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414] 청와대의 서글픈 핵잠야망
<차례> 1. 이례적인 김현종-에이브럼스의 세 차례 회동 2.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벌어진 의견충돌 3. 핵잠야망 뒤에 숨겨진 비밀우라늄농축실험 4. 핵잠야망 포기하고 선제적 평화조치 취해야
1. 이례적인 김현종-에이브럼스의 세 차례 회동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세 차례 만났다. 그는 2019년 9월 19일 로벗 에이브럼스와 함께 조찬회동을 가졌고, 11월 6일 로벗 에이브럼스를 다시 만나 70여 분 동안 회동했으며, 12월 13일에는 토머스 와이들리(Thomas D. Weidley)를 대동한 로벗 에이브럼스와 만나 100분 이상 회동했다. 토머스 와이들리는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주일미국군 제1해병항공단장으로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주한미국군사령부 부참모장이다.
김현종 2차장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므로, 그들의 회동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근무하던 김현종을 2019년 2월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그런 경력을 보면, 김현종 2차장은 군사와는 거리가 먼 통상전문가다. 그런 그가 2차장에 임명된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세 차례나 만났으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제3차 회동에서 김현종 2차장은 부참모장을 대동한 주한미국군사령관을 100분 이상 만났으므로,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중대한 군사문제가 논의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어떤 군사문제를 논의했을까?
2019년 9월 19일 김현종-에이브럼스 제1차 회동이 있기 전인, 2019년 8월 28일 김현종 2차장은 일본이 수출심사우대국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여 청와대의 반일감정을 자극했던 무렵, 일본 정부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 중에 군사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차세대잠수함 등 핵심안보역량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차세대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밝혔다.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을 언급한 것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 1>
김현종 2차장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냈던 때로부터 1년이 지난 2020년 8월 10일 한국 국방부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무려 3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앞으로 5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려는 것이다.
2020년 8월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주목되는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취재기자들이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에게 국방부가 건조하겠다는 4,000톤급 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이 아닌가 하고 물었을 때, 그는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하면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날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중기계획에 4,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앞서 2019년 10월 10일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충청남도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중에 국방부가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날 국정감사에서 김정수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자신이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단을 이끌고 있는데, 실무단 회의를 분기별로 한 번씩 소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핵잠야망을 품고 건조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장본인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핵잠야망을 품고 있었다. 2017년 4월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 텔레비전방송국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차 대선후보 텔레비전토론회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핵잠야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그가 대권을 잡았으니, 핵잠야망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당선자가 정권을 인수받고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2017년 7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10일 해군본부는 핵잠건조의 타당성과 건조경비를 연구하는 용역을 조달청을 통해 발주했다. 해군본부는 2017년에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 해군본부는 기획관리참모부 산하에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는 실무단을 내오고, 지난 2년 동안 운용해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앞세워 자신의 핵잠야망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2019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세 차례 진행된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핵잠건조문제가 논의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시동을 건 핵잠건조문제는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안보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배체제가 존재하는 한, 그런 중대한 안보문제는 반드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벌어진 의견충돌
핵잠건조계획에 관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심복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2020년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김현종 2차장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는 2박3일 동안 워싱턴에 머물렀는데, 당시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의 워싱턴방문을 극비방문이라고 보도했다. 차관급 인사인 김현종 2차장을 워싱턴에서 상대한 미국 행정부의 차관급 인사는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국무부 부장관이다. 포틴저와 비건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김현종 2차장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하면서 백악관으로부터 핵잠건조계획을 허가받을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포틴저 부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즉답을 줄 수 없었다. 차관급 관리들에게는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포틴저 부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한국의 핵잠건조계획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에서 검토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김현종 2차장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김현종 2차장을 통해 전달받은 백악관은 그 문제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지했고, 그래서 그 문제를 다각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했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등 국가안보문제를 다루는 여러 부서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핵잠건조계획 허가문제를 검토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퍽 흘렀던 2020년 7월 7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나타났다. 그는 서울에서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강경화 외교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만났다. 비건 부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핵잠건조계획 허가문제에 대한 백악관의 의사를 통보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이 청와대에 통보한 백악관의 의사는 무엇인가?
