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앞 천막촌 사람들 | 기사입력 2020.10.23. 17:42:28 최종수정 2020.10.23. 20:24:59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청앞 천막촌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2018년 끝자락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기이한 마을이다.
길에 천막을 세운 지 700일에 다가가는 나날. 그러나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고, 실은 도처에 있었다. 타자화의 역사에 내몰려 오래전에는 감옥이 된 섬에서 살고 또 죽었고, 이윽고 관광산업에 동원되어 미소를 팔고 손을 흔들어야 했다. 착취는 점점 거대해져 쓰레기 똥물 다 받아내고도 감사해야 하는 섬이 되었다.
그리고 제2공항이라는 이름의 역대 최고 난개발이 예고되었다. 이에 거대한 착취의 대오에 서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질문은 하찮게 버려졌고, 드디어 오만한 관청 앞에 도민이 천막을 세워 마을을 옮겨왔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마을의 주민이 되어 추운 겨울 문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라 폭력. 수백의 공권력이 질문하는 자들의 몸을 들어 팽개쳤다. 그것은 금방 끝날 한바탕의 소란일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끝나지 않았다. 길 건너로 던져진 사람들은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그렇게 밤이 새고, 날이 밝았다. 그밤, 빗속에서 천막이 다시 세워졌다. 더 많이 세워졌다.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쌓인 질문을 거두지 않기로 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 서러운 추위와 멸시가 어렵게 얻은 기회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첫 겨울이 가고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그렇게 700일.
장기농성하는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매일 아침, 맞은편 제주도청을 응시하며 차 지나는 도로를 목소리로 가로질렀다. 그 중 네 번의 날의 네 차례 선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제주의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가닿길 바라며.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에 분노하는 얼굴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이 성명은 우리의 첫 성명이며 선언이다. 2019년 1월 7일, 제주도와 제주시가 수 백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물음을 던지는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린 날, 그 긴박한 시간 속에 외쳤던 목소리다. 당시 우리는 스스로 이름을 갖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선언의 주체가 <민주주의 사수 도청 앞 제주도민 일동>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선언처럼, 이날 밤 천막이 다시 세워졌고 더 세워졌고 시민들이 모여 ‘우리’의 이름을 생겨났다.
이것은 학살입니다. 제주는 지금 거대한 학살 앞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평화가. 공명정대한 절차가, 인간이, 뭇 생명이, 그리하여 마침내 미래가 학살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는 이곳에서 한 번도 허락된 적 없습니다. 평화로운 피케팅은 늘 밀려나고, 막히고, 고착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떠밀렸습니다. 부당한 항의는 폭력으로 둔갑했고 죽지 못해 곡기를 끊고도 조롱당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있습니다. 사람 하나 죽는 것쯤은 눈 하나 까딱 않는 제주도청에 있습니다. 소통하겠다는 그 도민의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 그 사람 앞에 섰습니다. 더는 방법이 없고, 더는 밀려날 곳이 없고, 더는 시간이 없어서 추운 밤을 새웁니다. 지금은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사라진 미래에 대해 두려움으로, 모여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용기이며, 목적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앞에 분노한 얼굴들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도청 중앙 현관 계단 위에 올라온 것이 처음이란 걸 알고 한없이 절망했던 시민입니다. 모멸을 견디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제주도에 책임을 다해야 할 도지사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민의 질문을 대리하지도 않았습니다. 국토부라는 이름의 작전은 제주를 우롱하며 속전속결로 제2공항을 내리꽂고 있습니다. 원희룡은 국내 제1호 숙의민주주의 파괴자가 되었습니다. 이 광경 뒤에 더 큰 무엇이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되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실험실, 아시아군사요충지, 소모형 관광지, 더러운 토호정치의 텃밭, 이것이 지금 제주도입니다.
결국, 핵추진항공모함이 들어온 제주 강정을 겪고도, 신화를 값싼 여흥으로 뒤바꾼 신화역사공원을 보고도, 곳곳에서 훼손된 곶자왈과 환경수용력을 초과해 쓰레기 똥물 섬이 되는 걸 알고도 권력은 멈추지 않습니다.
