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②]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성구 상임부이사장
- 이계환 기자
- 입력 2023.02.0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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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는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운동 및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해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성구 상임부이사장과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다.
강성구 상임부이사장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준비된 논리인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와 현재화라’는 개념으로 답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에 있다. 이중에서 독립과 호국의 역사화는 진작 이뤄졌지만 민주의 가치가 아직 3대 가치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기에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민주가 확고한 대한민국의 3대 가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울러 6월항쟁과 촛불혁명이 이룬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제기된 다양한 사회 경제 인권 등의 의제를 다뤄 나가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로 표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빈번히 나오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그는 최근 새로운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공화주의’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견해로 삼은 찰스 틸리의 의견을 빌려 “민주주의란 민주화와 탈민주화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역동적인 체제”라고 하면서, 그가 즐겨 사용하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의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민주주의란 민주화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 “민주화 운동이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가 목격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 그는 “검찰은 여태까지 한 번도 사과한 바가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가 된 적이 없었다”면서 “그러니 ‘검찰 독재’,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직격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대신 헌법에 나오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를 즐겨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를 ‘반공민주주의’로 해석했다. 특히 그는 우리 헌법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관계에 대해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며, 변함없이 민주주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인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 중에서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라면서,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사업회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 신봉자답게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K민주주의라면서, K민주주의가 우리의 굉장한 자산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기에 K민주주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인터뷰 모두에서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받은 변화와 관련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부의 시비와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올해가 임원 교체기로서 6월에 신임 이사장이 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기관의 성격과 사업의 내용들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새 이사장이 오길 기대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강 상임부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월 1일 그가 재직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후 언론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지수’가 지난해 8단계 아래로 떨어지면서 조사대상 167개국 중 24위로 밀려났다는 기사들이 보도됐다. 윤석열 정부 첫 해 1년 만에 8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 중에는 “정치인들은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비판이 이 인터뷰 어디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편집자 주
“4.19혁명, 6월항쟁,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의 공통점은 권위주의에 대한 항거”
□ 이계환 기자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통일뉴스>가 신년을 맞이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년인터뷰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 관련 인터뷰였고 이번 두 번째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공기관인데 인터뷰가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 강성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 : 괜찮습니다.
□ 독자들을 위해 잠깐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사업회) 상임부이사장으로서 주로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 우리 사업회에는 임원으로 이사들까지 포함해서 이사회가 15명으로 구성이 돼 있는데, 이사장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부이사장, 이사, 이런 체제이죠. 이렇게 세 부분이 지도부를 형성해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비상임이시고요, 부이사장이 몇 분 계신데 그중에 한 분을 상임부이사장으로 해서 실질적으로 기관장 역할을 하고 있지요. 상근을 하면서 조직 전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재임 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습니다. 일을 수행하는 데서 피부로 느끼는 차이나 변화가 있다면?
■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1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만 2년 4개월 정도 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초기에는 여러 가지 자기 과제들이 많아서 특별하게 여기까지 신경 쓰지는 못한 것 같은데, 최근엔 변화를 느낍니다. 큰 변화라고 한다면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특히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 조금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민주’ 자를 뺄 수 없냐 아니면 ‘자유’를 앞에 붙여서 할 수 없냐 등등입니다. 그런데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는 게 고유 용어거든요. ‘민주시민교육’ 자체가 역사적 배경이 있는 그런 용어인데, 운동권의 역사를 가르치는 의식화 교육 비슷하게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 상당히 좀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고요.
또 하나는 현 정부 들어서 최근에 시민사회를 약간 범죄시하는 대통령의 여러 가지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정부도 민감해진 것 같아요. 우리가 기념단체나 시민단체들과 협력해서 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그와 관련해서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금이 그쪽으로 혹시 흘러가는 게 아니냐 라는 시각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감사와 여러 가지 조사들을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눈에 띄는 변화라면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나 용어가 ‘민주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이는 역으로 한국사회가 ‘독재’나 ‘전제주의’에 의해 억압을 받았다는 의미도 됩니다. 군부독재시대에는 ‘민주화’, ‘민주회복’, ‘민주주의’가 많이 쓰였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획득된 이후에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말도 회자 되었습니다. 우문 같지만 민주주의란 무슨 뜻입니까?
