수갑을 채운 것은 '공산 혁명'에서나 볼 법한 반인권 행위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SNS 글을 올린 지 4시간 정도 지나 정상회담에서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외교 사안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했던 극우 정치인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홀로 소외되어 처량하게 된 신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써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최종건 "극우 네트워크 상상보다 더 촘촘히 연결돼"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돌발적으로 한국 내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극우 세력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 당국을 통해 들었다'고 표현했지만, 단순히 첩보나 정보를 인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생각보다 극우 네트워크,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극우 네트워크하고 미국 내에 존재하는 극우 네트워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의 대통령한테까지 이상한 정보가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이게 오해로 풀려서 다행이지만, 오해의 근원에 대해서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국대서관 등 여러 경로로 한국 상황을 보고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안 읽으니까. CIA(미 중앙정보부)나 미 국무부가 정상회담 전 브리핑을 할 텐데, 그래서 극우 네트워크 그룹이 일종의 뒷문이나 사이드로 미국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 아닌지(우려된다)"라며 "오해로 풀려서 다행이고, 이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 다만 오해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내 교회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극우화한 복음주의 교회가 한국과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지목된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위기와 한미 자유동맹의 길 : 모스 탄(Morse Tan) 전 미 국제형사사법대사(트럼프1기) 국회 초청 세미나'에서 모스 탄(Morse Tan) 전 미 국제형사사법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3.6. 연합뉴스

일례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 대사를 지냈으며, 부정선거론자인 모스 탄(한국계 미국인, 한국명 단현명)은 지난달 입국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과 면회를 시도한 바 있다. 윤석열을 석방시키기 위한 시도와 연계된 움직임이었다. 당시 모스 탄의 입국을 위해 극우 대형 교회와 전한길(본명 전유관)과 같은 극우 인사 등이 뒤에서 움직였다. 모스 탄은 입국해서 은평제일교회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모스 탄의 수행을 담당한 은평제일교회는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와 함께 코로나19 당시 방역수칙을 무시하며 대면 예배를 한 곳이도 하다.

루라 루머, 고든 창 등 트럼프 쪽 연결 고리로 역할

복음주의 대형교회 등이 연계된 한국과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는 일회성 행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3 내란과 1월 서부지법 폭동 등을 지지하는 이들 극우 세력은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고 윤석열을 석방시킬 것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한·미 극우 인사들을 통해 현실화하려고 여론몰이 작업을 해오고 있다.

로라 루머, 고든 창, 칼라 샌즈, 모스 탄, 애니 챈 등 미국 내 극우 인사들은 한국 내 극우 세력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트럼프 대통령 쪽이나 마가(MAGA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고 이 대통령을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반미 공산주의자로 묘사하고 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기 위해 언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SNS 소동'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우 선동가'로서 백악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라 루머의 경우, 지난 6월에도 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끔찍한 일"이라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황교안TV에서 방송된 고든 창 인터뷰. 황교안TV 화면 갈무리

중국계 미국인인 고든 창은 '워싱턴에 오는 반미 한국 대통령'이란 15일 자 더힐 기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한미관계의 근간인 군사동맹 훼손 △중국, 북한과의 관계 적극 구축 △특검의 오산 공군기지 급습 △특검의 종교 시설과 야당 당사 급습, 탄압 등을 '사실인 양' 주장했다. ☞23일자, 고든 창, 이재명 대통령에 '악담'…더는 두고 볼 수 없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덴마크 대사를 지낸 칼라 샌즈는 지난 18일 보수 성향 매체인 '데일리 콜러'에서 공동 기고한 글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에 대비하는 것보다는 경제적 지원에 더 집중하는 듯하며, 중국 편에 설지 우리(미국) 편에 설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한국 국민을 상대로 가장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21일자, 조선일보).

이러한 미국 내 여론몰이에 맞춰 국내 극우 세력들도 현 체제 전복을 꾀하고 있다. 윤석열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윤석열이 재구속되기 전 "이 (이재명) 정권이 1년을 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SNS를 통해 전파했다. 친윤 극우 유튜버 전한길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힘 새 당대표로 선출된 장동혁 의원도 이날 전당대회 결선투표 뒤 "모든 우파와 연대해 이재명 정부를 끌어내리는데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입을 맞췄다. 전광훈이 주축인 자유통일당 등이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극우 집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극우 자금 끊고 실효성 있는 제도, 교육해야"

이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목표 앞에서는 국익마저도 무시하는 모습이다. 주요 외신에서는 이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 평가가 나오지만, 극우 정당 반응은 정반대다. 외교 성과에 대해 여러 평가가 가능하지만, 극우 진영에서 내린 이번 정상회담 평가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미 관계마저 '파탄'이 나길 바라는 듯한 모습이다. 자기모순에 가깝다. 자기파괴적이기까지 하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욕적 아부를 늘어놓는 것을 국민이 잘 지켜봤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1500억 달러 투자까지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 외교"라고 비난했다. 또 'SNS 소동'이 일단락됐음에도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숙청', '혁명'을 SNS에서 언급했다"며 "회담 후 공동회견은커녕 배웅조차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정상회담 전체 과정이 역대급 외교 참사"라고 했다. 그는 "공개 회담 내내 제대로 답변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병풍 외교이자, 입국과 숙박, 환송 과정까지 홀대받은 수모 외교"라면서 "정상회담이라 불러도 되느냐는 의문까지 있다"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 전체 과정은 역대급 외교참사다"라며 "기업들의 1천500억불 투자까지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외교라 할 수 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2025.8.26. 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극우 진영의 움직임들이 과거와 달리 발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트럼프발 'SNS 소동'으로 한국과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을 활용해 실제 영향을 끼치는 단면이 포착된 셈이다. 특히 이번 소동은 양국 정상이 몇 시간 안에 일단락시켰지만, 상황에 따라 외교를 파탄으로 몰고갈 수도 있었다. 발언만 놓고보면 국내 내란범 수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를 단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뉴라이트 등을 연구해온 이병권 인문연구가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게 개신교 교회 세력이다. 한국과 미국에 복음주의를 기반으로 한 교회 세력이 다수가 있고, 그들은 이러한 활동을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자금을 추적해 길목을 막는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 연구가는 자금 차단 외에도 극우 네트워크를 와해시키기 위해선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가는 "독일에서는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이나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와 같은 구호, 상징 등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이는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 헌법적 질서를 훼손하는 의도적 행동이나 유포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실행법이 필요하다"면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 계승을 포함시키고 독일의 연방헌법수호청 모델을 참고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극우 세력의 활동을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가는 청년층의 극우화 방지를 위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의 정치적 표현과 견해, 노조 활동 등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각 학교 단위별로 사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학생들에게 민주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적 지침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0세대 남성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선 게임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의 영향력을 지적하며 "교육 현장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층이 극우화되는 경로와 원인을 분석하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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