정치적 언어를 부착한 차량은 큰 차로 가로막히고, 먹지도 못하게 해서 음식을 공중에서 받아먹었습니다. 추위를 피할 인도주의적 요청조차 외면했습니다. 이틀 지난 밤에야 국가인권위원회의 당부로 심야 텐트를 허가받았을 뿐입니다. 시위자들과 그 친구들은 제주도청 주차장에 주차도 할 자격도 없었습니다. 이동하는 차 바퀴 아래에 발을 넣은 자해공 갈다는 공무원은 너무도 떳떳했습니다. 제주도청은 성역에 다름없었고 제왕적 도지사는 이런 풍토를 양분 삼아 자랐습니다. 이 모든 민낯의 언어는 바로, “가만있으라.” 나서지 말고, 질문하지 말고, 반대하지 말라는 협박이란 걸 우린 압니다. 하여, 더는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제주는 누구의 것입니까?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제주는 누구의 것입니까?
지금은 우리가 도청 앞 천막을 지키고 있지만, 이것은 제주도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라고 합시다. 지금은 우리가 모멸을 견디며 추위에 떨고 있지만, 언젠간 이곳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며 공공이 시민과 소통할 것이라고 믿읍시다. 공동의 운명을 나누어 가진 운명 공동체로서 함께 싸워주십시오. 최소한의 민주주의, 최소한의 목소리라도 내기 위해 공권력이 더는 성역이 되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제주도청은 시민 협박 중단하고 평화로운 집회시위 보장하라!
시민이 곡기 끊고 면담을 요구한다. 원희룡은 면담 요구 즉각 수용하라!
국토부의 일방적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 착수에 대해 도지사는 중단을 요구하라!
- 2019년 1월 7일 “민주주의 사수 도청 앞 제주도민 일동”
제주도민 자기 결정권 선언
제주도가 방임하는 사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국토부의 일방 강행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공공은 짐짓 ‘도민 갈등’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우고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언어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19일,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제주시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려 했고, 이전의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던 시민들은 국토부의 행위가 기만적임을 근거로 들어 보고회 무산을 외쳤다. 당시 농어업인회관은 성난 반대 시민들이 원천봉쇄한 것처럼 알려졌으나, 실제로 시민들보다 먼저 들어간 국토부 측이 발표장 문을 잠근 상태로 발표자 1명과 영상기록자 1명 외 관계자 1인, 단 세 사람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는 장면이 발각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바깥 문을 잠그고 회관 내부에서 격렬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고 미리 잠근 문 뒤에서 요식행위를 강행하던 공공의 책무는 문제시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제2공항 문제에서 도민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이에 도민들 스스로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임을 밝히는 ‘자기결정권’을 선언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 최종보고회 날, 우리는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국토부가 일으킨 제2공항 문제를 제주도민이 스스로 해결할 것임을 선언한다.
2015년 11월 10일. 제2공항 문제는 그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국토부는 제주도민의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을 일절 생략한 채, 최소한의 알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채 성산읍 일원에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민은 자신의 미래가 걸린 일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토부가 제2공항을 짓겠다고 거쳐온 모든 과정은 일방적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기만’이라 부른다,
애초 제2공항 추진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용역보고서」에서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제주국제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내용이 은폐되었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성산을 선정하기 위해 편의적이고 편향적으로 평가기준을 세우고 비교 후보지를 골랐다. 이후 기본계획은 착수보고회부터 오늘의 최종보고회까지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는 사전에 장소를 알리지 않고 세종시 국토부 건물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는 성산에서 제2공항을 찬성하는 사람만이 모인 가운데서 한 시간도 안 되게 진행했다. 오늘의 최종보고회 역시 제주도민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장소 공개를 최대한 늦췄다. 국토부는 어찌하여 제주도민을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는가. 하지만 제주도민은 그 사이에 국토부 주장의 기만성을 알게 되었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10일,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성산을 제2공항 최적 입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역이 중첩되지 않고, 기상 조건이 좋고, 환경 훼손이 적고, 소음지역 거주민 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성산의 예정부지는 군공역과 중첩된다. 타후보지와 달리 성산만이 안개일수가 조작되어 기상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성산은 제주에서 오름의 보고로 여기에 공항을 지으면 대대적인 자연 파괴가 따른다. 성산의 소음피해지역은 실제보다 대폭 축소되어 평가되었다.