■ 쉽고도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가끔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민주주의가 영어로 데모크라시(democracy)인데요. 이게 데모크라티즘이 아니라 데모크라시입니다. 우리가 데모크라시를 민주주의로 번역을 하지만 사실은 ‘크라시’라고 하는 거는 ‘정체’를 얘기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뜻 자체는 다중에 의한 통치 체제인데, 이게 ‘주의’라고 번역되다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어떤 이념이나 가치, 지향을 내포한 그런 용어로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단어 안에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을 다 집어넣었는데 사실 데모크라시는 단어의 뜻으로 보면 정체입니다. ‘이즘’(ism)이 아니죠. 그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데모크라시는 기본적으로는 통치 체제의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데 87년 민주화 이후에 정치적 민주주의가 되고나서부터는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라든지 인권이라든지 이런 측면의 요구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지게 됐고 이걸 담아낼 수 있는 그릇들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죠. 제가 가끔 ‘더 넓은 민주주의, 더 많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첫째는 1960년 4.19혁명, 둘째는 1987년 6월항쟁, 셋째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입니다. 이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공통점은 모두 보수 정부 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보수 정부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이라 정리한다면,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 저는 ‘보수 정부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화 운동의 기본 내용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법에 있습니다. 사업회는 법에 의해서 설립된 기관이니까 그 법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냐 하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수 정부에 반대했다기보다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거죠.
□ 위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공통점이 보수 정부에 대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그렇죠.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해 반대한 거고 그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는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정리하고 있지요. 그래서 정권의 성격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그 정권의 성격이 권위주의적이냐 민주주의적이냐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민주화 운동이 굉장히 유명하죠. 시민혁명을 통해서 권위주의 통치를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또 권위주의로 회귀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시민혁명을 통해서 계속 회복시켜 줍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세 가지 계기들을 보면, 4.19혁명에 의해서 이승만 권위주의 통치가 종식되고, 그 다음에 6월항쟁에 의해서 전두환 독재 정부를 물리치고, 물론 촛불은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보면 역사가 끊임없이 후퇴하려고 할 때마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권위주의 통치를 민주화로 되돌려놓았지요. 이런 것들이 한국 시민혁명의 큰 특징이 아닌가 싶고요.
예를 들면 남미라든지 동남아시아라든지 이런 국가들을 보면 다시 군부 통치라든지 쿠데타라든지 권위주의 통치로 되돌아가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지 않습니까? 제 사견입니다만 이런 부분들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아마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해체가 아닌가 봐요. 근본적으로 군을 무력화시키고 문민 통치를 확립시키니까 그 이후로는 다시 군부 쿠데타라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죠. 군부 쿠데타라는 말이 입에서도 안 나오죠.
□ 민주주의가 다소 역행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대의민주주의 통치 자체를 훼손하는 데까지 가지를 못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 그렇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
□ 아무래도 민주화 운동하면 6월항쟁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6월항쟁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철폐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지만, 이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과제도 부각되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국민들의 힘으로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이 성공한 후 민주주의가 새롭게 진전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끝없는 진화라고 할까요? 촛불혁명으로 획득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방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와 현재화라는 개념으로 이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은 ‘독립, 호국, 민주’ 3대 가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뭐냐? 독립, 즉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입니다. 친일을 했던 사람도 독립운동의 가치는 훼손하지 못합니다. 독립운동은 사회적으로 이미 평가를 받은 역사적 평가로서, 독립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중에 하나죠.
또 하나는 호국인데, 호국은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호국의 개념 속에 베트남 전쟁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크게 보면 전쟁의 위기로부터 국가를 보위해 낸 거거든요. 호국이라고 하는 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이죠. 우리로서는 그렇게 가지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이 민주입니다. 전국의 묘지 가운데 ‘민주’ 자가 들어간 묘지가 3개가 있습니다. 3.15민주묘지,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 이 세 개에 민주 자가 들어가거든요. 즉 독립, 호국, 민주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다, 독립과 호국과 민주를 통해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독립, 호국 두 개에 비해서 민주의 가치가 아직 제대로 역사화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렇군요. 이유가 있습니까?
