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여름에 볼 수 있는 나팔꽃. 그 꽃 이름은 모양이 나팔을 닮았기 때문이다. 나팔꽃은 본디 '나발꽃'에서 유래한 말로 나발꽃과 나팔꽃이 함께 쓰이던 것을 1988년 '나팔꽃'만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나발꽃에서 나팔꽃으로 변화는 한자어 나팔(喇叭)의 읽는 방법의 변화를 보면 그 실마리가 보인다. 나팔(喇叭)의 한자음은 18세기까지는 '나(라)발'로 읽었는데 19세기에 나팔로 읽은 예가 보인다. 성경번역가 이수정이 우리말 한자음 표기에 참여한 '명치자전'(1855년~1888년)에 '나팔'이 나오며, '국한회어'(1895년)에 '나발, 라팔' 등으로도 쓰여 한자음 변화를 증명해 준다.
나발꽃은 나팔꽃으로 언제 정착되었을까? 19세기 필사 자료로 추정되는 유희의 '물명고' 여러 책 중에 '나발ᄭᅩᆺ'이 처음 보이는데 20세기 초의 일본어 교재인 '정선일어독학'(1915년)에도 '나발ᄭᅩᆺ'이 쓰였다. 1930년대 초까지 식물 이름 관련 책들에도 '나(라)발ᄭᅩᆺ'으로 기록된 것이 확인된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은 조선식물향명집(1937년)과 당시 한글 맞춤법을 반영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에 나팔꽃이 등재됨으로써 '나팔꽃'으로 수렴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동요 '꽃밭에서'(1953년 발표)도 '나팔꽃'으로 표기돼, 정착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나팔'과 관련된 흥미로운 언어 현상이 목격된다. 현재 국어사전에는 '나발치마'만 있는데 비슷한 표현으로 '나팔치마'란 새말이 일상에서 쓰이는 것이 확인된다. 나팔꽃이 나발꽃을 밀어낸 것처럼 사전에 없는 나팔치마도 나발치마를 밀어내고 사전에 등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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