이처럼 제주도민은 국토부의 기만성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제주도민은 그 사이에 새삼 의식했다. 제주도는 섬이다. 섬은 환경수용력이 관건이다. 국토부는 제2공항을 추진하면서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을 고려한 바 없다. 국토부는 최대치로 추정한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그 많은 사람이 실제로 제주도에 들어올 때 벌어질 일은 고려한 적 없다. 현재 제주도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교통체증 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어찌될 것인가.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제주도는 몇 년 사이 관광객 수가 늘었지만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어떻게 제주도의 소중한 자연과 제주다움을 지키고, 어떻게 제주사회를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꿀 것인가. 제주도민은 국토부가 저지른 제2공항 문제를 겪으며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리고 의사를 밝혔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제2공항을 불허한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국토부의 일방추진에 항의한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제주도의 자연 훼손을 우려한다. 제주도민은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제주를 원하다. 이렇게 제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주도민이 함께 고민하게 한 것으로 국토부의 역할은 끝났다.
자!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이다. 따라서 오늘은 지난 국면의 마지막 날이자 새로운 국면의 첫 날이다. 제주도민은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코 국토부와 제주도정에 맡겨두지 않겠다. 제주도민의 뜻으로 결정하겠다. 그로써 장기간의 제2공항 건설과정 동안 일어날 제주사회의 갈등을 막겠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국제자유도시가 아닌 제주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 제주도민을 배제하는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체제를 바꿔내겠다. 제주도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만들겠다.
이제, 우리의 시간이다!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이다!
제주도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정한다!
2019년 6월 19일.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임을 선언한다
-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제주사회를 바라는 제주도민,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국토부 장례식을 치르며
국토부는 6월 19일에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강행하려던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수립 최종보고회라는 요식행위가 발각되어 무산되자 결국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기어이 진행하고 말았다. 행사 하루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하루 전에 모여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이제까지 오랫동안 국토부가 실제로는 국토의 파괴를 일삼아왔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위기를 가속화하여 미래를 삭제하고 있음을 근거로 국토부에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중 도청 경비를 맡은 직원에 의해 시민이 계단에서 굴러 부상당하는 사고가 났지만 결국 경찰 조사를 받은 건 참석했던 시민들이었다.
이것은 세종시 정부청사 국토부 골방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용역 최종보고회를 하겠다는,
즉 앞으로도 계속 자기들 맘대로 하겠다는 국토‘파괴’부를 향한
제주도민의 마지막 경고다.
좋겠다. 국토부는 좋겠다.
무슨 짓을 해도 국책사업이니, 국토부는 좋겠다.
믿고 따르라. 믿으라. 국토부는 좋겠다. 정말 좋겠다.
제주 섬에 공항 들인다면서
제주도의 수용 능력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국토부는 좋겠다.
지도 놓고 맘대로 선 긋기 색칠 놀이
제주도에 사람이 사는지, 그 땅에 주민이 있는지
그 부지가 동굴인지, 그 하늘이 군 공역인지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냥 하고싶은 일을 한다니
국토부는 좋겠다.
하도리 나는 새도 국토부를 비켜갈꺼라니
정말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국토부야 정말 좋겠다.
국토부야? 아니, 국토파괴부야?
그런데, 정말 좋으냐? 좋으냐?
파괴를 일삼고, 분열을 획책하고, 미래를 박탈하고도
너는 괜찮으냐?
네가 부숴버린 세계를 매일 만나는 넌, 괜찮으냐?
질문을 받아야 할 공공인 주제에
도민으로 구성된 검토위원들에게 자료를 내놓으라 윽박을 하고
중요한 보고서 은폐하다 뒤늦게 내놓고
끝까지 은폐할 생각이면 그 문서를 지금 왜 내놓겠냐는 말을
공개토론회에서 할 수 있는 그 배짱
중간보고회 발표는 달랑 36분
최종보고회는 미리 들어가서 문 걸어 잠그고 둘이 셋이 옹기종기
발표하고 경청할 수 있어서
그러고도 공무 수행이라서, 전문가라서
너는 마냥 좋았느냐? 너는 괜찮으냐?
학살을 위해 제일 먼저 학살된 건 바로 너희 국토부 자신인데
정녕 두렵지 않느냐?
공군기지 들어서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국토부야.
4.3으로도 모자라 강정으로도 부족해
해군기지 만드니까 공군기지도 필요해서
그 거 만들어주느라 애쓰는 국토부야.
제주도지사 꼬봉으로 만들어 신이 난 국토부야.
이제 더는 갈 곳 없고 부서질 곳 없는 이 섬이
너희들의 기만을 불허하노니
국토부야! 파괴부야!
