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10일 앞두고 긴장감 사라져
주민들 "표현의 자유보다 생존 중요"
이 지사 행정명령 이후 평온 되찾아
- 이지은 기자·박환식 수습기자 psik14@kgnews.co.kr
- 등록 2021.03.21 2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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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시행이 아직 10여 일 남았지만, 연천군 중면 민통선 인근에는 그간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오랜만에 평온함이 감돌았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따뜻한 봄의 온기를 느끼며 여유롭게 담소를 나눴으며, 농부들은 추수를 대비한 농사짓기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은 이맘때면 북한 접경지인 연천에 보수·탈북단체 등의 불법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졌다고 입을 모아서 얘기했다. 그때마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의 출입이 불가해 지역 주민들은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과 생이별을 해야했으며, 이 상황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민통선 안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강현석 씨(50)는 “이곳에서 오래산 사람들은 1~2년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며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출입 자체를 막기 때문에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황준하 씨(81)도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질 때마다 유일한 생계인 농산물 재배에도 타격이 왔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민통선 안에 농지가 있다. (남북) 관계가 안 좋을 때는 민간인을 통제해 농작물 관리가 어렵다”며 “이와 함께 수치화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의 6~70%가 발길을 끊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었는데, 대북전단 살포 등이 이어지면서 더욱 고된 한 해였다”고 했다.
파주시 통일전망대에는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진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강행으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집회를 하는 등 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종적을 감춘 뒤 지역내에서 맴돌던 긴장감이 걷히고 평온이 찾아왔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지였던 검단사(절) 인근에도 이따금씩 자유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들렸을 뿐 고요했다. 검단사 인근 공터는 통일전망대에서 1km 남짓 떨어져 있고 자유로 넘어 임진강이 보여,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주무대였다.
파주 시민들은 이 같은 평화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정명령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국회 통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강계영 씨(72·파주시 적성면)는 “탈북 주민 안에서도 대북전단에 대해 반대가 많다. 남북관계가 어려울수록 (북한에 있는 가족도)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며 “일부 사람들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 상인들, 농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문영란 씨(78·파주시 적성면 25년째 거주)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보다는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었다”며 “표현의 자유보다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통과되는 법안이나 이재명 지사 행정명령 등의 제재에 대해 찬성한다. 이곳 주민의 90%는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6월 불법 대북전단 근절을 선언하며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연천·포천·김포·파주·고양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행정명령 발동으로 위험구역 내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이나 대북전단 등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 살포, 사용 등이 모두 금지됐다.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 등산로 초입에는 지난해 대북전단 살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에 봄기운을 만끽하며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김 모씨(84)씨는 “지난해까지는 문수산에서 대북전단를 날려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을 감시하곤 했었다”며 “경기도에서 (행정명령) 조처를 하고 나서 올해부터는 (보수·탈북단체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박환식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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