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24] 바바리코트 이야기
영어가 한국에 오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어를 만들기도 잘하고 돌려서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른바 콩글리시가 너무도 많다. 콩글리시였는데 다시 돌아서 미국에 수출된 것도 있다. 요즘은 미국인도 ‘파이팅!’을 외친다고 하는데 믿기 어려운 말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파이팅’은 감탄사로 굳어 버렸다.
바바리코트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봄가을에 입는 간편한 방수복으로 바바리(버버리·Burberry)사에서 만든 외투였다. 전쟁터에서 비가 올 때 간편하게 입고 싸울 수 있도록 만든 방수 의류였다. 영어로는 트렌치코트(trench coat)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바바리코트라는 표현이 완전히 굳어지면서 ‘바바리맨’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발음에서 의미 전달까지 일본을 거쳐 오면서 영어가 많이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 램프는 ‘남포’가 되었고, 쏘잉 머신(sewing machine)은 ‘미싱’으로 변했다. ‘바느질 기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라지고 ‘머신’만 ‘미싱’으로 바뀌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미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봉틀을 속되게 이르는 말(일본어 mishin)’이라고 되어 있다. 참으로 재미있는 말들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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