■ 왜냐하면 그 당사자들이 현재 현역 정치인으로도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시간이 좀 덜 지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5.18에 대한 왜곡이라든지 또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가 나옵니다. 민주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그러나 독립에 대해서 그러면 바보 취급 받잖아요.
그래서 민주는 아직도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박정희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게 그 증거이지요. 그렇기에 민주화 운동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룬 핵심 3대 가치의 하나로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지 못한데, 그것을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을 저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아까 질문인 촛불혁명으로 확립된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서 제 답은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는 과거에 권위주의 통치를 끝장낸 그래서 지금의 87년 체제를 만든 그 부분이라고 한다면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그건 정치적 민주화였거든요.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당연히 경제적, 사회적 또는 인권의 감수성을 비롯해서 다양한 민주적 의제들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이 새로운 의제에 대응해야 하는데 제가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응하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고 싶어요.
즉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제기된 다양한 사회 경제 인권 등의 의제를 다뤄 나가는 것을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따라서 앞에서 말씀드린 더 많고 더 넓고 더 깊은 민주주의의 내용들을 다뤄야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촛불혁명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가 아니었나 싶구요. 또 그것이 또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된 것이었다고도 보고요.
□ 이어서 묻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는데,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는 평가와 ‘촛불혁명의 가치와 의미를 왜곡시켰다’는 평가가 상존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결과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불과 5년 만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죠. 더군다나 당시 야당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수권 가능성이 사실 없었었습니다. 야당 세력 내에서도 현 대통령이 후보가 되리라는 생각을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하지도 못했지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세력과 집단에게 권력을 내주었거든요. 이것이 대선과 지방선거에 나타난 엄혹한 결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 상황을 보면 정부의 정책이나 운영 또 대통령 개인 스타일, 능력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민들 불만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은 조금 올라가기는 했습니다마는 거의 20%대의 지지 밖에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만을 담아낼 만한 믿음직스러운 세력이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70% 가까운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서 불만이 많고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이 아직도 그 반대급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하고도 관련돼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민주화 이후 특히 IMF를 맞으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에 우리 사회가 불가역적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이제 그 이전의 세대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요. 그렇게 본다면 신자유주의 구제금융 위기 이후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민주나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는 새로운 지향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집단이나 세력들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는 그걸 형성하지 못한 것이죠.
지금 다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국가가 전반적으로 위태위태합니다.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한 위협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현 정부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그게 어느 정도 먹힌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반민주, 진보-보수의 틀이 아닌 IMF 이후에 근본적으로 불가역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지형과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래의 비전과 가치를 갖고 이걸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죠.
최근에 사회 원로들이 모여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는데, 그 노구를 이끌고 그렇게 애를 쓰시는 모습에 대해서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면서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대안 세력은 아니거든요. 무슨 돌파구를 열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민주당이라든지 기존의 운동권, 시민사회도 다 흔들리고 있어요. 문제를 알고 진단을 하고 그걸 담아낼 그릇들이 있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 촛불혁명이 제기한 민주주의 과제가 있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 과제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는 뜻이군요. 촛불이 제기한 민주주의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 민주주의가 계속 진화해 나가야겠군요.
■ 그렇죠. 민주주의도 진화해 나가야 되겠죠.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 제시할 수 있어”
□ 그래서 최근에 계속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주주의 위기’가 대두되면서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습니다. 공화주의가 아직 담론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양당제도가 확립된 미국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정권을 번갈아 가며 집권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초기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있었습니다. ‘공화주의’란 무엇입니까?
