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17] ‘잃다’와 ‘잊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잃다’와 ‘잊다’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할 정도로 이 단어들은 헷갈리는 말이다. “아! 깜빡 잃어버리고, 집에 가방을 두고 왔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저런! 가방을 잊어버리고 왔구나!”라는 표현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것은 모두 발음을 정확하게 공부하지 않아서 생긴 오류가 아닌가 한다.
우선 ‘잃다’는 ‘1.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떨어뜨리거나 놓쳐서 가지지 않게 되다 2. 빼앗기거나 손해를 보다 3. 더 이상 차지하거나 누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넋을 잃다’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이성을 잃은 삼순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두려웠다’ 혹은 ‘노름판에서 돈을 모두 잃었다’와 같이 쓴다. 발음은 [일타]이다.
‘잊다’는 ‘1.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2. 생각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다 3. 깨닫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말을 잊다(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오다)’와 같이 쓴다. 사람들은 보통 잊은 척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읻따]라고 발음하는 것을 정확하게 한다면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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