백악관은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했다. 백악관은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대폭 증액하는 문제를 놓고 한미관계가 껄끄러워진 판에 청와대가 핵잠건조문제까지 제기하여 한미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왜 청와대에 불허통보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백악관이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고심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 8월 10일 한국 국방부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국방중기계획에 명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불허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사진 2>
핵잠야망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을 다시 설득하고 간청해서라도 불허결정을 번복시키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김현종 2차장을 또 다시 워싱턴에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그가 워싱턴에 도착한 날은 2020년 9월 16일이다. 2020년 9월 2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현종 2차장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think tank, 연구기관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해 써야 할 외래어-옮긴이)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현안 및 역내정세 등을 협의했다”고 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현정 2차장이 워싱턴에서 민간연구기관을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접촉한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들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자문에 응하거나 분석자료를 제공해주고, 연방의회에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미국 언론매체들에 정책적 의견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이다. 김현종 2차장이 그런 여론주도집단을 접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건조계획을 불허한 백악관의 태도를 여론공작과 로비활동으로 바꿔보려는 의도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핵잠건조계획에 대한 백악관의 불허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 워싱턴에서 여론공작과 로비활동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일보> 2020년 7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미국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 외국 정부들 및 기업들이 미국 국무부에 신고한 로비자금규모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해당기간 중에 한국이 워싱턴에 풀어놓은 로비자금총액은 무려 1억6,551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전 세계에서 대미로비자금지출 2위를 기록한 일본의 1억5,698만 달러와 3위를 기록한 이스라엘의 1억1,839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의 대미로비자금총액은 8,185만 달러였다. 지금 한국 민중들은 대량실업과 민생파탄으로 허덕이는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대미로비자금으로 낭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워싱턴에 두 차례 보내 핵잠건조계획에 대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핵잠건조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백악관 사에에서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요즈음 청와대는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대폭 인상하는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중국봉쇄연합전선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백악관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고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하여 백악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판인데, 거기에 더하여 핵잠건조문제까지 제기하였으니 청와대와 백악관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3. 핵잠야망 뒤에 숨겨진 비밀우라늄농축실험
1955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했다. 4,000톤급 노틸러스함(USS Nautilus)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일본과 이딸리아는 핵잠야망을 품었다. 섬나라인 일본과 반도나라인 이딸리아는 전통적으로 해양전략을 중시해왔는데, 미국이 핵잠을 건조한 것을 보고 핵잠야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1959년 5월 5일 일본 방위청(당시 명칭)은 핵잠건조문제를 검토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이딸리아 국방부도 핵잠건조문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그 두 나라의 핵잠야망을 저지했다. 핵잠야망을 저지당한 일본은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했다. 지금 일본해상자위대는 4,000톤급 잠수함 9척과 4,200톤급 잠수함 11척을 보유했는데, 모두 디젤-전동식 잠수함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딸리아도 핵잠야망을 포기하고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과 이딸리아에 허락하지 않은 핵잠건조를 한국에게만 특별히 허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세계지배체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르는 무지의 발로이다. 미국의 추종국들은 미국군의 무기체계보다 한 급 낮은 무기체계를 보유해야 미국의 세계지배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추종국들이 핵추진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한국이 전략무기를 보유하면, 일본도 전략무기를 보유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구축해놓은 미국의 지배체제는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등장한 것으로 하여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배체제를 파국에로 끌어가는 위험요인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의 핵잠야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으로 보인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건조를 계획하는 준비단계에 들어섰지만, 지난 시기 노무현 대통령은 핵잠건조를 추진하는 실행단계로 넘어갔었다. 노무현 집권기에 핵잠건조가 실행단계로 넘어가게 된 복잡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고 약 석 달이 지난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밀사업계획을 보고받았다. 그것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비밀사업계획이었다. 