■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21세기 들어와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세계적으로 이미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민주주의 위기가 동시에 목도되고 있거든요. 아시다시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보수화되고 있고,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 것은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그 내용에 대한 실망이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학자는 아니지만 공화주의를 질문하셨으니까, ‘공화’에서 ‘공’ 자는 ‘사(私)’적인 것의 반대인 ‘공’적인 것의 공(公) 자입니다. 함께 공(共) 자가 아닙니다. 공적이라는 게 ‘레스 퍼브리카’(res publica)입니다. 레스(res)와 퍼브리카(publica)가 합쳐서 리퍼브릭(republic)이 된 거죠. 그거에 대비해서 사적인 것이 레스 프리바타(res privata)라고, 우리가 프라이빗(private)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 사적인 것과 대비되는 공적인 것이 공화의 가장 핵심 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경제 체제가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자본의 전일적 지배가 가능하게 되니까 공적 영역들이 왜소화되고 협소화됐거든요. 그렇게 되니까 민주주의 자체가 인기가 없어지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실망이 커졌지요. ‘민주화 됐는데 뭐가 좋아졌어. 내 삶이 좋아졌어?’ 이러는 것이지요. 한때 유행했던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거든요. 공공이라고 하는 공적인 영역들이 확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우리 헌법에서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했다는 건 국민 주권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화주의가 대한민국의 지배 원리라는 것입니다. ‘민주공화제’에서 민주는 국민주권이고 공화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러면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적인 존재인 공화주의의 대전제가 뭐냐? 다름 아닌 공적인 존재로서의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없으면 공화주의는 불가능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식으로 얘기하면 ‘깨어있는 시민’이 바로 국민이고 공적 의무를 다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공익의 추구, 공론장, 공유, 공공복지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것들이 다 공화주의이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공화주의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해 실증과 염증을 느끼고 반민주 현상들이 나타나고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다시 공화주의가 얘기 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공화주의가 대두되고 있다면 그것이 민주주의 위기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죠.
■ 공화주의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위기를 근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공공성의 붕괴라고 본다면 공화주의 자체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국민에 의한 공공성의 회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화주의 추구가 민주주의 문제 해결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와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이군요.
■ 그렇죠. 이미 우리 선조들은 일제로부터 조국을 되찾고자 했을 때 그 새로운 조국이 어떤 나라가 돼야 되겠느냐, 되찾은 나라, 새롭게 건설할 나라는 어떤 나라가 돼야 되겠느냐 했을 때 이미 100년 전에 민주공화국이라고 선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법통을 아주 지혜롭게 이어받아서 지금 우리 헌법도 민주공화국 아닙니까.
그건데 그동안 민주만 급급해 왔기에 형식적, 절차적인 민주주의는 이제 어느 정도 국민의 힘에 의해서 쟁취가 됐는데 민주주의에서 실질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내용은 뭐냐, 그게 바로 공화적인 내용이라는 거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요.
“민주화 운동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 시작돼”
□ 이제까지 주로 민주주의 원리와 관련된 얘기를 했다면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해 여쭤보자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확립했는데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새로 들어선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 하에서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민주주의가 왜 이리 허약합니까?
■ 여기에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아까 촛불혁명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도 우리가 비판만이 아니라 성찰이 필요하다고 봤듯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는가라는 것들에 대해서 저는 기본적으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거는 찰스 틸리(Charles Tilly)라고 하는 학자의 의견이기는 한데 저도 제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떤 고정된 것, 어떤 완성의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틸리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민주화와 탈민주화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공유하고 있는 역동적인 체제라는 거죠.
어떤 사회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가지 않으면 반드시 그거는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민주주의가 그 내용을 채워내지 못하면 아까 나왔듯이 공화로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채워내지 못하면 탈민주화로 간다, 이건 역사가 증명하는 바라는 것이죠.
민주주의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에 따라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민주화의 방향으로 더 계속해서 추동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죠. 바로 탈민주화가 오는 것이다, 라는 교훈을 새기면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고요. 그래서 민주주의란 민주화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죠. 제 식으로 표현한다면 민주화 운동이 멈추는 순간 바로 탈민주화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든지 대의민주주의라든지 하는 면에서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따라서 대의민주주의 이런 부분들 자체를 단기간 내에 훼손하지는 못하겠지만 계속 탈민주화로 가게 되면 어느 순간 그것까지 훼손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권위주의 통치로의 완전 회귀를 우리 국민은 늘 바로 잡아 왔지요. 역사적으로도 이미 경험이 있었죠. 4.19 이후에도 5.16이 오고 유신체제가 와, 과거로 회귀했지요. 하지만 한국이 위대한 것은 그걸 또 바로 잡아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게 아니다, 도달한 게 아니고 계속해서 더 많고 깊고 넓은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거는 계속 탈민주화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우리도 지금 그런 단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또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예를 들면 민주화로 인해서 정권이 교체됐다, 정권교체는 큰 아주 높은 차원일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민주주의가 완성된 건 아니다, 라는 거죠? 정권교체로 인해 민주주의가 완성됐다, 이제 발 뻗고 자야겠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겠죠.
