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환경부가 국민 속였다... 낙동강은 7월부터 위험 수준

 조류 대발생으로 국가재난사태 준하는 상황... 환경부의 이상한 조류경보제 채수법

22.08.20 18:48l최종 업데이트 22.08.20 18:48l


"놀라지 마십시오. 보내주신 시료에서 남조류 세포수를 세어보니 무려 102만셀이 나왔습니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의 연락이었다. 102만셀이라니 놀라운 수치다. 정확히는 102만셀/㎖로 1밀리리터 강물에 102만개의 남조류 세포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엄청난 양이다.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7월 26일 문산취수장 취수구 바로 앞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저 물을 취수해서 수돗물을 만든다 생각하니 끔찍하다.
▲  7월 26일 문산취수장 취수구 바로 앞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저 물을 취수해서 수돗물을 만든다 생각하니 끔찍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시료를 뜬 날은 7월 26일이고 장소는 강정고령보 문산취수장 취수구 바로 앞 낙동강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 시료를 채수했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고 강정고령보 전체가 이런 상황이었다고 보면 된다. 즉 이날 강정고령보에서는 조류 대발생 수준으로 녹조가 창궐한 것이다.

현행 조류경보제에서는 남조류 세포수가 100만셀 이상 두 주 연속되면 조류 대발생을 선포하고, 이는 바로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사태가 된다. 강정고령보가 그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낙동강 '녹조 곤죽'에 물고기 죽고, 취수장 앞은 녹조라떼 http://omn.kr/20084]


이런 물을 취수해서 수돗물을 만들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강물 상황이 이러하기에 이런 물로 만든 수돗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시료를 뜬 곳의 강변은 온통 녹조 곤죽이었다. 강물을 한 컵을 떴더니 뻑뻑한 녹조가 컵에 가득하다. 녹조라떼가 녹조곤죽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조류 대발생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환경부의 이상한 채수법

그런데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환경부가 하루 전날인 7월 25일 채수한 물에서는 밀리리터당 남조류 세포수가 9116셀이 나왔다고 밝혔다. 102만 vs. 9116이다. 이 심각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의 차이다.
 
7월 25일 환경부가  조류경보제 채수 지점에서 뜬 물에서 남조류 세포수가 고작 9,116셀이 나왔다.
▲  7월 25일 환경부가 조류경보제 채수 지점에서 뜬 물에서 남조류 세포수가 고작 9,116셀이 나왔다.
ⓒ 환경부

관련사진보기

   
필자는 강 표면의 물을 떴다. 녹조가 발생하면 표면에 뜨기 때문이고, 그 상태의 물을 사람들이 접촉하기 때문에 표면의 물을 떠서 분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환경부는 강의 상중하 그러니까 깊은물 중간물 표면물을 각각 떠서 한 통에 넣어 섞어서 그 섞은 물을 분석한다. 그러니 당연히 수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채수하는 지점도 다르다. 수돗물의 안전을 생각해서 채수를 한다면 당연히 취수장 부근 강물을 채수해서 분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문산취수장에서 4.8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지점 그것도 강 가장자리가 아닌 강 중간에서 채수를 해서 그 물을 분석한다.

26일 환경부가 채수하는 지점 그 부근을 배를 타고 살펴봤지만 조류 알갱이가 많지 않았다.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남조류 세포수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의 물을 떠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중하층의 물을 섞어서 분석하는 분석법을 쓰고 있었다.
 
호주의 채수법을 만든 마이클 버치 교수가 증언한다. 호주는 취수구 바라 앞의 물을 채수해서 분석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호주의 방식을 따랐다는 한국은 왜 취수구 앞의 물을 채수하지 않는 것인가?
▲  호주의 채수법을 만든 마이클 버치 교수가 증언한다. 호주는 취수구 바라 앞의 물을 채수해서 분석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호주의 방식을 따랐다는 한국은 왜 취수구 앞의 물을 채수하지 않는 것인가?
ⓒ 뉴스타파

관련사진보기

   
뉴스타파가 22년 2월 14일자 방송에서 이러한 채수법에 대해 환경부에 집요하게 묻자, 호주의 채수법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실토한다. 그런데 장작 호주에서 채수 방식을 만든 담당 교수에게 물었더니 호주는 당연히 취수구 바로 앞의 물을 떠서 분석하고 보조적으로 상류의 물을 떠서 분석을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 환경부의 분석법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이 들통이 난 셈이다.

이러한 채수법은 박석순 교수가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부임했을 때 바뀌었다. 유명한 4대강사업 찬양론자인 박석순 교수가 원장으로 있을 때 이렇게 바꾼 이유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환경부

이 채수법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102만셀 vs. 9116셀이라는 이런 심각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해줘야 할 환경부는 지금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7월 26일 낙동강에서 뜬 2022년 산 녹조라떼 그런데 녹조곤죽으로 불러야 한다.
▲  7월 26일 낙동강에서 뜬 2022년 산 녹조라떼 그런데 녹조곤죽으로 불러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금이라도 채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는 다음과 같이 취재한 사실을 추가로 말해주었다.

"혼합 채수를 하는 것도 물을 샘플링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는 한다. 혼합 채수를 위해 만든 혼합 채수기라는 기구도 있더라. 그래서 그 방법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한국정부는 녹조가 없는 부분(강 가운데, 물살이 있는 곳)에서 채수를 하니 문제고, 레크레이션 장소(강 가장자리)는 아예 하지 않으니 문제다. 취수구 앞은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 환경부처럼 (매곡취수장) 취수구에서 거꾸로 7킬로미터(강정고령지점) 올라가서 채수하는 것은 매우 부정확한 방식이다."
 

조류경보제는 국민에게 조류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려주기 위해서 만든 제도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 국민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것이니 말이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있는 한 시민. 정부에서 녹조가 얼마나 위험하고 독소가 정확히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니 저 같은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있는 한 시민. 정부에서 녹조가 얼마나 위험하고 독소가 정확히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니 저 같은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금 강변에 나가보면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시민들이 수상레저 활동을 한다고 열심이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도 모터보트를 타거나 카약 등을 타는 일이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으니 발생하는 문제다.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조류경보제를 지금이라도 수정해야 한다. 강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주민들이 강을 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강 가운데 들어가는 국민이 누가 있는가? 거의 대부분은 강 가장리에서 낚시를 한다든가 산책을 한다든가 레저 활동을 한다. 그러면 그에 맞게 조류경보제를 운영해야 한다. 환경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간 낙동강 현장을 취재해오면서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죽어가는 현실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녹조는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는 증거입니다. 낙동강은 죽어가면서 우리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루빨리 낙동강을 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경제적이고도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