개발이란 말 함부로 가져다 때려부수는 데 사용하는 국토파괴부야!
후손에게서 빌려온 산 땅 물 모두 밀고 깎아
빌딩 물려주고 싶은 국토부야!
숲을 가꾸는 일은 어찌 개발이 아니냐.
망가진 당을 회복하는 건 어찌 개발이 아니더냐.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그 아래 좁고 천천한 길
자연 그대로의 굽어진 냇물은
어찌 개발이 아니냐.
너희도 푸른 언덕 위에 낮은 울타리 집을 꿈꾸고
아이들도 나무 아래 멍멍이와 뛰어노는 그림을 그리는데
어쩌면 너는 그것들을 학살해 왔느냐?
지금 여기, 인류로서의 책무를
외면하느냐?
그러니.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미래를 위해, 너희는 사라져 마땅하다.
백번 해롭고 이로움 하나 없는 너희는
미안하지만, 오늘, 사라져 마땅하다.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오늘을 기억하겠다.
너희들이 골방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거짓 은폐 사기 조작
이 시간을 잊지 않겠다. 지금 여기 우리의 시간도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이 세계를 위해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지금 여기. 국토파괴부야!
멈춰라. 살고 싶으면, 지금, 죽어라. 살고 싶으면, 지금 여기서 당장 죽어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 국토부의 기만적인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용역 철회를 요구하며, 온몸으로 싸웠고, 앞으로도 싸워갈 ‘제주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이제 제주에서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파괴행위에 제도정치가 부역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기 천막촌의 목소리는 단순히 사건으로서의 제2공항이나 난개발 사안에 반대를 외칠 뿐 아니라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보전지역 1등급 구역만이라도 도의회가 심의하라는, 최소한의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조례가 도의회에서 부결되었다. 그 전에 도의회는 “우리는 힘이 없다”며 의견을 유보했고 이에 천막촌 사람들이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도의회는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그리고 해당 임시회는 폐회되었다. 마음이 실신한 사람들은 해당 임시회 페회사에서 도의회 의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받아쳤다. 마땅한 과정이 부정당하는 광경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사람들은 오래 울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제주도의회 제37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폐회사. 이제 목 놓아 통곡하노라. 이 말은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이 을사늑약에 관해 쓴 논설 제목이다. 목 놓아 통곡하겠다던 그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일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대신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며 을사오적을 호명한다.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두려움에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
제주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킨 2019년 7월 11일, 여기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통곡하기 전에 이 말부터 들어야 했다.
“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제주도민을 대표하고 도정을 견제한다는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제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었다.”(돼지야, 개야, 비교해서 미안해)
봄이 오기 전 제주도의회는 국토부의 제2공항 질주에 맞서 최소한의 도민 자존심을 지킬 결의안을 냈었다. 당시에도 그 당연한 결정이 나기까지 많은 도민이 속을 앓아야 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용역수립 절차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제주가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제주도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제주특별법 제5장엔 제주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제355조 절대보전지역, 제356조 상대보전지역, 제357조 관리보전지역의 지정, 제358조 관리보전지역에서의 행위 제한 원칙이 정해져 있다. 세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도 조례(보전지역 관리)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조례는 절대보전지역에서는 항만 공항 등 대규모 원형 훼손 시설은 도의회 동의절차를 가지는 데 반해, 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과 같은 관리보전지역 1등급에서는 그 절차가 없었다. 이번 조례안 개정 내용은 바로 이 1등급 지역도 절대보존지역처럼 대규모 훼손 행위에 대해 도의회 동의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제주 보전조례는 헌법상 ‘환경보전의무’와 제주특별법상 '환경의 보전' 목적에 부합하는 조례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내용이었다. 제주 전 지역도 아니고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지역1등급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반대하라는 것이 아니고 심의하라는, 다시 말하지만 최소한의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도의회는 자신들의 책임은 물론 권리이기도 한 이번 개정안을 거부했다. 대체 왜? 왜?