취임한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노무현 대통령은 그 비밀핵잠건조계획을 덜컥 승인해버렸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국방부는 승인날짜를 뜻하는 ‘362사업’이라는 명칭을 붙인 핵잠건조사업에 착수했다. ‘362사업’에 따르면, 4,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설계하는 작업을 2006년까지 끝내고, 2007년부터 건조작업을 시작하여 2012년에 첫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2017년까지 모두 3척을 건조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핵잠건조사업에 3조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핵잠건조사업을 시작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충청남도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로씨야의 소형 원자로제작회사인 OKBM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1997년에 100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었다. 그 소형 원자로가 바로 체계통합형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인데, 영어머리글자를 조합하여 스마트(SMART)원자로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2년 7월에 갑자기 개발계획을 변경하여 65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65메가와트급 원자로를 2006년 2월까지 개발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65메가와트급 원자로는 높이가 7m이고, 지름이 3.5m인 축소형 원자로이므로, 핵잠원자로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00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개발하다가 갑자기 65메가와트급으로 축소된 원자로를 개발하려고 방향을 바꾼 것은 핵잠원자로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362사업’의 추진일정을 보면, 2006년 2월까지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만들고, 2007년부터 그 원자로를 설치할 핵잠을 건조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1955년에 건조한, 세계 최초의 핵잠인 노틸러스함은 4,000톤급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362사업’에 나오는 핵잠도 4,000톤급이었다. 노틸러스함에는 10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가 설치되었는데, ‘362사업’에서 계획된 핵추진잠수함에는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가 들어가게 설계되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 건조된 노틸러스함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이 설치되지 않았고, 어뢰발사관 6문만 설치되었다. 그런데 ‘362사업’에서 계획된 핵잠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과 어뢰발사관이 모두 설치될 예정이었으므로, 10메가와트급 원자로는 출력이 너무 약했고, 따라서 65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개발해야 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백악관에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해봐야 거절당할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핵잠건조에 착수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감시망이 청와대와 국방부를 비롯한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핵잠건조사업이 비밀리에 시작되었다는 정보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감시망에 포착되었다. 그 정보는 곧바로 백악관에 보고되었다. 백악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핵잠건조사업이 더 진척되기 전에 파탄시켜야 했다. 백악관은 미국 중앙정보국에게 공작지령을 내렸다. 그것은 핵잠건조사업을 파탄시키는 비밀공작이었다. 백악관의 공작지령을 받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검은 손길이 막후에서 바삐 움직였다. <사진 3>
노무현 대통령이 핵잠건조사업을 승인한 때로부터 여덟 달이 지난 2004년 1월 26일 <조선일보>는 핵잠건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밀을 폭로했다. 핵잠건조의 비밀이 일간지에 폭로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 폭로기사가 나오기 전에 이미 파탄공작을 성공시켰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백악관은 미국 중앙정보국을 앞세워 핵잠건조사업을 파탄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백악관은 핵추진잠수함에 설치될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개발하는 사업도 파탄시켰다.
2004년 8월 3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갑자기 들이닥쳤다. 2시간 전에 사찰하겠다고 통보하고 들이닥친 불시사찰이었다. 사찰단은 9월 20일까지 사찰작업을 벌였고, 비밀실험실에서 찾아낸 우라늄농축장비와 우라늄농축에 관한 기술정보자료를 압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사찰한 보고서는 2004년 11월 11일 국제원자력기구 집행부에 제출되었다.
미국 원자과학자협회 간행물(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05년 1-2월 합본호에 실린 분석기사와 일본 <마이니찌신붕> 2015년 11월 4일 보도기사를 종합하면, 2004년 당시 국제원자력기구의 불시사찰을 통해 드러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농축실험경과는 다음과 같다.
1) 1979년부터 1981년까지 화학농축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했다. 그 실험에서 700g의 천연우라늄분말을 농축하여 순도 0.72%의 농축우라늄을 제조했다. 실험장비들은 1982년에 폐기했다. 2)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산 열화우라늄을 가지고 열화우라늄금속(depleted uranium metal) 수 백kg을 비밀리에 제조했다. (열화우라늄금속을 가지고 열화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는데, 열화우라늄탄은 전차나 장갑차, 지하방호시설을 파괴하는 철갑탄이다.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면, 방사능오염으로 백혈병, 신경기능장애, 유전자이상, 생식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지금 주한미국군 탄악고들에는 열화우라늄탄이 대량으로 쌓여있다.) 3) 1990년부터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atomic vapor laser isotope separation technology)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시작했다. 이 기술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최소 10차례 실시했다. 4)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열화우라늄과 천연우라늄금속을 가지고 분광실험(spectroscopic experiment)을 실시했다. 5) 2000년 1월부터 5월까지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세 차례 실시했다. 이 세 차레의 실험에서는 1982년에 생산된 금속우라늄 154kg 중에서 3.5kg이 사용되었다. 그 세 차례의 실험에서 농축우라늄 0.2g을 제조했다. 농축우라늄의 평균농축도는 10.2%였고, 최고농축도는 77%에 이르렀다. 금속우라늄 154kg 중에서 약 50kg은 행방을 알 수 없는데, 이것은 우라늄농축실험이 수없이 실시되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과 김영삼-김대중 정권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청와대의 지령에 따라 비밀우라늄농축실험을 계속해왔음을 보여준다.
