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최영찬 위원장이 오늘(10일) 대법원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민주노총을 악마화하고 진보민중을 적대시하며 공안탄압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빈민 대표단체의 수장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진 것.
2014년 박근혜 정부 아래서, 민선 5기 오세훈 서울시장(2010년)의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본뜬 노점상 탄압 정책에 맞서 싸웠다는 게 구속 사유다.
그들이 먹은 ‘떡볶이, 어묵’은 어디로 갔을까…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던 그날, 최 위원장은 지방 일정이 잡혀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안동교도소에서 출소할 노점상 동료의 석방 환영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동료는 남한산성 입구에서 노점을 했고, 강제철거에 저항하다 공무집행 방해죄로 2년 실형을 살았다. 동료가 출소한 지 이틀 뒤인 10일, 그 역시 서울 강남, 동작, 인천 남동구 등지에서 노점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다 구속에 이르렀다. 노점상 탄압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싸우고 싸운 그에게 죄를 덧씌웠다.
남한산성 투쟁도, 서울지역 투쟁도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장사 보장’ 약속을 번복하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새누리당)는 노점상단체와 합의를 뒤집고 철거를 강행했고, 신현희 강남구청장(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신 구청장은 부임하면서 “불법과는 타협이 없다”고 선포했다. “노점 강제철거에 사용하겠다는 용역비가 30억이었는데, 구청장 부임 후 3개월 만에 20억에 가까이 돈이 투입됐다. 천문학적인 돈”이라고 최 위원장은 말했다.
지자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점상에 대한 탄압은 극심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당시 지방 정부들도 대부분 새누리당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진 자들,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세력이 당선됐으니, 그들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민원을 핑계 삼으면서 건물주들이나 사회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펼쳤죠.”
“값비싼 아파트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노점들이, 상인들이 사람을 모이게 했기 때문이에요.”
최 위원장은 안산 5일장(場)을 예로 들었다. “허허벌판으로 쫓겨난 노점상들이 23년간 그곳에서 5일장을 열었어요. 장(場)이 서고 조금씩 상권이 형성돼 도시로 변모했고, 지금은 화려한 빌딩 숲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고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권을 만들었던 주역들은 내쫓겨지기 바빴습니다.” 재래시장이 있으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안산 5일장의 노점상들은 지금 텐트를 치고 강제철거에 맞서 투쟁 중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친서민’을 강조하면서 재래시장이나 노점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고, 어묵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당선만 되면 그곳에 가서 단속하고 철거한다.
“이명박이 후보 시절 들렀던 노점이 6곳 정도 되는데, 그곳 노점들은 이미 다 사라졌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했다.
‘노동자 탄압’과 닮은 ‘노점상 탄압’
그들이 노점 철거 정책을 들이미는 근거엔 ‘법’과 ‘원칙’이 있다. 마치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 닮은 꼴이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자들이 노점상을 탄압하는 방법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방법과 많이도 닮았다.
“돈으로 죽이는 거예요. 과태료. 예전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로 과태료가 나옵니다.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 300만 원…. 안산 5일장 투쟁의 경우 벌써 과태료가 1억을 넘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를 때리고,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생계를 옥죄는 방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억울해도 고소·고발조차 쉽지 않다. 고소·고발을 하면 바로 보복 단속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계에 쫓기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도 녹록지 않기 때문에 법정 공방을 시작하면 불리할 때가 많습니다. 도시빈민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악랄한 형태인 거죠.”
“벌금 말고 세금 내고 싶다”
그래서 노점상, 도시빈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했다.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벌금’ 아닌 ‘세금’ 내고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최 위원장이 “노점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노점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코드번호를 갖고 있다.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 노점상도 명백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영세사업자가 면세 대상인 것처럼 노점상도 우리 세법에 ‘면세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노점상에게 붙여지는 ‘불법’, ‘탈세’란 단어는 틀린 말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말대로 노점상들은 벌금(과태료)을 명목으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세금을 내고 있고, 벌금이 쌓이고 쌓여 1억 원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노점상도 떳떳하게 장사해 벌금이 아닌 세금을 내겠다”는 것, 이런 의지를 담은 것이 노점상특별법 제정 투쟁이다. 더 이상 노점상이라는 직업을 숨기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고, 당당한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받으며 세금을 내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2021년, 5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다. 스스로 법안을 만들고 발의하면서 노점상들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강제철거에 저항했던 투쟁에서 한발 나아가 이 사회 ‘경제적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채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제철거 계고장이 날라오면 연대 온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그러다 다치고 하면서 거의 방어적인 투쟁만 계속해 왔습니다. 외부에서 ‘노점상들은 불쌍하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젠 수세적인 방어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합니다.”
