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 성비위 분석 ①] 성비위 가장 많은 지방공무원은 6급... "그들은 팀장급"
<오마이뉴스>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함께 '2015~2020년 지방공무원 성비위자 징계현황'을 분석했다. 지방공무원 성범죄 판결문 20건도 들여다봤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성매매 심지어 근무 시간에 불법 촬영까지 일삼았던 그들의 성비위를 몇차례에 걸쳐 공개한다.[편집자말] |
▲ 6급 지방공무원 성비위가 제일 많은 이유에 대해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성비위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가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팀장직에 속하는 일부 6급 공무원들이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발생한 비위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인사혁신처에서 2016년 발간한 공무원 징계 사례 자료집 이미지. | |
ⓒ 인사혁신처 |
- 열차에서 옆에 앉은 피해자 치마에 손 넣어 강제추행.
- 피해자를 차안에서 준강간.
- 휴대전화 이용해 동료직원 탈의장면 불법촬영.
- 관내출장 신청 후 근무지 이탈해 채팅으로 성매매.
- "손 달라하면 주면 되지 뭐 이리 뻣뻣해, 너 남편이랑 잠자리는 가지냐?" 등 성희롱 발언.
그들은 모두 6급 지방공무원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 10명 중 3명은 6급이었다. 공무원 전 급수 중 가장 많다. 6급(주사) 지방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 계장(팀장)을 맡게 된다.
최근 5년간 성비위 징계 지방공무원 중 6급이 31.1% '최다'
ⓒ 이정환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 비례)이 17개 광역지자체로부터 제출 받은 '2015년∼2020년 지방공무원 성비위자 징계현황'을 <오마이뉴스>가 직급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징계 공무원 444명(서울특별시는 소청심사 인원만 제출) 중 6급에 해당하는 경우가 138명(3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7급이 모두 98명(22.1%)이었고, 8급의 경우는 62명(14.0%), 9급은 25명(5.6%)이 각각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직(연구관·연구사)과 지도직(지도관·지도사) 지방공무원도 21명이, 임기제 공무원도 7명이 각각 성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5급 이상 고위직 지방공무원 중에서는 모두 93명(20.9%)이 성비위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중에서는 5급(사무관)에 해당하는 경우가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4급(서기관)이 24명이었으며 3급(부이사관)도 3명이 포함됐다. 광역지자체에서 주요 국장에 해당하는 2급 성비위 공무원도 1명이 있었다.
138명의 성비위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성추행을 저지른 경우가 68명(49.3%)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 다음으로는 성희롱(음란행위 포함)이 53명으로 많았으며, 성매매(10명), 불법촬영(4명), 성폭행(2명) 등으로 나타났다. 성비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아동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경우도 1명이 있었다.
전체 444명을 대상으로 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비위 사실이 적발된 경우가 12건이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경우(3건)가 있었으며,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미만인 경우도 3건이나 포함돼 있었다. 자료에는 11살 어린이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적시돼 있었고, 심지어 8살 밖에 되지 않은 친척을 추행해 징계를 받은 사례도 나와 있었다. 이중 6명이 파면이나 해임됐으며 정직 처분을 받은 지방공무원은 4명, 그리고 견책 등 경징계에 그친 경우는 2명이었다.
6급 지방공무원 성비위가 제일 많은 이유에 대해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지방직 공무원 중 6급이 팀장을 맡는다, 실무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사람"이라며 "8·9급 공무원에게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성비위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가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공직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비위 역시 상급자들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10명 중 6명 처벌 가벼워진 전라남도 소청심사
<오마이뉴스>는 17개 지자체가 소청 심사한 결과도 따로 분석했다.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 444명 중 162명이 징계 처분에 따르지 않고 취소나 변경을 청구했는데, 그 결과 48명(29.6%)이 애초 징계보다 감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정도는 처벌이 가벼워진 셈이다.
그 편차 또한 지자체마다 차이가 컸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46명에 대해 소청 심사가 이뤄졌는데 그 중 16명(34.8%)이 감경됐다. 전라북도와 경상북도는 감경률이 50%였다. 전라북도는 4명 중 2명이, 경상북도의 경우는 8명 중 4명이 소청 결과 각각 처벌이 가벼워졌다. 심지어 전라남도는 10명에 대한 소청 심사에서 6명이 감경됐다. 반면, 경기도는 38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소청 심사에서 7명(18.4%)이 감경됐다.
이은주 의원은 "부당한 징계를 구제할 목적으로 운영돼야 할 소청심사제도가 비위 공무원의 구제 창구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성비위 문제는 여성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앙 차원의 특별기구를 만들어 공무원 소청을 일괄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비위특별소청심사위원회를 인사혁신처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는 성범죄 퇴출 공무원 숫자 '몰라요'
한편, 인사혁신처는 성범죄 퇴출 공무원들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월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안 시행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모든 유형의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되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는 공직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 성비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정부는 앞으로 공공 부문 뿐 아니라 민간에서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법 시행 이후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아 당연 퇴직된 공무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공무원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인사혁신처는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보내왔다. 인사혁신처는 통지서에서 "요청한 자료는 인사혁신처가 각 부처로부터 받고 있는 통계자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통화에서도 "당연 퇴직자 전체 통계는 있다"면서도 "사유별 통계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결격사유(국가공무원법 제33조 위반) 당연퇴직자는 2019년 기준 138명이었다. 이중 성범죄로 당연퇴직된 공무원의 숫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은주 의원은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당연퇴직자 결격사유별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은주 정의당 의원 | |
ⓒ 이은주 의원실 |
취재 : 이주연·이정환
조사 : 홍하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