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8/24 [15:28]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기 전에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인사 문제’, ‘독단·독선’, ‘무능’, ‘김건희 씨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요인으로 꼽혔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아래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낼지 지켜봤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이런 내용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자화자찬만 늘어났다.
국민은 이런 윤 대통령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확신을 했다.
공감 능력 ‘0점’인 대통령, 입으로만 국민 외쳐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한 1년 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습니다.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입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습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시작과 끝에서 국민을 언급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려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에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상대가 경험한 바를 이해하거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 공감 능력이 0점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이 원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궁금해하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근본 요인, 김건희 씨 문제, 인사 실패, 독단·독선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내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에 관해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회피했다
그리고 김건희 씨 등 관련한 질문은 아예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질문하는 기자를 선별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기중심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 등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러니 독단적이고 독선적으로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섬긴다면 이런 기자회견을 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국민이란 말은 단지 수사에 불과했다.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인사 실패는 계속됐다. 검찰 편중 인사가 논란의 발단이 됐고 잇따른 고위공직자 낙마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졌다.
이렇다면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사 실패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았는데 왜 인사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봄으로써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말은 인사 실패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채 그냥 잘해보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이쯤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대표적인 인사 문제를 살펴보자.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낙마자는 지난 5월 3일 사퇴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다. 김인철이 한국 ‘한미 정부 장학금(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었을 때 아들과 딸을 모두 장학생으로 선정한 ‘아빠 찬스’ 의혹으로 사퇴했다.
또한 각종 혐오, 차별 발언을 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사퇴했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자녀들 특혜 의혹으로 사퇴했다.
그 외에도 정호영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승희는 부동산 ‘갭투자’ 의혹, 정치자금 사적 사용 의혹으로 사퇴했다. 최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사퇴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만취 음주운전 경력, 논문 표절이 큰 문제가 됐으나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는 고위직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지인 채용 논란 등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법에 정해진 수사 감찰 기구로 하여금 민주적 통제를 받으며 투명하게 그 기능을 법에 따라 수행하도록 하고, 대통령의 제왕적 초법적 권력을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 들어오게 했습니다”라면서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성과로 꼽았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지난 6월 출범했다.
인사정보관리단에서 공직 후보자의 재산이나 비위 경력을 검증하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인사기획관실이 최종 검토해 후보자를 인선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직속인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일차 검증하면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최종 검증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이런 체계라면 검찰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를 장악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5월 27일 자 사설에서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대략 7천 명으로 알려져 있고,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까지 넓히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검찰의 입김도 걱정이지만, ‘검찰의 눈’으로만 살아온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인재를 찾아낼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첫 번째로 검증한 사람이 서울대 교수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였다. 윤 대통령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송옥렬은 성희롱 문제로 지명된 지 5일 만에 사퇴했다.
지난 7월 11일 문화방송은 “송 교수가 과거 발언이 문제 될 걸 알고 처음부터 고사했다”라면서 “오래 고민하다 제안을 수락했었다”라고 송옥렬 동료 교수의 말을 보도했다.
즉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참모들이 성희롱 문제를 검증과정에서 알았으나,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찰국 신설 문제도 짚어보자.
경찰국은 치안본부의 부활이라며 각계는 물론 경찰 안에서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군부독재 시절 정권의 시녀 역할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로 경찰국을 새로 만들었다.
만들 때부터 논란이었던 경찰국은 초대 국장 문제로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는 ‘밀정’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경찰에 팔아 경찰로 특채됐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공안 사건에 정보를 제공해 초고속 승진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순호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하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인사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반성할지 모르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 한탄만 나올 뿐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하거나 인적 쇄신을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서 개선할 의사도 보이지 않았다.
인적 쇄신도 기자회견 후 소폭으로 했다.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이른바 ‘윤심’으로 불리는 김은혜 전 국회의원을 앉혔다. 이는 김 비서관을 통해서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듣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섬길 줄도 모르고 잘못을 반성할 줄도 모르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뒤에 “참을 만큼 참았다. 퇴진시키자”라며 촛불집회를 곳곳에서 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더 크게 불러왔을 뿐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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