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어떻게 코로나19 감염 온상이 되었나?②] 교회마다 재정따로, 활동따로
개신교 교회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떠오른 이유로 지난 기획기사에선 극우적 극단주의를 원인으로 꼽았다. 자기 종교의 형식만을 고집하는 종교적 극단주의와 극우적 정치신념이 결합한 악마적 시너지가 결국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예배와 집회를 강행했고, 이런 때문에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원인과 함께 개신교 특유의 개별 교회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인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도 또 다른 집단감염의 불씨로 손꼽힌다.
[교회는 어떻게 코로나19 감염 온상이 되었나?①] 나만 옳다는 극우적 근본주의가 일으킨 반사회적 비극
성당은 ‘직영점’,
불교는 ‘프랜차이즈’
개신교는 ‘자영업’?
흔히 농담으로 천주교 성당은 ‘직영점’이고, 불교 사찰은 ‘프랜차이즈’, 개신교 교회는 ‘자영업’이라고 말한다. 천주교는 교황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체제이고, 불교는 조계종 중앙의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사찰의 자율적 권한도 존중한다. 반면에 개신교는 중앙집권적 권한은 거의 없고, 개별 교회가 모든 걸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재정과 인사권이 중앙에 있는 다른 종교와 달리 개신교는 개별 교회가 독립된 운영체제를 갖는다.
개신교가 이런 체제를 가지게 된 건 개신교의 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수도사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성 교회 문에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고발하고, 교황의 권위와 지배에 도전하는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다. 이날이 바로 종교개혁의 시작이었고, 개신교의 출발이다. 교황권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고발하며 출발한 개신교는 이런 이유로 하나님 앞에서 특권은 없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만인제사장설’과 교황청의 지배를 거부하는 ‘개교회주의’가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물론 개신교에도 교회들이 함께 모여 교단을 만들기도 했지만, 천주교나 불교와는 성격이 다르고, 중앙집권적이 아닌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교회들이 느슨한 형태로 모인 연합체다.
개별 교회가 교단의
비대면예배 요청 거부하기도…
다양한 교단과 연합체,
행동 통일 어려움
이런 구조는 교단의 결정을 거부하고,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에선 각 교단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행사를 비대면으로 전활할 것을 요청했을 때 천주교와 불교는 중앙의 결정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비대면 종교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반면 개신교는 교단 중앙에서 요청이 있어도 거부하는 교회가 많았고, 심지어 상당수 교회는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조차 않은 상황이어서 일사불란한 집행이 애초에 불가능했다.
아울러 다양한 교단과 교단연합체로 갈라진 상황도 통일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2018 한국인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개신교 교단은 37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수시로 이합집산하면서 교단 숫자는 해마다 변한다. 교단 연합체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한국교회총연합회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외에도 지금은 세력이 축소돼 유명무실해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갈라진 한국교회연합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교단 연합 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예배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호응하며 비대면 예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교연은 지난 9월 9일 평신도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매 주일 한국교회가 드리는 공 예배에서 스스로 철저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국교회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대면 예배를 금지한 것은 국민의 기 본권인 종교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정치적 억압으로 받아들이며, 따라서 정부가 모든 교회에 적용하고 있는 대면 예배의 금지조치를 조속히 해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는 초기엔 정부의 방역강화에 반발하다 개신교 교회가 코로나 19 재확산 진원지로 지목되자 지금은 목소리를 줄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헌금도
대면예배 고집하게 된 원인
아울러 각 교회가 독립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대면예배를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교회 운영을 위한 재정은 100% 교회 소속 교인들의 헌금으로 충당된다. 교단의 지원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면예배를 하지 않게 되면 헌금 수입이 줄어든다. 비대면 예배도 온라인을 통해 헌금을 걷지만, 대면예배와 비교하면 금액이 많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헌금 수입이 줄어들면 교회 건물 임대료 등 교회의 고정지출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규모가 큰 교회라면 건물도 교회 소유이고, 쌓인 재정도 많아 견딜 수 있겠지만, 작은 교회들은 버티기 힘들다. 더구나 작은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위한 장비조차 갖추기 힘들어 비대면 예배를 꺼리게 된다.