묻는다. 제주도의회는 왜 있는가? 뭐하러 있는가? 무엇 하는 곳인가? 이 조례안 개정에 제2공항 사안을 붙여놓고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주체들은 누구인가? 이 조례개정이 불발에 그침으로써 이익을 보는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국책사업에 따른 도민 간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 의지도 없는 도의회는 왜 때문에 있는 건가?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의회 개원 1년 인터뷰에서 ‘집행부의 의견 수렴기관이 아닌 치열한 논쟁과 협의를 통해 도민주권을 펼치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겠다’라고 했다. 그 약속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대체 얼마나 힘을 가져야 이 당연한 일을 할 수 있는가? 권한이 없다고 해서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짧은 기간 동안 시장과 공항 터미널 등을 돌아다니며 3275명의 도민 서명을 모아서 힘을 실어주었다. 길에서 만난 많은 도민이 ‘정말 이것이 통과되면 제주도 난개발 억제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기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내주었다. 그런 안이 5월 22일 상정보류 되었었다. 쓰린 속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6월 10일 또 상정보류 되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항의하는 시민들 도의회 출입을 막고 문 걸어 잠그고 폐문 표시를 한 것이었다. 이 표시는 나중에 통제 표시로 바뀌었다. 문을 두드리며 문 걸어 잠근 이유를 묻는 도민들을 채증하고 협박했다. 도의회 도민의 방 이용을 불허하거나 제한했다. 그들이 견제한다던 원희룡 제주도정과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제주도민을 대의 하는 기관이 그 책임과 권한을 포기했다. 아니 거부했다. 이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 것인가?
을사오적이 있었다. 이제 기해년, 제주를 팔아먹은 제주의 적폐를 호명하겠다. 당신들은 누구인가?
제주 정치엔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고 최소한의 정의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야당도 없고 여당도 없고 죄다 도둑들만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도민이 그토록 갈망하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제도정치에서 가로막힌 오늘, 우리는 이제 목 놓아 통곡하겠다. 통곡하겠다. 그리고 오늘 이 통곡은 반드시 횃불 되어 영달을 바라고 책무를 저버린 제주 정치를 향해 봉기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개, 돼지만도 못한 제주도의 적폐들은 그 폐쇄된 의회 안에서 아예 나오지도 말라. 지켜보겠다. 제주도의회는 똑바로 하라.
- 2019년 7월 12일. 2019년 7월 11일의 부끄러움을 함께 떠안는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600일을 맞이한 제주도청 앞 천막촌은 원희룡 지사와의 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시간은 예상했던 날을 훌쩍 넘겨 다음 해 여름이 되었다. 그사이 코로나19 펜데믹이 번졌고,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살게 되었다. 기후위기는 언젠가부터 오래된 일상어가 되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전한 한국 정치의 위기를 확인해야 했다. 미래를 위한 현재 인류의 의무를 각성하며 천막촌 사람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매일 싸웠다. 그러나 원희룡 도지사는 퇴행하고 있었고, 결코 시민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600일을 맞아 천막촌 사람들은 공식 문서를 통해 도지사의 면담을 다시금 요구했다. 물론 우린 아직 도지사를 만나지 못했다. 2년을 도청 앞에서 기다렸지만, 여전히 제주도청의 문은 ‘질문하는 시민’을 가로막는다.
1. 2018년 12월부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강행을 막기 위한 절박감에 제주도청 앞으로 모여들어 천막들을 세운 사람들의 공간이자 관계인 도청앞 천막촌은 2020년 8월 9일로 600일을 맞이했습니다.
2. 600일 동안 제주 제2공항 문제는 환경수용력, 도민결정권의 문제의식이 도민사회로 확산되며 국토부의 일방 추진이 어려워지는 새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3. 또한 도청앞 천막촌은 제주도가 추진 내지 관리 주체인 비자림로 확장공사, 선흘동물테마파크 사업, 서귀포시 우회도로, 송악산뉴오션사업 그리고 노동, 생태, 교육 등 갖가지 제주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는 자들이 모이는 제주 정치의 광장이자 공론장으로 거듭났습니다.
4. 지난 7월 24일 도의장과의 면담에서도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비자림로 시민모임,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5. 그 중 제2공항 사업은 비자림로 확장공사, 서귀포시 우회도로 사업 등과 직결되어 있으며, 사업 추진 여부가 제주의 생태-환경-사회-문화-경제를 좌우할 제주 최대의 현안입니다.
6. 제2공항 사업은 7월에 진행된 ‘제주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거치며 스무 개 넘는 첨예한 쟁점이 드러나 이에 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제2공항 사업의 추진에 관한 도민의 숙의를 거쳐야 할 상황입니다.