1971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비밀핵개발사업을 시작했는데, 그에 관한 정보를 파악한 백악관은 박정희의 비밀핵개발사업을 파탄시켰다. 당시 국무장관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가 파탄공작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박정희에게 비밀핵폭탄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을 파기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키씬저의 협박에 굴복한 박정희는 어쩔 수 없이 비밀핵폭탄개발사업을 중단했고, 한국은 1975년 4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박정희는 핵야망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백악관은 박정희를 제거해버렸다. 무모한 핵야망이 정권붕괴를 불러온 것이다.
이처럼 백악관은 박정희의 핵야망을 암살과 정권붕괴라는 극단적인 방도로 파탄시켰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폐쇄할 수는 없었으므로 거기서 개발된 핵기술은 없어지지 않았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핵기술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역대정권들은 비밀우라늄농축실험을 실시하여 핵물질을 생산하려는 핵야망을 품었고, 핵잠원자로를 개발하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핵잠야망을 가졌던 것이다.
4. 핵잠야망 포기하고 선제적 평화조치 취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시기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다가 백악관의 파탄공작으로 끝나버린 핵잠야망을 다시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제작하고, 그 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농축우라늄)을 제조하여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핵연료를 자체로 제조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하려는 것이다. 핵잠원자로를 제작하는 기술이 완성되었고, 3,500톤급 잠수함을 설계하는 기술도 확보했으므로, 이제는 미국에서 핵연료를 수입하기만 하면 핵잠건조를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2020년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한 김현종 2차장의 방미일정에 미국 에너지부와 상무부를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된 것은, 핵잠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문제를 알아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핵연료가 없으면, 핵잠원자로를 제작할 수 없고, 핵잠원자로가 없으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핵잠야망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우라늄농축기술에서 싹튼다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연료를 생산하는 우라늄농축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대우해양조선은 3,500톤급 잠수함을 설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핵잠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래 전에 좌절된 핵잠야망을 다시 되살릴 만도하다. <사진 4>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을 파탄시킬 두 개의 법적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이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수입하여 순도 20% 미만으로 농축해야 하고, 그 어떤 핵물질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의 국내법인 원자력법은 미국산 농축우라늄을 군사용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런 사정은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기 위해 미국산 농축우라늄을 수입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을 모두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략무기확산을 극력 저지하는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을 모두 개정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국은 핵잠원자로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농축우라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비밀리에 핵잠건조계획을 추진할 수도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은 실현될 가망이 없는 서글픈 야망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비현실적인 핵잠야망에 집착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핵잠야망을 포기하고 다른 합리적인 방도를 찾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핵잠을 보유한 조선인민군에 맞서는 한국군이 핵잠을 보유하지 못하면 군사적 균형이 완전히 깨져 안보불안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크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전략적 오판에서 나온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인민군의 핵잠은 한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가 아니라, 북침전쟁을 도발한 미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한국군을 공격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온다면, 그들은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전략무기를 갖지 못한 상대에게 전략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조선인민군은 소를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전략무기를 보유한 목적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의 핵잠은 한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가 아닌데도,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을 공격할 핵잠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으니, 전략적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전술무기에는 전술무기로 대응한다고 생각해야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청와대와 한국군 수뇌부가 핵잠야망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청와대는 백악관의 불허조치에 가로막혀 실현되지도 않을 핵잠야망에 집착하며 세월을 허송할 게 아니라,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남북군비감축협상을 북에 제안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천만번 옳은 길이다. 한국군이 전쟁연습을 먼저 중단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를 단행하면,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도 중단될 것이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인민군도 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이다. 그처럼 전쟁연습이 전면적으로 중단된 가운데 신뢰분위기가 조성되어 남과 북이 군비감축을 시작하면, 그에 상응하여 평화협정도 체결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는 무모한 핵잠야망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 전쟁연습중단과 남북군비감축을 단행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로 실현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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