■ 그렇습니다. 계속 민주주의를 높이기 위해서 살펴야 해요. 우리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6월항쟁 이후에 7, 8, 9월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게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거거든요.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실질적으로 채워야 될 민주주의의 내용인 거죠.
그 다음에 기본권이라든지, 주택에 대한 문제라든지, 생명 존중 문제, 인권문제, 성 감수성 문제, 그리고 미투 등 굉장히 다양한 의제들이 돌출해 왔는데 이 부분들이 다 민주화 운동의 의제가 돼야 하지요. 그래서 제가 그걸 ‘민주화 운동의 현재화’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런 의제들에 충실하게 답하고 공적으로 또 결론들을 내려서 한 발 한 발 진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월1일 김대중도서관 신년인사에서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2년차입니다. 일부에서 이와 비슷하게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도 민주주의, 남북관계, 경제 등 3대 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특히 그중에서도 이들 위기의 연원이 어디냐는 것이죠.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하는 대답이 지금 위기인데, 이 위기의 연원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남북관계도 거기서부터 시작됐고 경제 위기도 그렇다, 계속 그렇게만 하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 위기라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 동의하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남북관계 문제, 한반도 평화의 위기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국민의 생존 문제거든요. 이 문제는 단편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의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외교 참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마는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그래선 안 되죠. 그리고 아마추어를 떠나서도 한반도 평화 문제, 국민의 생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검찰은 한 번도 사과한 바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 된 적 없어”
□ 조금 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윤석열 정부로 바뀌고 나서 ‘민주주의가 힘없이 무너졌다’, ‘한국사회가 이룩했다던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약한가?’, ‘민주주의란 실체가 있는 것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옵니다. 국민들이 왜 이러는 것일까요?
■ 앞에서 얘기한 내용하고 좀 비슷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됐는데 무엇이 좋아졌는가, 민주주의가 왜 좋은 것인지를 실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이래서 좋은 것인데, 예를 들면 우리 삶이 나아지고,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들이 안심하게 귀가할 수 있고, 국민들이 어디를 가도 안전사고로부터 해방이 되고,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빠져 죽지도 않고,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고통 받지 않고, 또 장애라는 이유로 지하철도 마음대로 못타는 게 아니고...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런 것들이 다 바라는 건데 민주주의가 그걸 해결하지 못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민주주의에 대해서 싫증과 염증이 난 부분들이 있다고 보는데, 누군가 지적했듯이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이 다섯 가지 정도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첫째 포퓰리즘입니다. 둘째 정당이 약화되고 대표성이 실종된 문제입니다. 실제로 정당이 국민의 대표를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셋째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문제입니다. 그렇죠.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전문가 집단들이 있지요. 관료도 그렇고 특히 검찰이 문제가 되고 있지요. 즉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저는 시민적 통제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런 문제에 대한 실망입니다. 넷째 정치가 실종되고 사법화되어 사법통치가 되는 경우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의 언론화와 언론의 정치무기화 등입니다.
