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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인간 방패'의 진실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12.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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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 즉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방패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미국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U 역시 11월 13일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구글에서 ‘하마스 인간 방패’를 검색하면 10월 7일 이후로 표시되는 106개의 뉴스를 볼 수 있다.

    하마스는 ‘인간 방패’를 사용하는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논란은 2013년 7월 20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촉발했다. 네타냐후의 주장은 2015년 나토(NATO)가 작성한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Hamas’ use of human shields in Gaza)이라는 보고서로 설득력이 강화되었다.

    이쯤 되면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이와 다른 주장을 펼친 바 있다. 2014년 7월 25일 발간한 “이스라엘/가자지구 분쟁: Q&A”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의 주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앰네스티는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특정 장소나 군인, 장비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7월 25일 홈페이지에 "이스라엘/가자 분쟁" 에 대한 Q&A를 게재했다.

    앰네스티는 아래와 같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 분쟁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 주거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인도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재 하마스는 모든 민간인은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민간인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현재 하마스가 분쟁 중에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이스라엘의 경고를 무시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이런 조치는 혼란과 이주를 최소화하려는 욕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하마스의 그런 조치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요약하면 하마스 등이 국제법을 위반하여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로켓포를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민간인을 대피시키지 않는 하마스의 행위는 특정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것이다.

    나토 보고서, 근거 부족한 주장

    앰네스티의 결론과 이스라엘(그리고 미국, EU, 나토)의 주장은 상반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내세우는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무엇인가. 2015년의 나토 보고서는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나토 보고서는 3장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한다.

    첫 번째 사진은 아이들이 박격포 발사를 지켜보는 장면이다.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하마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인간 방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하마스’가 공격받는 사진이 아니라 ‘발사하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두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식 트위터를 캡쳐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이 예고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와 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왔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도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아이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온 것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방위군도 지적했다시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세 번째 사진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변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몰려있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방위군이 떠나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들은 남아 있었고, 그 결과 2명의 성인과 6명의 어린이가 죽었다”라는 설명이 실려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하마스로 특정할 만한 무장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

    ▲ 나토가 하마스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로 제시한 사진

    ‘근거 아닌 근거’를 제시하는 나토의 능력은 우리 언론에서도 발견된다. 한국경제는 2023년 10월 10일 “나체여성 트럭에 싣고 달렸다...무차별 하마스 납치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마스의 ‘인간 방패’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부제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20여명의 군중이 지나가는 트럭(형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을 환호하며 뒤쫓아가는 2초 가량의 영상이 삽입되어 있을 뿐이었다. 기사 하단엔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차로 이동하는 여성 노인의 사진이 걸렸다.

    ​▲ 한국경제가 올린 동영상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 한국경제가 올린 사진은 기사 제목과 일치하지 않는다.

    관련 정황은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보다는 “아직은 관련 증거가 없다”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 차고 넘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2014년 팔레스타인 사람의 계정으로 보이는 트위트 계정에 아래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23년 11월 10일, Issa Amro라는 이름의 계정에 18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억류자를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팔레스타인 사람이 눈이 가려진 채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이스라엘 군인이 서 있다.

    물론 이 사진들 역시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 사진 속의 무장 병력이 이스라엘 군인인지, 사진 속의 억류자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의 ‘인간 방패’ 사용 근거는 단지 사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이스라엘 군사 법원은 9세의 팔레스타인 어린이에게 부비트랩 확인을 강요하여 ‘인간 방패’로 사용한 군인 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08~2009년 이스라엘-가자 전쟁에서 발생했다.

    ▲ BBC의 2010년 보도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2004년 4월 29일 13세의 팔레스타인 소년이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4월 22일 발생했는데, 13세 소년은 이스라엘 군인에게 체포된 후 지프차 유리창에 묶여 ‘인간 방패’로 사용되었다. 이는 당시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 소년의 왼쪽 팔은 차량에 묶여 있다.(흰 동그라미)

    2022년 5월 19일 국제아동보호국(Defense for Children International)은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소녀를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폭로에 따르면 5월 13일 오전 8시 경 이스라엘 군인은 16세의 팔레스타인 소녀를 군 차량 앞에 서도록 강요하고, 2시간 동안 차량 밖에 서 있으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군이 그 소녀의 오빠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그 소녀를 ‘인간 방패’로 내세운 것이다. 그 소녀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너는 테러리스트이다. 네 오빠와 작별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어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2년 5월 19일자 폭로

    국제아동보호국의 폭로는 2023년에도 이어졌다. 2월 22일 이스라엘 군인은 자신들의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운영하던 빵집 위 계단에 16세 소년을 세워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3월 1일 오전 11시경엔 이스라엘 군인이 난민 캠프의 한 가족의 집을 포위하고 수색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4명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 국제아동기구의 2023년 5월 18일자 폭로

    ‘인간 방패’, 이스라엘이 사용했다

    하마스가 자국민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이를 받아 미국, 유럽연합, 나토 등이 ‘근거 아닌 근거’를 내세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법원뿐 아니라많은 국제기구에서도 인정했다. 이스라엘의 ‘인간 방패’ 사용은 숨길 수 없는 팩트이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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