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기자 kmj@vop.co.kr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20일 오전 3~4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터미널 관리자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오전 2시 41분경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자필 유서 3장을 직접 찍어 메신저로 보냈다.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는 “억울합니다”로 시작한다.
김씨는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대리점으로부터 당한 갑질을 나열했다.
그는 “로젠 강서지점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고용해야할 직원 수를 줄이고 수수료를 착복해 소장(택배기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를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부지점장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고 소장을 불러서 의자에 앉으라 하고 자기가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냈다”며 “소장을 소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폭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가 떨어져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상승해 관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했다. 그러나 계약서상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하고, 그렇지 못할시 그것에 대한 인건비를 김씨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퇴사도 하지 못했다.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다녔지만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아마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대리점)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끝으로 “제가 죽어도 관리 직원에게 다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입사과정에서 보증금 500만원을 지점(대리점)에 지급하고, 300만원의 권리금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입이 나오지 않는 구역을 일방적으로 떠맡기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택배노동자의 사망이 로젠택배의 구조적인 문제와 대리점장의 갑질이 불러온 사건인 만큼 정부와 로젠택배는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 등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을 지불하고 나면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수입이 적어 신용도가 떨어지고 원금과 이자 등을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부담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이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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