□ 다섯 가지 모두를 살펴볼 수는 없지만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 같군요. ‘선출되지 않는 권력’과 ‘검찰공화국’입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가 목격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옵니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한마디로 ‘비선출 권력의 민주적 시민적 통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아요. ‘법에 의한 통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룰 바이 더 로’(rule by the law)이지요. 지금 이 검찰공화국은 ‘룰 바이 더 로’가 아니라 ‘룰 오브 더 로’(rule of the law), 법치이지요. 그러니까 법이 그냥 다스리는 것이지요. 법치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법에 의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갖고 법을 수단으로 삼아서 통치를 한단 말이죠. 그래서 이건 법치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한비자의 거의 법가적 통치가 아닌가 싶고요. 한비자의 법가적 통치에서는 이미 대화와 합의를 주로 하는 정치가 실종된 것이지요. 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해야 하는데 정치가 실종되다 보니까 사법 통치 또는 검찰공화국이란 얘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왕년에는 소위 군부 쿠데타가 늘 문제였지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었죠. 큰 역사적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거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숙청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군부의 쿠데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요.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다른 권력이 꿈틀거렸어요. 바로 검찰이지요. 일각에서는 ‘6월항쟁의 가장 큰 수혜자가 검찰이다’,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안기부와 같은 정보 공안기관들이 힘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국정원인데, 국내 사찰 등 논란이 되다가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정원도 크게 봐서는 거의 힘을 다 빼앗겼지요.
그렇게 보면 지금 합법적인 권력은 검찰입니다. 그 이후로 검찰은 아무에 의해서도 침해받지 않아왔었죠. 현 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을 통해 앞에서 말한 법가적 통치를 해대니까 검찰공화국이란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군부 독재는 다시는 오기 어려운 그런 쪽으로 갔지만 다른 문제들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그런 군부 독재는 못 하지만 검찰 독재가 시작됐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 지금 검찰 독재도 예전의 군부 독재만큼 그만한 수준이지 않는가, 이런 뜻으로 들리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습니다. 알다시피 검찰의 조직 문화 자체가 굉장히 위계적이고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으로 움직이지요. 민주적 절차가 없어요.
그뿐 아니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비롯해 무죄로 판명난 수많은 공안사건들에 대해서 검찰은 책임지지도 않았고 사과한 적도 없어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났어도 경찰이 책임지고 검찰은 벗어났죠. 군대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했어요. 그런데 검찰은 여태까지 한 번도 사과한 바가 없기에 한 번도 민주화가 된 적이 없었죠. 그러니 ‘검찰 독재’,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민주주의”
□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김광동 신임 위원장의 과거 행적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은 친일청산 할 것이 없다”, “4.19는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이 아니라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대한 요구였다”, “5.16 군사정변으로 탄생한 박정희 정권이 그 정신을 이은 것”, “5.18민주화운동 시기 헬기가 기관총을 사격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5.18에서 헬기 사격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사실로 이미 확정이 된 내용인데, 그걸 왜곡한 것이지요. 그건 그렇고 저는 기본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그에 따라서 인사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같은 나라, 민주주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들이 그렇게 하죠. 정권이 바뀌면 일부 기관장들은 당연히 그 정권의 인사들이 들어가는 게 있을 수 있고 또 맞다고 보는데, 하지만 특정한 성격의 기관들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대표적인 거고 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만 형식적으로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실질적으로 정략적 정쟁의 대상을 끌고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어느 정권에 의해서건 간에 국가 권력, 공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본 분들의 진상을 규명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화해를 하도록 하는 그런 위원회인데 그 기관의 성격에 맞는 사람을 보내야지 이 부분조차도 기관의 성격에 배치되는 사람이 들어오게 되면 공적인 영역들이 자꾸 훼손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 얼마 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광동 위원장의 민주화운동 왜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서 발언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4대 항쟁을 얘기합니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그다음에 6월항쟁 이렇게 4대 항쟁입니다. 그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그때 기자회견에는 우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대구), 3.15의거기념사업회(마산),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5.18기념재단 등 공법단체들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4.19세대는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에 저희들하고 별로 내왕이 없었습니다마는 이번에 그분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기를 뛰어넘어 한국의 민주화 운동 단체가 다 같이 모여서 한번 연대의 움직임을 보인 게 좀 의미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촛불시위,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집회도 열리고 있지만 이와 같이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의 모임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그렇습니다. 민주화 운동 단체들도 공동의 위기의식을 느꼈고요. 특히 4.19 어르신들도 엄청 화를 내시고 기꺼이 참여했어요. 4.19 단체 측에서 성명서 문구도 굉장히 과격하게 내시고 해서 조정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또 언제고 틈만 있으면,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사실 우리 헌법에 민주주의는 나와도 자유민주주의는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는 아니죠.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는 헌법 가치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 아닙니까?
