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14] ‘똥싸다’의 여러 의미
우리말은 참으로 의미가 다양하다. 다의어가 엄청나게 발달했고, 완곡어법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손’에 관한 말만 해도 ‘손을 씻다·손 타다·손 좀 빌리다·손이 없다’ 등등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많다. 그중 하나가 ‘똥싸다’라는 말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를 보면 ‘1. 똥을 가누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 2. 몹시 힘들어 하다. 3. 허튼 소리를 하다’이다. 어린 시절에 중부(仲父)로부터 필자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뭔가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쩔쩔매고 있으면 늘 “똥을 싸고 있네”라고 하셔서 귀에 익었다. 그런 연유로 필자도 아이들이 허우적거리면 “똥을 싸라. 이 녀석아!”라고 장난하는 버릇이 생겼다.
‘겁똥싸다’라는 말도 있다. ‘겁결에 똥을 싸는 것’을 말한다. ‘고드름똥 싸겠다’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똥이 나오면서 얼겠다’는 뜻이다. ‘죽을 똥을 싸다’는 ‘(사람이)어떤 일에 몹시 힘을 들이다’라는 말이다. 요즘은 외국인 제자들 논문 지도로 정말 죽을 똥을 싸면서 살고 있다. 한국인을 지도할 때보다 열 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본국에 가서 교수가 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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