‘노점은 시민들에게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더 똘똘 뭉쳤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는 것처럼 “노점상들도 생계권, 그리고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하고 보장받겠다는 의지”라고 최 위원장은 강조했다.
‘강제철거 중단’을 외쳤던 지방자치단체 앞 농성은 어느새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으로 바뀌었다. 노점을 찾는 시민들에겐 음식을 내기 전 서명지를 먼저 내밀었다. 그리고 국민동의 청원 5만 서명을 달성한 날, 최 위원장은 홍대 앞 노점에서 회원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노점상특별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이제 공세적으로 싸워 쟁취해야 할 일이 남았다.
“윤석열 정부? 패악·패륜 집단일 뿐”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도시 개발, 도시빈민·노점상 정책이라고 다를까.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인물들”이라는 말로 일갈했다.
그리고, 윤 정권을 향해 쏘아붙였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패악질을 많이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자마자 자본의 배만 불리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면서 예산은 엄청나게 삭감했고, 노골적으로 부자 감세를 한 상황이에요.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철거민, 쫓겨나는 도시빈민은 당연히 늘어날 겁니다. 투쟁하는 철거민을 가두는 것도 그렇고, 무슨 ‘간첩단’ 사건까지 만드는 것을 보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처벌하고, 제 갈 길만 가는 패악스런, 패륜적인 집단이나 다름없어요.”
민선 5기(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든 노점 가이드라인도 현재까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지자체로 내려가면서 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년 노점 계약을 맺어야 하며, 재산이 2억 5천을 넘어가면 재계약에서 탈락한다. 집 전셋값도 여기 포함된다. 부부가 같이 노점을 하다가 한 명이 아프기라도 할 시, 사람을 고용하면 가이드라인에 저촉된다. 오죽하면 노점상들 입에서 “노점 죽이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소리까지 나올까….
탄압 거셀수록 투쟁은 더 거세진다
“윤석열이 노동자·농민·빈민을 상대로 기선 제압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텐데, 오산입니다. 탄압이 거셀수록 우리의 투쟁은 강해지며, 연대의 힘도 강해질 것입니다.”
스스로 노점상을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칭한 최 위원장은 회원들과 함께 화물연대 노동자 투쟁에도 쉼 없이 연대했다. 노동자 못지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탄압이 있는 곳에 노동자·농민·빈민 가릴 거 없이 투쟁할 것이며, 노점상특별법 쟁취를 위해 더 강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988년 6월 13일, 독재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에 맞서 전국의 노점상들이 생존권 쟁취를 위해 투쟁해 승리한 날. 노동자들이 5.1 노동절, 11월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을 기념하듯, 노점상들도 이날을 기념해 매년 ‘6.13전국노점상대회’를 열어 왔다. 민주노련은 “6.13대회를 노점상 특별법 쟁취의 날로, 윤석열 정부와 맞짱뜨는 날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높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탄압이 있기에 조직사업(민주노련 가입사업)도 잘 된다”는 믿음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맞서 투쟁해야 할 노점상들이 민주노련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민주노련 사무실 한 벽면을 차지한 ‘회원현황 게시판’은 현재의 조직현황을 다 써넣기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최 위원장은 또, 사회경제적 주체로 떳떳하게 노점을 일궈나갈 회원들과 함께 ‘도시빈민의 직접정치’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었다. “노예처럼 살고, 누구의 정책에 휩쓸려 사는 것이 아닌, 노점상이 떳떳한 사회를 만들고, 정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앞으로의 과제가 많다”는 최 위원장.
그는 재판을 사흘 앞둔 이날, 회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겼다. 그리고 옥중투쟁 결의도 불사했다.
“이젠 싸워야 할 때입니다. 더더욱 뭉치고, 조직화해야 합니다.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와 농민, 연대 투쟁의 파고를 강하게 다져야 합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시간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역행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일하는 사람이 잘 살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우리의 숙명입니다. 물러섬 없이 투쟁합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