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실고’ 갈까? ‘싣고’ 갈까?
다음 괄호 안에 알맞은 말은?
차를 배에 (실고, 싣고) 갔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낱말이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면 헷갈리는 것이다. 원형이 ‘싣다’라는 것은 알지만 ‘실으니’ ‘실으면’으로 활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실고’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로 ‘싣고’보다 ‘실고’가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실고’로 적는 경향이 있다.
우선 ‘싣다’는 “차에 짐을 실어 날랐다”처럼 물체를 운반하기 위해 차·배·비행기 등에 올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노곤함이 다가왔다”와 같이 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해 탈것에 오른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쓰임에서 보듯 ‘싣다’는 ‘실어’ ‘실으니’로 활용된다. 그러다 보니 서두의 문제도 ‘실고’가 정답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싣다’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되는 경우에만 ‘실어, 실으니’ 등으로 활용되고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될 때는 어간이 살아 있는 형태인 ‘싣는, 싣지’ 등이 된다.
문제에서도 모음이 아니라 자음인 ‘-고’와 결합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어간이 살아 있는 형태인 ‘싣고’로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정답은 ‘싣고’다.
이처럼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하는 활용을 하는 낱말을 ‘ㄷ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하는 것으로는 ‘듣다’도 있다. 자음 앞에서는 ‘듣고, 듣지, 듣더라’와 같이 어간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들어, 들으니’와 같이 ‘ㄷ’이 ‘ㄹ’로 바뀐다. ‘걷다, 깨닫다, 묻다(問)’ 등도 ‘ㄷ 불규칙 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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