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분석기사]

전시작전권 조직 전환 추진의 교훈과 과제

ㆍ 노무현 대통령은 왜 전시작전지휘권 환수에 목을 맸는가? 
ㆍ 속 빈 강정으로 변질한 전작권 전환
ㆍ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는 미국의 흉계
ㆍ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없이 자주국방은 없다. 

▲ 지난 11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11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는 미국의 흉계

이처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으로 전시작전지휘권 환수’와는 거리가 멀고,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쥐꼬리만 한 권한만을 넘긴 기만적인 전작권 전환’마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고 있다. 특히 이번 10월 14일에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간의 마찰이 심각했다고 알려졌다. 서욱 장관은 이번 회의 모두 발언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야 한다”며 속도를 강조한 반면, 에스퍼 장관은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양측의 인식 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미국방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서둘러 전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교묘한 흉계가 있다. 

첫째는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듯이 전작권 전환을 매개로 최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강요, 미국제 무기 강매를 통해 최대로 경제적 이득을 챙기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 정권의 잘못도 있다. 현 집권 세력은 ‘임기내 전작권 전환’에 목을 매고, 미국이 요구하는 전작권 전환 조건(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환경조성,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핵심 능력 구비, △국지 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을 갖추기 위해 국방예산을 도가 넘치게 증액해 미국제 무기 구매에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무기 장사에 재미를 붙인 미국은 되도록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춰 더 많은 무기를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또 현 정권이 목매고 있는 전작권 조기 전환을 약점으로 삼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자기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날강도 같은 행태를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된다.

둘째는 한반도 정치 군사 환경의 변화이다. 

북은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에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은 ‘제재해제를 조건으로 하는 북미협상은 없다’고 선언하고, 자강력 제일주의 노선을 앞세워 장기대결의 길을 선택했다. 북이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자, 미국은 불안과 초조감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제재마저 무용지물로 되고 만 현실에서 북의 핵 무장력 강화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정부마저 미국의 정책에 순종하지 않고 남북협상노선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회복할 길 없는 궁지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이러한 사태 발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통제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정부에 대한 통제와 압박을 강화할 적절한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 전작권 전환 문제이다. 미국은 전작권 조기전환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북정책의 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공허한 전작권 조기 전환에 목맬 게 아니라, 당당하게 자주적인 남북협력노선을 선택해 나갈 때, 한국 정부의 요구를 더 잘 관철할 수 있다.

셋째는 중미 관계의 악화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끼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체제와 같은 대중국 포위환을 만들려 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을 상대로 한 향후 전략 및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2020.5.20, 백악관)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봉쇄전략 등의 ‘경쟁적 접근’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 사태의 중국책임론을 연일 떠들면서, 경제번영 네크워크를 비롯해 지구적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구상을 가속하며, 동맹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  decoupling(디커플링)은 함께 움직인다는 뜻의 커플링coupling(동조화)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탈(脫)동조화’를 의미)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와 함께 하는 세력권을 형성하려고 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중국경제와의 협력 체제를 끊을 것을 요구해 나서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도 대중국 봉쇄망 구축에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정책 동참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중국 봉쇄에 따르라는 미국의 요구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이 미국에 눈엣가시로 되고 있다. 미국은 감히 한국이 자신들의 뜻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 분통을 내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봉쇄망에 한국의 참여를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문제도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전작권 전환 문제를 미끼 삼아 노무현 정부 때에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관철해 냄으로써, 주한 미군과 미군기지를 대중국 군사적 대결의 전초부대와 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양국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와 아시아 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적 역할을 주목했다. 또한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구호 밑에 한국의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미국의 군사 변환(21세기 최첨단군으로 전투력 제고)에 보조를 맞춰 한국군의 무기 장비 수준을 미군에 맞추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등을 통해 중국에 가까운 서해안 벨트 지역에 미군 기지들을 배치해 나가고 있다. 

중미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는 지금, 미국은 한반도 이남 지역을 대중국 봉쇄망의 전초기지로 삼는 게 매우 절박한 과제로 나서고 있다. 그들은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전작권 전환을 미끼 삼아 이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한일정보교류협정 체결을 압박하고, 그것을 강제 연장토록 한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양 장관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보공유, 한미일 안보회의를 포함한 고위급 정책 협의, 연합훈련, 인적 교류활동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또 “성주기지 사드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임시배치라는 사드기지 영구기지화를 뜻하며, 중국 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미국의 강압에 한미연례안보협의회가 끝나자마자 성주 사드 기지 건설공사를 밀어붙이는 악수를 두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지금 미국은 현 정권의 전작권 조기 전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없이 자주국방은 없다. 

기만적인 전작권 전환 요구마저 뭉개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과 협력적 방식으로 전작권을 환수하려는 노무현식 자주국방은 신기루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대북전략)과 동아시아 전략(대중국 전략)에 순응해 미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면서 그 대가로 전작권을 환수받으려는 것은 실현불가능한 환상일 뿐이다. 그 어떤 나라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놓으려 할 것인가? 특히 종속적인 한미관계에서 미국이 자신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이러한 점은 이번 연례한미안보협의회에서 드러난 한미불협화음에 울분을 터뜨린 집권여당 중진의원의 솔직한 고백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 자율성을 높이고, 책임국방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전작권을 추진할수록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쯤되면 누구를 위한 조건 충족인지, 무엇을 위한 전작권 전환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의 목표는 자주국방인데, 한미협의를 통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면 할수록 안보의존이 커지고 있는 ‘전작권 전환의 역설’을 예리하고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고백은 한미합의(미국에 대한 구걸)를 통해서는 자주국방도, 군사주권도 확립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존재하고, 유엔사가 존속하는 한 전작권 전환이 일백 번 이루어진다 해도 군사주권은 주한미군의 수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미끼로 삼아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미국의 꼼수에 놀아날 뿐이다. 이 땅에서 군사주권을 확립하고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인 방도는 한국 민중의 단결된 힘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길밖에 없다.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만이 자주국방을 위해 가장 올바른 길이며, 현실적인 경로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를 향한 전국민적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