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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1일 월요일

국방비에 주한미군 역할조정까지...관세 다음 날아든 ‘트럼프 안보청구서’

 

“미국, 관세협상 때 한국 국방비 GDP 3.8% 증액 요구 검토”

‘원스톱쇼핑’ 원한 트럼프, 한미정상회담서 ‘안보청구서’ 내밀 듯

  • 김백겸 기자 kbg@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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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08-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국방비 인상 등 구체적인 '안보청구서'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한미 무역협상으로 일단락되자 '안보 압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오는 25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국방비·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의 한국 부담금) 증액과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등 안보청구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국방비 30조원 증액하라는 트럼프...방위분담금은 9배 인상 요구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증액하는 것을 요구 조건으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국방비가 GDP 대비 2.6%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0% 정도 인상하라는 것이다.

    WP가 입수한 '한미 합의 초기 초안(early draft of a U.S.-Korea agreement)'에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함께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을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해당 문서에는 "한국은 (북한을) 계속 억제하며 중국을 더 잘 억제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유연한 태세를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요구 사항도 들어갔다.

    다만, 최근 한미가 타결한 무역협상에는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WP의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 측 부담 증액, 주한미군 역할 조정에 대한 지지 등 구체적 요구조건을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는 최근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한미동맹 현대화'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WP는 협상 문서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외에도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거나 미국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하도록 촉구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에는 △캄보디아, 중국군의 림 해군기지 외부 배치 금지 △이스라엘, 중국 국영 기업의 하이파항 운영권 박탈 △호주, 중국계 기업 대상 다윈항 장기 임대 합의 재검토 △마다가스카르,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 불허 등을 미국이 요구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을 통해 무역적자 해소뿐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 억제도 달성하려고 했던 셈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내밀 '안보청구서'...'세수펑크'난 재정에 큰 부담


    이에 이달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련 내용이 다뤄질지 주목된다. 미국이 이미 한국의 방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마련한 만큼 직접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압박을 하면서 한국, 일본 등 군사적 동맹 관계에는 안보 비용까지 '원스톱 쇼핑'을 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안보 관련 논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 시기부터 한국의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국방지출과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 1기 시절 한국과의 방위비분담 협상을 소개하면서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달러(약 13조7천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시절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달러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여 뒤인 지난 14일에도 "미국은 친구와 적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무역(그리고 군사)에서 뜯겨왔다"며 "이는 수조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으나, 더 이상 그리고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동맹국에 국방비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는 결국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제기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 국방지출 요구와 잇닿아 있다. 실제로 나토 회원국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수준으로 방위비를 올릴 경우 한국 정부는 큰 제정적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476억달러(약 66조1,640억원)로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 2,557조원의 약 2.6% 규모다

    여기에서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8%로 늘린 액수는 97조1,660억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맞추려면 현재 수준에서 50%, 금액으로 따지면 약 30조원을 증액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국방 예산은 약 6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GDP의 약 2.4% 수준이다.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내년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이르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시인 지난해 11월 한미가 체결한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내년에는 11억2,100만달러(1조 5,20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 2030년까지는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5% 한도 내에서 증액된다.

    올해 국방예산 61조원 중 방위비 분담금은 1조4,000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 대비 약 2.3%를 차지한다. 이를 100억달러(13조7,000억원)까지 인상하면, 21.2%로 비중이 크게 확대된다. 한국군의 한 해 인건비 총액(2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60% 규모다. 한국군 절반 이상의 인건비를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내놓으라는 소리다.

    이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수십조원의 대규모 '세수 펑크'로 약해진 한국의 재정여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번 늘어난 방위비 분담금은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고려하면 제정에 큰 부담감을 지속적으로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연합 훈련에 참가 중인 주한미군 (자료 사진) ⓒ뉴시스

    주한미군 역할, 중국 견제로 확대...지정학적 갈등 영향도 우려


    미국의 협상 문서 초안에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도 주목된다. 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유연한 태세에 지지하는 입장을 내라는 것이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조정과 맞물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숫자보다 능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요청받는 것은 북한을 상대해서 더 큰 힘을 써달라는 것이고, 우리가 다른 일도 할 수 있게끔 동맹을 현대화함으로써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한미군은 북한 억제에 역할이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는 개입할 수 없다. 이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수정해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로 역할 지역을 넓혀 중국 견제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 관계에 한국도 빨려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군사 세력이 주둔하고 주둔비용까지 지원하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더 껄끄러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경색된 대중 관계가 대중 무역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을 고려하면 통상 문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경색된 한중관계를 풀겠다는 입장을 보인만큼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은 더욱 부담된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단호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한미 무역합의로 향후에 대미투자도 3,500억달러 약속한 것도 수행해야 하고, 검역 절차 완화로 미국산 과일도 개방된 것과 다름 없다. 이것 자체도 한국 경제에 정말 큰 충격인데 이 대통령이 여기에 '예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과 연대한 대응 등도 고려하고, 이를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여론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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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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