■ 상식적으로 개인과 권력,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게 자유주의이지요. 자유주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된 거고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테면 법으로 정의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게 핵심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사실 자유주의는 나쁜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 본래의 자유주의가 얘기하는 자유의 개념과는 전혀 동떨어진 맥락에서 자유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시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정부가 취하는 여러 가지 정책이나 태도들을 보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과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자유를 실제로는 반공의 뜻으로 쓰는 게 아닌가라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반공민주주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공공성 공익보다는 자본과 권력의 무제한 질주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신자유주의적 통치 질서 이런 부분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 우리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은 우리 국민과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입니다. 둘 사이에 어떤 함수 관계가 있을까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통일이 더 가까워질까요?
■ 이렇게 답을 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 이게 과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특이한 좌우명을 갖고 있는데 ‘역사의 한계에 충실하자’, 이게 제 좌우명입니다. 예전에 우리 모두 민주화 운동을 해왔으니까 소위 논쟁을 엄청나게 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민족 문제에서 엄청나게 많은 토론을 해 왔었는데 이제 나이가 좀 들고 성숙한 지금 와서 보면 역사의 한계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인식 수준의 한계도 있었고 또 역사적 한계도 있었지요. 예를 들어서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주의를 추구했지요. 사회주의 이념과 맑시즘과 러시아 혁명을 보고 민족 해방의 그 무엇을 받았지요. 물론 그때는 스탈린 이전의 러시아였지요. 어쨌든 그런 러시아가 권위주의를 넘어선 전체주의 사회로 최종 종말을 맞게 되었는데, 이는 역사의 한계였다고 봅니다. 이 말씀을 굳이 드리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민주주의와 통일의 문제를 놓고 볼 때, 통일이라는 아젠다가가 지금 자라나는 주력 세대들, 미래의 주력 세대들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젠다이거든요. 이건 다른 얘기이지만 사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통일이라는 표현은 잘 안 쓰고 평화라는 말로 많이 대체가 되고 있습니다. 통일보다 평화 아젠다로 다가간다는 것이죠.
어쨌든 민주주의와 통일의 문제를 놀고 볼 때,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바람직한 통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조국은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미 100년 전에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결론입니다. 따라서 통일된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야죠. 이건 흡수통일하고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따라서 통일에 있어서도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여기에다 자유니 자유민주주의니 하고 갖다 붙이면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지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통일을 위해선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과 성찰, 지혜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렇게 답을 하고 싶습니다.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K민주주의”
□ 이제 마지막 부분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일하시니까 이와 관련된 몇 가지를 묻고자 합니다. 사업회가 21년이 됐죠. 사업회가 그동안 21년 지나면서 보수적인 정부와 진보적인 정부를 다 겪지 않았습니까? 민주주의와 관련해 두 성향 정부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 우회해서 말하겠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공공기관입니다. 4.19혁명, 부마(부산·마산)항쟁,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는 각각 법인이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포괄적으로 기념하고 계승하는 그런 공공기관은 유일하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밖에 없고 다른 부분들은 다 특수 법인들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특정 정부에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앞에서 호국, 독립, 민주 세 가지를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민주의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라는 것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과 영감을 주고 있죠. 외국인들이 국내에 오면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이 유일하기 때문에 우리 사업회를 소개시켜줍니다. 여기 오면, 이제 남영동의 민주인권기념관이 만들어지면 조금 나아지긴 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사료관을 비롯해 여기저기를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사업회가 외국 사람들과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산이나 인력 등에서 차이가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사업 내용에 대해서 정권의 취향에 맞게끔 약간씩 변형시키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즉 사업회는 특정 정권하고 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사업회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전략은 없고 다 단기적이고 전술적이고 정략적으로만 대응해 왔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경제 성장과 민주화이지요. 그 한축인 민주화를 어떻게 기리고 기념할 것인가 하면,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어떤 재단 같은 형식으로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렇게 하는 게 누구의 이해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게 국익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오래 전부터 이른바 한류가 세계적으로 떴는데 사실 핵심적인 한류 콘텐츠 중에 하나가,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K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요. K민주주의는 우리의 굉장한 자산입니다. K민주주의는 누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이거 좀 제대로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가 이뤄져야 하겠죠.
