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부담으로 이사직 내려놔…‘사법 리스크’ 여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담당업무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이다.
(부)회장·(부)사장 등으로 표기되는 담당업무는 법적으로 규정된 직함은 아니다. 담당업무로서의 직함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부여된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임원 선임은 다르다. 주주총회를 열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주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즉, 이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 건 큰 무리가 없겠지만, ‘대표이사 회장’이 되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책임경영을 내세워 사내이사를 맡았으나, 지난해 10월,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사직을 내려놨다. 2019년 10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시작됐다. 위법 행위에 대한 비판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 국민연금과 해외 연기금 등 주주의 반대 가능성 등으로 연임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당시 지배적이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과 ‘경영권 불법 승계’ 두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관련 첫 재판이 열렸다. ‘이재용 체제’는 주식시장과 재계가 걱정하는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파기환송심 재판은 지난 1월 중단됐다가 이날 다시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두 재판 모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이 부회장 불법 행위가 핵심 쟁점이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구축됐다. 삼성전자 지분이 적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 합병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뇌물·횡령·배임 등 불법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과정에서 불법이 행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건희 지분 가치 18조원, 상속세 10조원 규모 추산
삼성생명법 통과 시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이 부회장은 재판 진행과는 별개로 지배력 강화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회장 지분을 상속받기 위한 세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사망 직전 영업일인 23일 종가 기준으로 총 18조2천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삼성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3곳과 삼성SDS 지분을 보유했다.
지분 가치가 가장 큰 건 삼성전자다. 지난 6월 기준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2억4,927만주(지분율 4.18%)와 우선주 61만9,900주(0.08%)를 보유했다. 지분 가치는 이 회장 사망 직전 영업일인 23일 종가 기준 보통주 15조61억원, 우선주 330억원 수준이다.
삼성생명 지분 가치도 조 단위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4,151만9,180주(20.76%)의 가치는 2조6,199억원 규모다.
삼성물산 지분은 542만5,733주(2.88%)로 가치는 5,643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SDS 9,701주(0.01%)의 가치는 17억원 정도다.
이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총 세액은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30억원 이상 상속 재산에 대한 세율은 50%다. 회장은 4곳 계열사에서 최대주주 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과세 대상 지분에 할증률 20%를 적용한다. 여기에 상속인이 세금을 자진 신고하면 세액에서 3%를 공제한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넉 달간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해, 최종 세액은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면, 상속세를 신고할 때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이 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출자구조를 주축으로 한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 17.33%를 가진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19.3%, 4.4% 보유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나, 삼성물산을 고리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출자구조를 이루는 주요 계열사이나, 향후 관련법 개정에 따라 지배력 측면에서의 중요도가 축소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해당 법이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 때문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상속 과정에서 일부 매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핵심 출자 구조에서 빠지게 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할 듯’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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