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H 투기 폭로 김남근 변호사 "입법 핵심은 형사처벌, 그래야 부당이익 추징"
▲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
ⓒ 권우성 |
"여러 이해집단들이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공직을 활용하는 경향성이 그동안 강해져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보니 LH 투기 같은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죠. 더이상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미뤄서는 안됩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공직자 윤리 의식'을 강조했다. 판사로 공직을 경험했던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행태를 목도하면서 "공직자 윤리 의식이 바닥 떨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법이 미리 만들어졌다면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손혜원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박덕흠 의원이 상임위를 하면서 자기가 소유한 건설회사에 피감기관들이 일감을 준 게 다 이해충돌원칙 위반"이라며 "입법이 됐다면 공직자들이 그 법을 인식하면서 위하적 효과(범죄 예방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형사 처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공무원행동강령에 이해충돌방지 원칙이 있지만, 이는 징계 사유다. 형사 처벌 조항이 없다"라며 "(공직자들이) 이해충돌방지 원칙을 위반해 투기를 할 경우 처벌하고 그 이익을 환수해야 하는데 형사 처벌을 해야만 부당 이익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늦긴 했지만 지금이야 말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의성이 있어서 특정 시점에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법도 있다"며 "일정 수준의 입법을 한 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지난 26일 참여연대에서 진행된 김남근 변호사와 인터뷰 일문일답.
"형사 처벌해야 부당 이익 추징도 가능"
- 일단 이해충돌방지법의 3월 국회 통과는 무산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21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바로 논의를 시작했어야 할 입법안이었다. 국회가 개혁을 미루다가 사회적 요구가 밀려오니 급하게 처리하려다 보니까 어렵지 않았나 싶다. 잘못하면 여러 가지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지연되다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국회에서 LH 관련 법은 신속 통과됐는데, 이해충돌방지법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중요한 까닭은?
"공공주택특별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한 경우 투기이익을 환수하고 처벌 강화자는 것인데, 이를 두고 사회적 이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청렴한 공직 수행 의무,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처벌을 하자는 게 핵심 쟁점이다. 지금도 공무원행동강령에 이해충돌방지 원칙이 있지만, 이는 징계 사유다. 형사 처벌 조항이 없다. 이해충돌방지 원칙을 위반해 투기를 할 경우 처벌하고 그 이익을 환수하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형사 처벌이 핵심이다. 형사 처벌을 해야만 부당 이익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
-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LH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거다. 손혜원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일도, 또 박덕흠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을 지낼 때 피감기관들이 그의 일가가 소유한 건설회사에 일감을 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다 이해충돌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입법이 됐다면 공직자들이 그 법을 인식하면서 위하적 효과(범죄 예방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 이해충돌방지법을 보면 업무상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판단은 공직자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전부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공직자 스스로 사적 이해관계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면 판단을 받으면 된다. 그럼 심의위에서 심의를 해서 충돌 우려가 실제 있으면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직자가 이해충돌방지 위반 우려가 될 때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직무 범위가 넓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업무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이해충돌을 고려하게 되면, 오히려 정상적인 직무 수행에 차질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처럼 직무 범위가 넓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공직자나 국회의원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윤리의식이나 그런 이해충돌이 생기는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원칙은 이해충돌 발생이 우려가 된다면 회피하라는 거다. 공직자는 영리회사 운영자가 아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면 공직자라면 이익을 얻을 일이 있어도 회피하는 게 원칙이다. 이게 우리가 고위공직자에게 기대하는 바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이라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사적 이해관계 벗어나게 할 수단"
▲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 |
ⓒ 권우성 |
- 너무 급하게 법을 만들면 탈이 나지 않겠나?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시의성이 있어서 특정 시점에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법도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경우 지금 만들지 않고 나중에 국회의원들에게 자발적으로 맡긴다면 제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입법을 한 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 법을 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개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여러 이해집단들이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공직을 활용하는 경향성이 그동안 강해져 왔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보니 LH 투기 같은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더이상 입법을 미뤄서는 안된다."
- LH문제로 가보자, 앞으로 LH 어떻게 가야 하나?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무책임한 주장이다. LH는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개발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문제는 LH가 이 사업을 할 때 정부가 재정·기금을 안주고 돈을 벌어서 하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신도시 개발을 할 때 땅을 팔아야 하고, 그 땅이 다시 투기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토지를 강제수용해서 수용할 때는 저렴한 임대주택 지어서 내 집 마련, 주거 안정 해준다고 하다가 민간건설사에 팔고 떼돈을 벌게 해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LH에 재정과 기금을 지원해주고, 토지비축은행을 만들고 사뒀다가 공공사업에 활용하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
- LH 직원들이 본인 명의뿐만 아니라 친인척을 동원한 차명 투기를 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특검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특검을 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많은 대상자를 조사해야 하는데 신도시만 추려도 수천 건이 된다. 거래 내역 토지대장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의심되는 사례를 가려내고 조사해야 하는데, 1기 신도시 조사했던 것만큼 해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특검은 맞지 않다. 다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거래만 추려서 특검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 사실 참여연대의 LH 투기 폭로가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소감은?
"제보를 받아서 주변을 다 조사해서 했던 거다. 공직자들이 투기를 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10여년 전만 해도 명확히 있었다. 본인이 직접 투기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사례는 대놓고 자기 이름으로 토지 쪼개기를 하고 땅을 샀다. '공직자가 별거냐, 우리도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공직자 윤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사람들도) 이해충돌이 된다는 것도 인식했을 것이다. 알았다면 상부에 보고하고 차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가 나오니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투기에 대한 공직자 윤리 의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신도시를 개발 하기 전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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