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공백 메우기 급급”-‘여성·전문성’ 강조한 조선 한겨레 “방송 전문성 전무한 검사 출신, 방송장악 의지” 중대재해처벌법 ‘또 2년 유예’ 시도… 실형 단 1건 |
5일 아침신문의 주된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용 내각’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제 6개 부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신문들이 논조를 막론하고 이를 ‘총선용 내각’으로 이름 지은 가운데 다수가 인사에서 국정 쇄신 의지를 읽기 어렵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원희룡(국토교통부), 박민식(보훈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물러나고 이 자리를 각각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오영주 외교부 2차관으로 채웠다. 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신문들은 이번 선거용 개각을 두고 경제 부처 중심 내각이자 ‘편중 인사’에 변화를 주려고 꾀했다고 평했다. 동아일보는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이번 1차 개각은 총선을 앞두고 경제 안정화에 방점이 찍혔다”며 “지명된 장관 후보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앞서 발표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남성임에 따라 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 중심 국정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내각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 신문들도 이같이 풀이했다.
정부는 해당 분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신문들 풀이는 달랐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외교 관료를 중기부 장관에 기용하는 건 어떤 전문성이 있어서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다수 신문은 정치인 출신들이 있던 장관 자리를 관료와 학자로 채우는 데에 ‘안정감’ 또는 ‘정부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라고 봤다.
한국일보는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관료와 전문가 중심이다. 내각을 재정비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정권 초반인 시점에 관료그룹을 전진 배치해 국정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개각의 초점이 총선 출마자 배려에 맞춰지면서 ‘국정 쇄신이나 인적 쇄신’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새 장관 후보자들의 대부분은 ‘관료·학계 출신’이다. 이들이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조언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책임 장관제’도 멀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 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지난 6월) 중앙부처 차관 임명자 1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명을 용산 대통령실 출신 비서관들로 임명해, 대통령의 직접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차관 정치’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여성 3명이 후보자로 기용된 게 눈에 띄지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발탁했는지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정 기조 변화보다는 청문회 등을 의식한 무난한 인사 기용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닌가”라고 했다.
보수 신문들 사이 논조 차가 눈에 띈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대통령실 설명에 따라 ‘여성·전문성’을 강조한 보도를 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 제목에서 윤 대통령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며 인적 쇄신을 꾀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고장 난 국정 시스템을 바로잡는 인적 쇄신, 이를 통한 국정 쇄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다. “그러나 6개 부처에 그친 개각의 폭이나 지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장관들의 총선 출마에 따른 내각 공백을 메우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닌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전문가와 관료 편중 때문에 인사를 통한 변화의 메시지보다는 국정 기조의 안정과 연속성에 지나치게 무게가 쏠렸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방통위원장에 검사선배 김홍일?”
이날 개각 명단에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름은 없었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로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직속상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유력하다. 판사 출신 이상인 현 방통위 부위원장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동아일보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던 그는 애초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이 전 위원장 사퇴 이후 방통위원장 후보군으로 갑자기 바뀌었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이 전 위원장 사퇴 직후 이상인 현 방통위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자 주말 동안 하루 상간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이 고사하는 점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만약 김 위원장이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5개월 만의 자리 이동”이라며 “방송 전문성이 전무한 검사 출신을,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자리를 이동시켜가며 방통위원장에 지명한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강력한 방송 장악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일경제는 “충남 예산이 고향인 김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임할 당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진두지휘했고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고 했다.
이어 “서울고검장 출신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도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며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대검 시절 같이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방통위 파견 법률자문관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과 외교부장관 인선도 서두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은 추가 개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들이 전했다.
‘실형 1건’ 중대재해법, “또 2년 유예” 비판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또다시 ‘2년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3년 전부터 예고된 사안을 또다시 미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지난 3일 고위협의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유예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83만여곳에 이르는 확대 시행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야당까지 유예 여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개정 논의 전제조선으로 정부 사과 등을 내걸면서 유예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제정된 뒤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추가로 2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규정한다.
신문들에 따르면 지난해 644명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60%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다. 한편 올해 6월까지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392명이다. 이 중 80%인 312명이 중대재해법 시행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시행 2년 동안 기업이 받는 처벌 수준은 오히려 낮았다는 평가를 전했다. 법 시행 뒤 450건 이상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대표 등이 기소된 사건은 30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까지 11건의 법원 선고가 이뤄졌는데 1건(한국제강)을 빼고 모두 집행유예였다. 신문들은 민주노총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세계일보 6면 보도에 따르면 실형이 선고된 1건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서 60대 노동자가 보수작업 중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다. 법원은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세계일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충실한 업무를 하도록 시행령 4조5호 규정 의무를 준수했는지를 주로 살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노동부가 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며 제시하는 대책도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내년 2만 6500곳에 안전보건 컨설팅을 하겠다고 했는데, 약 83만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1회라도 컨설팅을 완료하려면 25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는 총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뭘 했기에 시행 날짜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 또 시행 유예를 꺼내 드는 것인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을 드러낼 뿐”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서둘러 지원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 했다. 유예 합의 여지를 밝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사과 등 3개 조건을 걸며 법 유예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4일치 한 조간신문(경향신문) 1면에 ‘중대재해 처벌법, 이렇게 준비하세요!’라는 제목의 정부 광고가 실렸다.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을 앞두고 해당 사업주들에게 준비사항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서울시·환경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명의 광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부·여당은 바로 전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2년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얼마나 졸속으로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반면 보수 신문과 경제지는 외려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협조’를 요구하는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영세기업들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서는 여전히 논란”이라고 했다. 세계일보가 6면에서 ‘법원이 사업주의 시행령 준수 위반을 문제 삼았다’고 판례를 분석한 것과 어긋나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년 간 산재사고 사망자가 248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늘었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김예리 기자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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