7. 국토부 측은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건의할 경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도 “중앙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어긋난다. 도민의 의견을 최대한 따르겠다”고 발언했으며, 김부겸 후보 역시 “다시는 중앙정부가 밀어부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민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인내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제2공항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8. 제주도 내에서도 제주도의회는 도민의견 수렴에 관한 모색을 이어가고 있으며, 제주도의 여러 언론은 제주도정이 제2공항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여 개 단체가 연합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자체적으로 보고서 검토, 현지 조사를 하며 도민공론화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9. 「공항시설법」 3조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종합계획을 수립하거나 제3항에 따라 종합계획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은 도지사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의 의견’, 즉 제주도민의 집합적 의견이어야 합니다.
10. 또한 「주민투표법」 8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11. 지금 시점에 첨예한 쟁점들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도민의 숙의를 거치지 않고 제2공항 사업이 강행된다면, 장기간의 건설과정 동안 성산 지역의 주민간, 제주도 전역의 도민간에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12. 이에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제2공항 사업의 정당성, 제2공항 문제의 해결방안, 생태환경위기에 직면한 제주사회의 지속가능성, 도민이 주체가 되는 제주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원희룡 도지사와 면담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13. 도청앞 천막촌은 이미 600일 동안 제주도청 앞에서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도청앞 천막촌이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가 속히 만나야 할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임은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14. 이미 비자림로 시민모임,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서귀포시우회로도 시민모임 등이 저마다 시급한 사안을 두고 원희룡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15. 만일 원희룡 도지사가 대선 도전 준비 작업에 분주해 제주도에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면담이 성사될 수 없는 것이라면, 원희룡 도지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전국적으로 수소문하고자 합니다.
16.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도의 여러 현안을 방치하고 대선 도전에 나선다면, 제주도와 전국의 시민들을 위해 현 도정의 문제, 현재 제주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고 낱낱이 밝힐 것입니다.
17. 여기에는 원희룡 도지사 개인에 대한 원망은 없습니다. 살려야 하고 살아야겠다는 절박감 그리고 원희룡 도지사가 말했듯이 “우리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게 ‘공존불가의 자연, 거주불능의 지구’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거주불능의 지구를 넘겨줄 수는 없다」)라는 의무감에 도청앞 천막촌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8. 만일 원희룡 도지사가 자신의 대권 욕망으로 제주도에서 많은 문제와 분란을 일으킨 채 도지사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전국(결국은 서울) 행보에 몰두한다면, 도청앞 천막촌은 원희룡 도지사의 전국 행보를 제주도의 문제와 문제의식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매개로 삼을 것입니다.
19. 지난 600일 동안 제2공항 사업만이 아니라 비자림로 확장공사, 선흘동물테마파크, 서귀포우회도로, 송악산뉴오션사업이 지체되거나 난항을 겪거나 추진이 어려워 졌습니다. 도청앞 천막촌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2020년을 난개발의 광풍이 끝나고 제주도가 생명과 생존과 생활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전환점이라 선언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은 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추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20. 원희룡 도지사가 진정 ‘거주불능 지구’를 우려한다면, 더욱이 면담 요청을 수용해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문제 제기에는 어쩌면 원희룡 도지사의 의도를 오해한 대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주도청 앞에서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따금 마주쳤을 뿐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탓입니다. 600일 동안 말입니다. 대권 주자를 욕망하기에 앞서 도지사로서의 책무에 부디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하는 도민, 시민들과 만나길 바랍니다.
- 2020년 8월 9일 제주도청 앞 천막촌 600일
천막촌은 제주도청과 제주지방경찰청 맞은편에 있다. 천막촌 양 옆으로는 제주도의회와 제주교육청이 있다. 천막촌은 콘크리트 관청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공권력에 겹겹이 에워싸인 그 한복판에서 흔들리며 존재한다. 싸우며 일어난다.
그런데 이곳을 천막촌, 즉 천막들의 마을로 부르는 것은 단지 천막이 여러 개여서가 아니다. 여기, 다른 과거와 사연의 사람들이 있다. 생성되는 관계가 있다. 의지가 있다. 긴 약속과 결심이 있다. 분노가 있다. 분노는 절규로 고립되지 않고 공분으로 승한다. 놀람이 있다.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난다. 성장이 있다. 사고와 행동과 언어가 자라난다. 상상력이 있다. 상상력이 향하는 미래가 있다. 시도가 있다. 시도가 수놓는 역사가 있다. 이러한 ‘있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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