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래동 철공소. /강윤중 기자
서울 문래동 골목을 거닐다보면 오래된 철공소가 시선을 붙잡습니다.
강윤중 기자
쇠가루가 내려앉은 세월이 지금 철공소에 그대로 스몄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은 볼트부터 기계, 모델하우스, 자동차 부품 등 안 들어가는 데가 없고, 없는 게 또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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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기계 사이에 봄볕이 스며들고 있었고, 철제를 다듬는 날카로운 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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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내부의 어둑한 분위기에, 크고 작은 점포들이 나란히 이어진 거리와 골목도 가라앉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게마다 쌓아놓은 각양각색의 제품들이 이 거리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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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크기와 색이 칠해진 동그랗고 네모난 철제 파이프들, 육각·사각·둥근 모양의 봉들이었습니다. 빨강, 노랑, 하양, 초록의 색은 두께와 재질과 강도를 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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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단면이 만들어낸 가벼운 선과 면들이 반복과 변주 속에서 조화를 이뤘고, 그 안에서 경쾌한 리듬이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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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에서 “37년 동안 청춘을 다 보냈다”는 한 철공소 사장님은 “장사가 잘 되면 먼지가 자욱해야 하는 곳”이라며 어려운 경기를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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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오로지 철제만 다뤘다는 또 다른 사장님은 “주변이 카페 등으로 업종이 바뀌고 있다”며 “살살 물러나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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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 있는 제품의 사진촬영을 흔쾌히 허락한 사장님은 “작가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들 온다”면서 “이면에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노동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저 파이프와 봉의 단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귀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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