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이제 다시 소통할 수 있습니다"…마스크 벗은 농아인들

 


마스크를 쓰면 베테랑 통역사도 소통에 어려움 겪어
청인과 달리 비대면 행사가 불가능해 더욱 심각한 사회적 고립 발생
타 지자체에 비해 농아인 관련 부설 기관 및 수어 통역 배치 부족
지역사회에서 수어사용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image
박유로 수어통역사가 22일 전북농아인협회 교육실에서 수어 교육을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마스크를 벗으니 이제 우리의 말이 제대로 통하는 것 같아요”

지난 3년 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아인들에게 소통 제약이라는 고통을 안겼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때문에 다른 팬데믹 시 농아인들을 위한 대책이 하루빨리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인들은 흔히 수어(‘手語’)를  한자풀이 그대로 손동작으로만 하는 시각 언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어는 손동작과 얼굴의 표정, 머리와 입, 눈썹, 눈의 움직임, 어깨 몸짓 등을 이용하는 ‘비수지 기호’가 전체 언어 중 40%를 차지한다.

비수지 기호는 음성 언어의 세기와 길이, 억양 등과 같은 역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뜻이 있어 수어에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 기간 동안 농아인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언어 상실의 시대'를 견뎠다.

농아인 김만수 전북수어통역센터본부장은 "코로나19시기 저나 다른 이의 얼굴 표정을 읽지 못해 대화가 안됐고 대화를 위해 마스크를 벗는다고 양해를 구하는 등 답답하고 번거로운 일상의 계속이었다"며 "마스크 착용의무 제도가 해제되니 후련하고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수어통역센터에서 10년 째 통역을 하고 있는 박유로 수어통역사(42)도 손동작과 연결되는 비수지 기호가 없으면 베테랑 통역사라도 소통하기 힘들다고 한다.

박 씨는 “코로나가 심했을 때는 농아인들이 구급상황에 처했을 때, 의사나 병원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벗어야 되는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해 위급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며 “또 흔히 유행한 비대면 행사도 핸드폰 화면으로는 미세한 비수지 기호를 인지하기 어렵고, 대면으로는 농아인이 모일 곳이 없어 ‘나의 언어로 내 이웃들과 소통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정규 전북도의원(임실)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전북도 농아인은 2만1941명으로 도민 100명 중 1명 이상이 농아인이다. 

그러나 2022년 6월 기준 전북도에서 활동하는 통역사는 63명으로 전주시는 통역사 1인당 846명, 익산시는 762명, 군산시는 519명의 농아인을 감당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마스크의무착용 조치가 해제돼도 불편은 그대로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그들이 비농아인들을 부르는 '청인'들이 쉽게 이용하는 각종 복지 시설도 통역사가 없다면 이용제약은 여전하다.

박 의원은 “수어 통역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물건을 하나 구매하더라도 제품 설명부터 구매 후 하자가 생겼을 경우에 클레임까지 모두 통역사가 나서야 한다”며 “병원과 행정기관 등에서도 모든 민원 업무를 도와야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상황이기에 각 관공서라도 수어통역 인력을 확보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과 대구, 대전, 광주, 경기, 제주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농아인 쉼터와 농아인 복지관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농아인들은 통역사와 농아인 복지시설이 늘어나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수어사용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형노 한국농아인협회 전북협회장은 “수어가 2016년부터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공용어가 됐고, 전북도 또한 2016년 전국 최초로 한국수화언어 지원 조례를 제정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어사용과 관련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며 “자체적으로 수어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교육 가운데에서도 수어교육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다시 왔을 때 수어 사용인구가 많을수록 농아인의 사회적 고립이 해소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아인 김만수 씨와 이형노 회장의 인터뷰는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엄승현 기자·송은현 수습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