□ 지금 말씀하신 것과 연관이 되는데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고 봅니다. 특별히 기여했다고 하는 성과는?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사업회의 목적 1조가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함’ 이렇게 돼 있거든요. 제가 작년에 사업회 20주년 기념으로 그 목적에 입각해서 정리를 해놨는데요. (자료 책자를 보여주며) 이 자료를 보면 성과 20선이라고 나옵니다.
조직 발전 면에서는 민주인권기념관의 개관 준비,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운영 안착, 민주시민 교육 등을 했고, 그 다음에 사업적인 면에서는 6.10 기념식을 국가기념일로 만들어낸 것, 민주발전유공자한테 훈포상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포괄적으로 말씀드리면 민주화 운동을 우리 사회에서 흔들릴 수 없는 가치로 정립하는 것이지요. 앞에서 수차 밝힌 대로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이지요. 조금 이따 가보시겠습니다만 2층에 사료관이 있습니다. 이 사료관은 민주화 운동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료를 모은 곳입니다. 한국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서 90만 건의 사료를 소장하고 있어 그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 중에 하나가 사실은 그게 다 역사화를 하기 위해서 한 거예요.
그 다음에 여기 (책을 보이며) 한국 민주화운동사로 이렇게 통사로 세 권을 만들어 냈고요. 이게 현재까지는 유일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1990년대까지 민주화 운동사를 통사로 만들어놓은 건 처음입니다. 이게 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화 작업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앞에서 밝혔지만 ‘민주화 운동의 가치가 더 이상 흔들릴 수 없는 가치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민주화 운동 사전을 만들고 있는데 사전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개념 정리를 하는 거거든요. 그래야 학자들이 논문도 쓸 수가 있고 또 인용 자료가 되고, 기본 자료가 되는 거니까. 10년 작업이 걸립니다. 올해로 3년 차에 들어갑니다마는 주위에서 사전이 왜 아직 안 나왔냐 그러는데 이게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4월혁명부터 다 정의를 내리는 거거든요. 어려운 작업인데 하여튼 그런 기준과 준거를 마련하는 작업들도 하고 있습니다.
“후임 이사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현 정부의 기본 관점 확인할 수 있어”
□ 사업회가 올해나 또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싶었는데 이미 주요한 내용이 많이 나왔네요.
■ 사실 제일 중요한 거는 민주인권기념관입니다. 알고 계시겠습니다마는 민주인권기념관은 과거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치사 당하고 김근태 선생이 고문당했던 공간이지요. 과거에 국가 폭력의 장소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유일하게 그나마 덜 훼손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게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 개관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사 중이지요. 기념관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두 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국가 폭력이지요. 신관에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다룰 것인데 상설 전시를 하게 되면 저희들 생각에는 연간 한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오게 되리라고 봅니다.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그게 제일 커다란 일이고요. 그 이외에 경기도 이천에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 있습니다. 그것도 올해 1월 1일부터 우리가 운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것도 잘 운영해 안착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가 6월항쟁 36주년인데요. 작년에는 윤 정부가 5월 10일에 취임을 했거든요. 그래서 6월 10일 행사가 다 짜여져 있던 대로 넘어갔고, 그때 총리가 왔었는데 올해는 누가 참석할지? 또 올해 6월항쟁 행사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리고 행사 때 그동안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분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 정부에서 훈장을 드려왔는데 이런 게 올해도 지속될지? 이런 것들도 좀 걱정이 되지요.
그 다음으로 올해가 임원 교체기입니다. 이사장님이 6월 임기인데,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서 현 정부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기본 관점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관의 특성상 법적으로 임명권이 행안부 장관에게 있긴 합니다만 어느 분이 새 이사장으로 오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기관의 성격과 사업의 내용들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고 훼손되지 않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 사업회의 향후 사업에 기대가 되는 것도 있고 우려가 되는 것도 있네요. 모든 사업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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