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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4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100일, 유가족 눈물로 세운 서울광장 분향소

 


국민의힘 제외한 원내·외 정당들, 유가족과 연대하며 추모대회 총출동

4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시청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유가족들과 참석자들이 추모공간 분향소를 설치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서울시로부터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개최를 위한 광화문 광장 사용과 분향소 설치를 모두 거부 당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4일 경찰의 저지를 뚫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사전예고 없이 설치했다. 이들은 당초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대회를 열고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모두 막았기 때문이다.

분향소 설치 과정도 험난했다. 경찰은 신고하지 않은 집회 및 불법 시설물 설치라는 경고 방송을 거듭했고, 좁은 공간에 유가족과 시민, 경찰이 한 데 뒤엉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결국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까지 이동하지 않고, 분향소를 설치한 서울광장 옆 도로에서 시민 추모대회를 시작해야 했다. 추모대회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까지 약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함께했다.

힘겹게 분향소 설치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외로운 싸움 시작, 국민들이 지켜달라” 호소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참석자들이 희생자 영정을 들고 4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이태원참사 시민합동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북단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추모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옆 도로는 추모대회 시작 직전까지 모여든 추모객들이 왕복 8차선 도로 중 6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분향소 강제 철거를 우려해 추모대회 내내 분향소 옆을 지키기도 했다. 이들의 손에는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치’,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대통령이 사과하라’, ‘행안부 장관 파면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려 있었다.

가장 먼저 추모대회 무대에 오른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저희는 앞으로 서울광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며 “국민여러분들께서 저희를 지켜달라. 그리고 저희의 눈과 귀가 되어달라. 그리고 저희의 입이 돼 전 국민에게 저희 유가족에 대한 이 비참한 현실을 똑바로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제 유가족들은 여기 서울광장에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저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요청을 하는게 아니라, 투쟁을 할 것”이라며 “저희들의 앞길을 험난할 거다. 국민들께서도 저희의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 군의 어머니도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생존자였던 아들에 무관심했던 정부를 향한 울분을 토해냈다. 이재현 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됐으나, 친구 두 명을 잃은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학생이다. 정부는 이재현 군을 이태원 참사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재현 군 사망 23일 만에 이태원 참사 사망자로 인정했다.

재현군 어머니는 참사 이후 아들이 얼마나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는지 전했다. 재현군 어머니는 “확연히 줄어버린 말수에 잠들기가 어렵다며 한 번도 안 먹어본 수면제를 제게 달라고 했다”며 “하루는 (재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이제 나는 내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나만 살아남은 게 너무 미안해. 달리는 차에 뛰어 들어가든 어떻게 해서든 죽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하는 내가 너무 싫어’. 이 잠깐의 대화가 참사 이후 43일간 재현이가 제게 자기 생각을 말했던 유일한 대화였던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재현군 어머니는 “10월 29일 이후 재현이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져 있었다. 엄마아빠한테 자기가 겪는 고통을 넘겨주기 미안해서 혼자 안간힘을 쓰며 살아보려고 했지만, 세상은 16살 어린 재현이의 고통을 방치하고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여기서 우리 재현이가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준 밝고 예쁜 아이라는 거, 그런데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는 걸 사람들한테 말해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야당 지도부, 의원 총출동한 추모대회,
‘이상민 파면’ 한목소리로 외쳤다

4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이날 추모대회에는 원내·외 야당 대표들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유가족이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희생자들을 기릴 자그마한 공간을 내어달라는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진정한 추모는 기억이다. 또 참사의 온전한 치유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에서 시작된다. 희생자와 유족, 모든 국민에게 평범한 주말이 되어야 했던 10월 29일을 고통으로 만든 그 책임을 반드시 묻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행정과 안전을 책임질 능력이 없는 행정안전부 장관, 권력을 포기하고 책임지느니 차라리 사람의 도리를 포기하는 쪽을 택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즉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국회가 나서서 그 일을 해내야 한다. 우리 국회가 왜 머뭇거려야 하나.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국회가 그 도리를 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도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상민 장관 탄핵안을 이번 임시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며 “‘이상민 방탄’에 급급한 정부·여당이 또다시 방해하더라도 반드시 국회가 이상민 장관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유가족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동당 나도원 대표, 녹색당 김예원 공동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독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는 추모대회에서 성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재난 대응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즉각적인 파면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거듭 요구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 세 가지 요구사항을 실현하기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시민대책회의는 시청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당분간 24시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판단한 서울시와 경찰 등이 분향소를 철거할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시민대책회의는 "시민들도 분향소에 들러서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힘찬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해달라"며 "많이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4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시청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유가족들과 참석자들이 추모공간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한 아버지가 자식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4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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