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유엽군 사망 1주기...대책위 “정부가 나서서 의료공백 해결해야”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3-18 18:16:20
수정 2021-03-18 1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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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년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화를 하고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1.03.18ⓒ김철수 기자
지난해 3월 대구·경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의료체계 공백 상황에서 숨진 정유엽(당시 17세) 군의 아버지가 한 달 가까이 걸어 18일 청와대 앞에 도착해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정 씨는 아들의 사망 1주기를 맞은 이날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이 존재했다면 유엽이가 매몰차게 거절당하지 않았을 텐데 경산에는 공공병원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씨는 "1년 전 유엽이가 우리에게 보여준 상황은 마음 속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유엽이의 억울한 경우를 가슴에 묻고 한탄한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현행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픔들을 보며 우리 의료체계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도보행진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 씨는 "우리 유엽이가 왜 이런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봤다. 이건 사회 전체가 나서서 대응해야 할 사회적 사안이라고 결론지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두고 수익률을 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희생된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 확충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년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화를 하고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1.03.18ⓒ김철수 기자
권영국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자문변호사는 "코로나 방역에 가려진 의료공백으로 젊고 건강했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며 "병원에선 '집에 돌아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그 명령처럼 우리 사회는 응급환자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난 1년의 의료공백으로 제2, 제3의 정유엽이 발생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천릿길을 걸어온 정유엽 아버지의 공공의료 확대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대책위가 청와대에 고 정유엽 군 사태 대책 마련 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면담을 거부했다.
앞서 정 군은 지난해 3월 40도가 넘는 고열로 선별진료소가 있는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했다. 결국 증상이 심각해지자 구급차 대신 아버지의 차를 타고 영남대병원에 입원했고 같은달 18일 끝내 급성폐렴으로 숨졌다. 14번을 실시한 코로나19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에 아버지 정 씨는 아들 사망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아들이 치료를 거부당한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 도보행진을 마친 정 씨는 직장암 3기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년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오열을 하고 있다. 2021.03.18ⓒ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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