이런 현실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은 지난 6월 15일 열린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목회자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가 진행했으며 예장 통합 교단 소속 담임목사 1,135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교회 헌금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체 목회자 가운데 68.8%가 헌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변화 없다’는 응답은 30.1%에 그쳤고, 1%만 헌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헌금이 줄어든 비율에 대해선 ‘20~40% 미만’이 53%로 가장 많았고, ‘20% 미만’ 23.8%, ‘40~60% 미만’ 17.3%), ‘60% 이상’ 5.8%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헌금 감소 비율은 28.7%였다. 이번 조사에선 출석 교인도 코로나 19가 급증하던 당시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등 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외부 지원 없이 홀로서야 하는 개교회들은 대면예배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신교 교회 중에서도 중앙집권적 구조를 갖추고, 개별 교회에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구세군이나 성공회의 경우 중앙의 결정을 바탕으로 각 교회에서 일사불란하게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개신교의 개교회주의가 대면예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 수 있다. 작은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큰 교회에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러 개신교 단체에서 지원 운동을 벌였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신교 특유의
잦은 예배와 모임도 영향
개신교 특유의 잦은 소모임도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영향을 미쳤다. 개신교는 지난 1970~8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새벽예배, 주일 오전 예배, 주일 오후 예배, 주일 저녁 예배, 수요 예배, 금요 구역예배 등 잦은 예배와 소모임이 자리하고 있다. 순, 다락방, 셀, 가정, 목장 등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신도들간에 친밀감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도 활동을 벌이는 등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과정에서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도 친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여러 집단이 계속 밀접 접촉을 하고, 함께 식사하게 되면서 감염 위험성은 당연히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방역 당국은 지난 7월 10일 교회 방역 강화 방안으로 정규 예배 이외에 소모임과 식사 등을 금지했다. 정세균 총리는 “최근 감염 사례를 분석해보면 교회 소규모 모임과 행사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전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면서 전국 교회의 식사 제공과 소모임·행사 등을 금지하고 정규 예배만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한국교회총연합회 등 보수 개신교 세력은 반발했다. 바로 당일 긴급 성명을 내고 “중대본의 교회 내 소모임 금지 및 단체식사 금지 의무화 조치는 그간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중대본은 이번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자발적인 방역지침 준수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7월 14일 정세균 총리와 가진 오찬 자리에서 정 총리가 한교총에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방역지침 철회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7월 15일 상임회장회의를 연 한교총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종교단체 중 교회만을 지정하여 지침을 낸 것은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며, 주일 아침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되는 교회 출석 금지 문자는 예배 방해이므로 중지되어야 한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결국 정세균 총리가 “교회 방역강화 조치를 7월 24일부터 해제하고자 한다”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방역 관련 조치를 취한지 불과 2주일 만이었다. 정 총리는 “대부분 교단과 성도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준 덕분에 최근 교회 소모임 등으로 인한 감염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해제 이유를 설명했지만, 한교총을 비롯한 개신교계의 거센 반발도 한몫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개신교 교회 방역 강화조치가 해제된 지 불과 2주일 만에 사랑제일교회 등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등 코로나19는 재확산되고 말았다.
‘통성기도’와 ‘찬양’도 영향…
개신교 기도·찬양 문화 바꿔야
여기에 더해 개신교 특유의 목소리를 높여 다수의 신도가 함께하는 ‘통성 기도’와 ‘찬송’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통성 기도와 찬송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말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도 연일 예배를 통해 찬송과 통성기도를 했고, 심지어 합숙까지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 7월 교회 소모임과 식사를 금지시키면서 “예배 시 찬송 자제, 통성기도 등.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말하는 행위 금지, 찬송하는 경우 마스크 필수 착용(성가대 포함)”이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개신교의 기도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는 지난 8월 말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에서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가 ‘코로나 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잠잠하라‘는 뜻입니다…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닦으라’는 뜻입니다… 집합을 하지 말라는 것은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라’는 뜻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나는 안 목사님의 이 메시지를 ‘입은 잠잠하고 이웃을 위해 마음을 여는’ 교회의 기도 문화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은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고 말씀하고 있기 때문(잠언 21:13)”이라며 “어쩌면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비대면 예배’와 ‘조용한 기도’ 가운데서, 우리가 그동안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이웃의 슬픔에 탄식하고 계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한 기도는 나 자신과의 화해를 넘어, 이웃을 위해 마음을 여는 기도요, 이웃과의 화평 중에 거하시는 주님을 만나게 하는 통로이니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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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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