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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상사한테 '○○씨' 불렀다가 한소리…존칭 맞지 않나요?"

머니투데이
  • 정세진 기자2023.02.14 04:00

"상사한테 '○○씨' 불렀다가 한소리…존칭 맞지 않나요?"
#.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묘한 감정을 느꼈다. 후배로 입사한 직원이 자신을 부를 때 '○○씨'라는 호칭을 사용해서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배 직원은 예의가 발랐다. 김씨 자신도 그날 이후 애매한 상황에서 '씨'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선배에게서 꾸중을 들었다. 선배는 "보통 아랫사람에게 '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는 선배에게는 절대 '씨'라는 호칭을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내 어문규범·어법·표준국어대사전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온라인 가나다'에 질문했다. 현재 온라인 가나다에는 '씨' 호칭 사용과 관련해 비슷한 질의가 330개 넘게 올라 와 있다.

'○○씨'라는 호칭의 사용법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교나 회사 선배에서부터 대통령 가족을 부를 때까지 '씨'라는 표현을 쓸 때가 많은데 이것이 예의를 차리는 호칭인지 여부가 모호해서다.

김씨의 질의에 국립국어원은 "호칭어, 지칭어와 관련해서는 규정으로 정해 놓은 것은 없고 소속된 집단에서 협의해 정해 쓸 수 있다"고 답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는 공식적·사무적 자리는 어디까지인지, 친척이나 새롭게 형제 자매와 결혼하는 사람에 대해 '씨' 호칭을 붙여도 되는지,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모르는 사람 이름을 물어볼 때 '씨'를 붙여도 되는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씨' 호칭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반복해 올라 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개팅 상대가 첫 만남에 '○○씨'라고 불렀다며 예의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사연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이 같은 질의에 "언어 예절은 한글 맞춤법과 같은 어문 규정에 의해 명확히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과 맥락, 화자와 청자의 관계나 언어 습관 등을 두루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며 단정적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한다. 어문규범이나 어법을 기준으로는 답변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과거 독립신문을 보면 전라 어사 ○○씨라고 쓰며 존칭의 의미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신문에서 직급이 없거나 낮은 사람에게만 '씨'라고 쓰면서 구어에서 '씨'의 존칭성이 훼손됐다"며 "언론이 대통령이나 기업 회장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겐 '씨'를 붙이지 않으면서 언어 수용자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상사한테 '○○씨' 불렀다가 한소리…존칭 맞지 않나요?"

신 교수는 또 "입말(구어)에서 대면해서 누구를 부를 때 직급이 같거나 하급자인 경우 ○○씨라고 부를 수 있지만 상사에게 ○○씨라고 부르는 건 명확한 결례"라며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씨'를 붙일 땐 존중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씨' 호칭의 존칭성이 옅어지면서 기업에서도 2000년대 초반 이후 직급과 상관없이 '님'으로 부르거나 '프로' 등의 호칭을 만들어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높여부르는 문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래 존중의 의미가 있지만 젊은 MZ세대 직원 입장에서 상급자가 '씨'라는 호칭을 사용할 때 기분이 나쁘다는 반응도 있다"며 "평소에 자유롭게 소통하려는 게 훨씬 중요한 데 수직적 문화에서 호칭만 바꾸려고 하니 감정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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