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사’보다는 ‘윷놀이’
- 이창현 기자
- 입력 2023.02.02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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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향우회 회원들 간 돈독한 친목을 위해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어 새해 덕담도 나누시고 즐거운 각종 민속놀이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설 명절 연휴를 보낸 지 불과 얼마 안 돼서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라는 제목으로 기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내용이다. 여기서 기자는 ‘척사’라는 단어보다는 ‘윷놀이’라고 표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척사(?)’라는 단어만 들으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혹시 구한말 위정척사(衛正斥邪)운동의 그 척사인가, 하고 생각함 직하다. 아니다. ‘척사(擲柶)’의 ‘척(擲)’은 던진다는 뜻을, ‘사(柶)’는 윷을 뜻한다. ‘나무와 네 개’, 한마디로 ‘윷놀이’라는 뜻이다.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윷놀이는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물기, 오곡밥 먹기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놀이 중 하나다. 윷놀이는 양편으로 나눠 윷가락 4개를 던져 윷가락이 엎어지고 젖혀진 상태에 따라 윷판의 모든 말을 목적지에 먼저 도달시키는 편이 이기는 놀이로, 정초(正初)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가족과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줄곧 전승·유지됐다.
또 산업사회로 바뀌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급격히 와해되는 사회 변화에도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단절 없이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은 대표 전통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역사 문헌에서 ‘윷’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문헌에서는 윷을 직접 나타내는 용어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윷을 ‘저포(樗蒲)’와 동일하다고 보기도 하고 혼용해 지칭하기도 한다.
이후 조선시대 초기에는 윷놀이에 해당하는 ‘사희(柶戱)’라는 용어가 나타났고, 조선시대 중·후기에는 ‘척사(擲柶)’라는 용어가 나타나 일제강점기와 현대까지 널리 사용됐다.
1992년 7월 열린 제31회 충북 도민체전에서는 윷놀이가 제기차기와 함께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스포츠라고 하기도 마땅치 않고 실력보다 운이 중요한 윷놀이가 정식종목이라는 사실이 이상했지만, 도민체전이 화합과 축제의 장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11일 윷놀이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평택시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최근 ‘척사대회’라는 용어 대신 ‘윷놀이대회’를 사용하자고 민간에 권고하는 한편, 시에서 진행하는 관련 행사에서도 ‘윷놀이대회’를 공식 명칭으로 하겠다고 했다.
의왕시는 오래전부터 정월대보름을 맞아 ‘내손1동 정월대보름 윷놀이 행사’, ‘정월대보름 청계동 민속놀이 한마당’, ‘부곡동민 한마음 윷놀이 대회’처럼 ‘척사대회’가 아닌 ‘윷놀이 대회’라는 명칭을 각 동이나 단체에서 사용한다.
전통은 함께 즐기면서 다음 세대로 계승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나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만한 ‘윷놀이’를 공식 명칭으로 쓴다면 정월대보름 전통은 더욱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이창현 기자 kgpr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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