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건 건 오세훈 아니냐” 지적 나오자 그제야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첫 TV 토론회가 29일 열린 가운데, 오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원인에 대한 질문에 애꿎은 주민투표를 탓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하며 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한 건 다름 아닌 오 후보였다. 그런데도 오 후보는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바람에 주민투표까지 가게 됐고, 그로 인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게 됐다는 유체이탈식 주장을 펼친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2011년 보궐선거는 누구 때문에 했느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는 민주당 때문이다. 저는 (소득 하위) 80%까지도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고) 양보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당시 당론이라고 반대해 주민투표까지 간 것"이라며 "민주당이 100%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바람에 시민 90만명이 서명해 주민투표가 된 것을 아는가"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아니, 보궐 선거에서 시장직을 건 사람은 누구냐"고 재차 질문하자 오 후보는 "시장직을 건 건 저"라면서도 주민투표를 하게 된 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박 후보는 "주민투표를 한다고 시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지 않느냐. 본인이 사퇴하겠다고 해서 그만둔 것 아니냐"라며 "결국 (오 후보는) 2011년도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라고 몰아붙였다.
오 후보는 그제야 "원인 제공자 중에 한 명(이 맞다)"며 "저는 그 문제에 수십 차례 사죄드렸다. 혹시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사죄할 마음이 있냐"라고 역공을 펼쳤다.
부적절한 답변은 박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는 2011년 보궐선거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보궐 선거라는 의미에서 (2011년 선거와 이번 선거가) 똑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 후보는 "박 후보 생각에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가 똑같나"라며 "저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박 후보는 "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나"라며 "그런 의미가 아니라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가 똑같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 후보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 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 후보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오 후보는 "(민주당이)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가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 속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다만 오 후보는 '측량 현장에 간 적이 있나'라는 박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안 갔다"면서도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뒀다.
오 후보는 "16년 전 일을 정확히 기억할 리 없기에 제가 여지를 두긴 하지만, 옛말에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없는 호랑이를 봤다고 세 명만 말하면, 호랑이가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