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29일 아침신문들은 사설에서 이 대표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예고하고 정치력 입증과 민주당 재건, 민생 대안 제시, 사법리스크 대응 등 당면 과제들을 꼽았다.
이 대표는 이날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당원·국민 여론조사 합산 결과 77.77%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용진 의원(22.23%)를 큰 표차로 이겼다. 신문들은 “민주당 계열 정당 역대 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경향신문)이며 “70%대 득표율로 당대표가 선출된 것은 현재와 같은 방식이 도입된 뒤 처음”(한국일보)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저를 여러분께서 다시 세워주셨다”며 “국민과 당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 지엄한 명령을 엄숙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을 두 팔 걷고 돕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선 정청래(3선)·고민정(초선)·박찬대(재선)·서영교(3선)·장경태(초선·이상 득표율 순) 의원이 당선됐다. 고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이재명’을 표방했던 이들이다. 이 대표는 취임 뒤 첫 일정으로 2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신문들은 “당내 통합을 강조하려는 행보”라고 했다.
신문들은 이 대표가 “대선 등 잇단 패배 책임론과 사당화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3·9 대선 이후 5개월여 만에 제1 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윤석열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것”(한국일보)이라고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당’에서 ‘이재명당’으로 당 주도세력이 바뀌었다”고 했다.
사설에선 이 대표에 당 통합과 쇄신, 민생 대책 선도,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과제로 꼽았다.
세계일보는 “우선 과제는 당내 통합이다. 경선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비이재명계를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관건”이라며 “당내 통합보다 더 중요한 건 팬덤 정치와 결별하는 일이다. ‘20년 집권’을 호언장담하던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닌 탓이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170석 가까운 거대 야당을 이끄는 리더로서 윤석열 정부 견제라는 야당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안으로는 친명과 비명으로 갈라진 당을 통합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열성 지지층은 이 대표의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그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권리당원 투표율은 37%로 당 안팎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높지 않은 기대치”를 과제로 꼽았다. 한겨레는 “정권의 실정을 힘있게 견제하면서도 국민에게 인정받는 유능한 민생 정당으로 민주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민주당은 ‘집값 폭등’으로 대표되는 민생 정책의 무능과 실패로 정권을 5년 만에 내줬다. 윤석열 정부는 이 틈을 파고들어 집권했지만,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더 큰 무능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민생대안과 미래비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익과 민생이 직결된 의제에 대해선 당파적 이익을 뛰어넘어 적극적인 협치에 나서야 한다. 행여라도 윤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발목잡기에만 매달려서는 미래가 없다”며 “윤 정부 지지율이 취임 초기보다 20% 정도 급락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그대로이거나 소폭 상승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선에서 진 후보가 이처럼 빨리 정치 전면에 복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각종 사법 리스크를 넘어야 한다”며 “현재 성남 대장동·백현동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불법 사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법원 결정 맞선 국민의힘, 조선 “윤 대통령 침묵”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대위’에 제동을 건 법원 결정 이후 당헌·당규 개정으로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당 내홍은 심화하고 있다. 당의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본 법원 판단을 거스른 해석이어서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신문들도 법원 결정 불복과 꼼수를 지적하는 보도를 내놨다.
국민의힘은 27일 국회에서 5시간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 결과 당헌·당규를 바꿔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촉구도 결의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의 전환의 법원이 제기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대표가 중징계를 받았을 때 △최고위원 과반이 사퇴했을 때 등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을 했다며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밥법원은 지난 26일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법원 결정에 맞서는 ‘법치 강조’ 여당’에서 “당내에선 의총 결정에 대한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보수 정당이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행태, 집권 100일이 넘도록 당 대표 찍어내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에 민심 이반과 국정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보수 여당에서 법원 결정도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됐다”며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문자가 노출된 후 사실상 대통령 승인하에 비대위 전환이 이뤄졌는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당분간 지도부 공색 사태가 불가피한데다 새로 꾸려질 비대위 역시 법적 정당성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꼼수라는 비판 속에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진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여권 핵심부에선 비대위 재구성 등 혼란이 일단락되면 권 원내대표도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1면 머리에서 “법원이 다분이 정치적인 이번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결정을 내린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대다수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국민의힘 비대위에 대해 정당 활동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모든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가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실에선 비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은 이 같은 당내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아) 무리한 이준석 쫓아내기 과정에서 빚어진 이번 사태에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국민의힘 안팎 지적에 거리를 유지한 것”이라고 했다.
반지하 침수 재해와 수원 세 모녀 사건 뒤 연재보도
한겨레와 세계일보는 수원 세 모녀 사건과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재난에 각각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을 살핀 현장 취재 보도와 서울 반지하 주택 현황을 분석한 보도 연재를 내놨다.
한겨레는 지난 21일 주검으로 발견된 수원 세 모녀의 죽음을 두고 대표적 공공부조인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짚는 연속보도를 시작했다. 지난 25~26일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3명의 수급권자, 1명의 수급 신청자를 만나 인터뷰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강조하는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빅데이터를 넘어 ‘왜 국가에 인간다운 삶을 요청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가’ 하는, 민선씨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는 여정”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58세 김석진씨는 혈관이 괴사돼 양쪽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단 상태로, 근로능력 수급을 신청한 뒤 ‘근로능력 평가’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2010년부터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시행된 근로능력 평가는 수급자 가운데서도 일할 수 있는 몸과 일할 수 없는 몸을 점수로 구분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18~64살 수급자 중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근로능력이 있는지를 따져(근로능력 평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활 사업에 참가해야 한다(조건부 수급자)”고 했다.
올해 봄부터 기초생활보장 신청에 나선 병우씨는 연락이 끊긴 어머니의 부양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서명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은 상태다. 한겨레는 “소득 수준은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기에 충분하지만(중위소득의 40% 이하), 부양의무자 문제 등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은 73만명(48만가구, 2018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과학화하고 효율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제도들이 사람들의 복잡한 사정 앞에서 자꾸 실패한다면, ‘데이터를 통해 더 잘 발굴하자’가 아니라 ‘왜 가난한 이들이 더 빚에 쉽게 노출되는지, 주소지를 감출 수밖에 없는지’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의 진단을 전했다.
세계일보는 서울시의 ‘모든 반지하를 없애나가겠다’는 선언 뒤 2020년 주거실태조사로 전국 반지하 가구 현황을 분석한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놨다. ‘각양각색 삶이 있는 반지하’라는 제목의 기획 연재 보도의 첫 편이다.
서울의 지하·반지하 주택 가격을 분석한 결과 평균가는 2억4636만원으로 지상에 있는 빌라(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 평균가(3억8203만원)보다 35%가량 저렴하다며 “저렴한 가격이 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발달장애인 언니, 초등학생 딸과 살다가 입원한 노모와 영영 헤어지게 된 40대 여성에게도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반지하 가구의 54.3%는 보증금 있는 월세를 살고 있다. 보증금 1488만원에 월 31만원이 평균치이다”라며 “지상 빌라의 보증금 3161만원, 월 41만원과 비교하면 꽤 저렴하다”고 했다. 이어 반지하 가구의 평균 월수입은 164만원이며 조사에 참여한 반지하 가구의 17.4%는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맞춤형 급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제대로 된 반지하 주거 대책이 되려면 거주민들이 다양한 형편에 맞게 이주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각각의 주거 상태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의견을 전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