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한미합동군사훈련(3/8-18)이 시작되었으나,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종료시점에 나온 메시지치고는 셌고, 내용은 보다 분명해졌다.

남측을 향해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군사합의서 파기를 언급하고, 통일 및 남북교류와 관련된 부서단위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및 금강산관광국 등은 정리수순으로 들어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3/15, 김여정 부부장 담화)

미국을 향해서는 최선희 제1부상이 나섰다. 담화에서 그녀는 "적대정책 철회없이 대화는 없다"는 기존입장을 공식 재확인하면서 "이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 말했다.(3/17, 최선희 제1부상 담화)

우린 위 두 담화에서 다음과 같은 두 특징을 발견한다.

첫째는, 북 메시지 내용 수위로 봤을 때는 남이든 미국이든 북의 제8차 당 대회 메시지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음이 확인된 것이다.

둘째는, 위 ‘첫째는’에서 확인되는 것과 연동돼 북이 제8차 당 대회에서 자신들이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정면돌파전(강조, 필자)의 외교영역, 즉 ‘강대강, 선대선‘의 대응원칙을 ’선‘대’선‘의 대응기조는 빠지고, 오직 ’강‘대’강‘ 대응원칙만 남았음을 증명했다.

결과, 향후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철저하게 힘과 힘의 대결방식만으로 진행되는 명징함만 남는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면 다음과 같은 현실이 우리 앞을 기다린다.

분명 한미 2+2회담 직후, 혹은 4월 태양절 전후로 북은 실제 정치·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남과의 관계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밝힌 대로, 군사합의서 파기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및 금강산관광국 등이 정리되어 남북관계는 완전 파탄난다.

미국과의 관계는 기간 북이 다양한 경로들을 통해 선보인, 즉 '괴물'의 실체 확인, 괌 포위사격, 정지위성 발사, 외에도 북의 정면돌파전 의지를 가장 강위력하면서도 실효적으로 입증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무기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해서 한반도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빌리지 않더라도 그 시계가 정말 완전 3년 전으로 되돌아갈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위기 고조는 그만큼 더 증대된다.

더해서 한반도의 시계가 더 퇴행될 수밖에 없음은 미국이, 그것도 민주당 집권시절만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북 인권문제’를 바이든 행정부가 역대 여느 정부보다 강하게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확인은 그리 어렵지 않다. 3월 17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의 인권 유린과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 및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런 억압에 맞서야 한다. 한국과 공동의 시각을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실상’ 핵심의제여야 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 대신,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바람과는 전혀 동떨어진 ‘한국도 함께 중국에 맞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그렇게 미 외교수장의 이번 방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매우 분명하게 확인해줬다.

앞 다퉈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를 보도해줬다. <중앙일보>는 3월 18일자 보도를 통해 정의용 만난 블링컨, 예상 밖 작심발언 "北 인권유린 맞서라"는 타이들 기사를 쏟아냈다.

씁쓸하지만,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도 하다. 미 국무부(블링컨)와 국방부(오스틴) 두 수장이 방한하기 이전부터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우려했다.

‘쿼드 플러스,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을 참여시키는데 그 방한 목적이 있음을 말이다.

단지, 그것이 현실화 되었을 뿐이다. 반전 없이. 해서 미국의 두 가지 속내가 읽혀진다.

첫째는, 문재인 정부는 여느 때보다 높은 진정성을 담아 현대판 재조지은의 자세로 두 수장 방한 이전부터 ‘한미동맹’ 예찬가를 불러댔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아부굴종에는 아무런 관심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주 관심사는 오직 쿼드였던 것이다. ‘사실상’ 대중국 포위 전략인 쿼드에 한국을 참여시켜 내어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완성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한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동맹을 한일동맹의 하위동맹으로 위치지어야 하기에 이를 압박하기 위한 방한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국은, 문재인 정부는 주구장창 ‘한미동맹’ 예찬가만 불러대고 있었으니, 세상에 이런 ‘푸들’이 없다.

다음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프로세스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직접 연동된다. 외교적 의제의 집중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전통적으로 북을 압박하고, 북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활용해왔던 ‘인권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것도 매우 강하게. 속내가 분명하다.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진정으로 바라지 않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미국에 대한, 아니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번지수를 잘못 짚고 상대하고 있었던가를 증명해준다.

달리는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이 정부의 무능의 극치만 드러나게 한 꼴이다. 어떻게? 전통적으로 민주당 정권은 동맹중시정책을 펼치니 바이든 행정부도 동맹국인, 그것도 ‘혈맹’으로 맺어져 있은 대한민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요구를 들어줘 그렇게 대북정책이 재정립될 것으로 잔뜩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런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난망인지만 드러났다.

‘닭 쫓던 개’도 이런 ‘닭 쫓던 개’는 예전에 없었다. 비례적으로 이 정부에 참여한 친정부 대북전문가들의 능력과 관료들의 대미인식,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미정책은 완전 실패다. 정말 문재인 정부에게 제대로 작동되는 대북, 대미정책 컨트롤 타워가 존재했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냥 ‘한미동맹’ 예찬가만 불러댄 결과는 이렇게 너무나도 뻔한, 반전 없는 드라마가 되였다.

이에, 우리 촛불시민사회는 이제 더 이상 이런 무능하고 친미예속에만 유능한 정부에 대고 더 이상 기대를 걸 필요가 없으며, 또한 미국의 선의에만 기대 남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래도 미국’ 환상은 이제 확 거둬내어야 하겠다.

오직 있다면,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한미동맹’ 예찬가를 그만 불러대고, 민족자주에 기반 한 민족공조의 정신으로 되돌아오라는 투쟁과, 미국으로 하여금은 미국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주한미군 당장 철수하고, 대북적대정책 철회하라는 외침과 항전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촛불시민사회의 시민사회진영 본령으로 되돌아오자. 4년간 매우 아팠지만.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 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