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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5일 화요일

대통령 부인 명품백 수수에도…권익위, 작년 6월 “제재 법규정 없다”

 김채운기자

수정 2025-08-06 06:00등록 2025-08-06 06:00

지난해 8월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남긴 유서 일부. 김 전 국장 유족 제공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지난해 6월10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제재할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사건을 더 이상 조사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청탁과 함께 명품가방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김 여사는 권익위의 결정으로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길을 크게 넓히게 됐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179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을 전달하고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했다. 최 목사는 1년여 뒤인 2023년 11월 이를 폭로했다. 한달 뒤인 12월 참여연대 등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법정 처리 기간 60일을 넘겨 두차례 기한을 연장하며 조사를 이어갔고, 6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10일 권익위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종결 결론을 냈다.

당시 권익위 전원위는 해당 사건을 종결할지, 수사기관에 이첩 또는 송부할지 등을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종결이 훨씬 우세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종결 9표, 수사 이첩 3표, 송부 3표로 종결 처리가 결정됐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결 8표, 송부 7표로 종결 결정됐다. 이런 결정에 반발해 최정묵 당시 권익위 비상임위원이 사퇴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은 “대통령이 명품가방 수수를 언제 알았는지, 어떻게 조처했는지 조사가 필요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뇌물 성격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수사기관으로 이첩이나 송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으로 권익위는 정치적 압력 속에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과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권익위가 핵심 사안인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신고 의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권익위 구성을 문제 삼았다.

종결 결정 두달 뒤인 지난해 8월8일 해당 사건의 실무 책임자였던 김아무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 전 국장은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서 당시 처분 결과에 대해 극심한 자괴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인사혁신처는 김 전 국장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여 그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승인했다. 현재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김채운 기자

채우다'라는 뜻의 한글 이름처럼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길어 세상을 채우려 합니다. 이분법을 넘어 다채로운 세상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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