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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미대선이 폭동으로 번지면 미국자본주의의 조종 (弔鐘)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11/01 [01:23]

이흥노 재미동포

 

미국 대선이 사흘 남았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바이든 부통령이 앞선다는 보도를 내놓는다. 심지어 대부분 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조금 앞서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걸 트럼프 자신도 인정하는 것 같다. 최근 유세중 그는 이번에는 상원 다수 유지가 어려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자신의 재선 마저도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한 해 내내 입만 열면 우편투표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 보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느냐의 질문에 대한 회피 태도는 의혹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대부분 미국인은 물론, 지구촌도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총기 구입이 91%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뭔가 불길한 사태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사재기가 매우 극성이라고 한다. 인종갈등, 실업자 문제, 빈곤, 부의 불균형 등으로 시민들의 쌓이고 쌓인 불평불만이 프로이드 사건을 통해 폭발됐지만, 여전히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트럼프의 코로나대응 실패는 또 다른 폭발의 뇌관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 19사망 2십5만에, 확진 1백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게 세계최강선진국의 민낯이다. 뭐든지 잘못되는 건 중국탓으로 돌리고 대중적 적개심을 고취해 애국심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

 

이제 미대선은 누가 이겨도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양측 모두 실패란 있을 수 없다는 부동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증오와 적개심이 어느 때보다 강열하다. 투표나 개표과정 중 작은 문제만  발생해도 바로 크게 확대될 개연성이 아주 크다. 트럼프측은 승리 못할 경우는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한편, 바이든 진영도 승리가 확실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승복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제 양측 모두 승리 못하면 즉각 실력행사로 진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미 두 진영은 법적소송까지 대비, 최고 법조팀을 꾸려놓고 있다.

 

지금 미국민은 과거와 달리 심각하게 양분돼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반목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선거때문만이 아니다. 일전 뉴욕에선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트럼프 세력간 육탄전이 벌어졌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 지지세력 중엔 극우보수 호전광들과 백인우월주의 무장민병대가 버티고 있다. 신호만 떨어지면 즉시 출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트럼프가 이들을 옹하하는 듯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세가 확장되고 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트럼프 집권이후 인종갈등, 증오범죄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은 모든 미국민을 화목하게 아우르는 지도력 발휘가 필수다. 그런데 트럼프는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데 이골이 나있다. 지난달 초, 반트럼프 선두주자인 미시간 주지사 납치음모 계획이 폭로됐다. 반란까지 모의했다고 한다. 이 모의에 가담한 사설민병대원 13명이 FBI에 체포됐다. 또, 일전에는 필라델피아에서 한 흑인 청년이 경찰에 의해 사살되자 삽시간에 규탄시위가 벌어졌고 이윽고 폭동으로 변질됐고 약탈과 방화로 이어졌다. 이번 폭동으로 재미동포들의 상점들이 불타고 약탈당했다.

 

불과 넉 달전에 흑인 플로이드의 경찰에 의한 질식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전역으로 확산돼 대규모 폭동으로 번지자 군대까지 동원된 바가 있다. 당시에도 방화 약탈 등으로 우리 동포들의 업소피해가 컸다. 미국에서는 시위, 소요, 폭동과 동시에 빠지지 않고 수반되는 게 방화와 약탈이다. 유독 미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다른 여타 미개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사양길에 들어선 미국식 자본주의(민주주의)가 수명을 다해가는 모습이다. 그 증거를 ‘LA폭동’ (1992)에서 찾을 수 있다. 경찰의 한 흑인 청년 무차별 구타로 시작된 시위 폭동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 보는 대형 방화 약탈이다.

 

LA중심가의 상점들이 불타고 약탈이 휩쓸어 초토화가 됐다. 우리 동포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피해 동포중 자살을 택한 사람도 있다. 그때로 부터 10여년 후, 루이지나아나 ‘카트리나 태풍’ (2004)을 통해 미국이 뻐기는 미국식자본주의가 서산으로 기울어졌다는 결정적 예가 드러났다. 역사에 일찍 없었던 전대미문의 대재앙으로 2천 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처절한 비극을 수습해야 할 많은 현직 경찰관이 출근 대신 고급차량 절도에 나섰다. 이건 믿을 수 없는 진실이다. 자비, 사랑, 인권, 풍요를 자랑하는 미국의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전개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초석이 부서진 것이다.

 

이제 대선 시비가 피를 보게 될 폭동으로 진화된다면, 이건 명백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지구촌에 울려퍼지게 될 것이다. 2000년, 고어-부시 후보간 개표문제 시비가 끝내 법정으로 넘어간 바 있다. 당시 부시에게 유리한 법정이 그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불리했던 부시가 승리한 나쁜 전례가 있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트럼프는 관계 당국인 법무부, 상원, 대법원 등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그는 전례의 재판 (再版)을 노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정선거 시비는 투표에서부터 개표과정에 이르기 까지 어느 지점에서나 제기될 수 있다.

 

부정선거 시비→소요 (폭동)→경찰 (군대) 출동→계엄령→대법원 (의회) 등의 순으로 확대 발전되면 궁극적으로 칼자루를 쥔 쪽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선거 후과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허나 분명한 건 냉전 이후 30 여년 간 세계를 지배하던 패권의식, 약육강식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미국식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새판을 짜야 한다. 새 미국의 지도자는 코로나 재앙 대응과 거덜난 세계 경제를 일떠세우기 위해 지구촌이 함께 공생공존 더불어 사는 평화 경제에 앞장서야 한다. 이것은 가장 먼저 모든 전쟁과 제재 종식에서 출발돼야 한다.  



2020년 10월 30일 금요일

운명론을 정당화시키는 종교는 아편이다

 

김용택 | 2020-10-30 08:36:00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프랑스의 반(反)나치 레지스탕스 운동가였던 스테판 에셀이 한 말이다. 기독교 특히 극우성향의 기독교는 왜 분노할 줄 모르는가? 맹종, 맹신을 강요받은 반 성서적인 삶을 강요하는 목회자를 오리려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고 목회자를 예수라고 착각하는 신자들이 있다. 최근 역기능을 하는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하는 가는 전광훈목사 신도들에게서 본다. 성서의 가르침대로라면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의 격차문제, 그리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의 문제와 같은 문제에 분노해야겠지만 그들은 시비를 분별할 줄 모르는 맹신자가 됐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이나 삶의 질까지도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해방정국과 독재정권 유신시대를 사람들은 참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온 불행한 사람들이다. TV는 물론 라디오도 제대로 듣기 어려운 시대… 시골 학교에는 도서관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조차 구해 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 왔다.

성경을 처음 만난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진로에 대한 안내나 멘토도 없는 가난한 독학생이 만난 문고판 신약성경 한 권은 나에게 충격 그 이상이었다. 교양서적 몇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청소년이 읽은 신약성경은 종교서적이기 이전에 윤리서요, 교양서요, 철학서이기도 했다.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이 필수지만 신학 없이 만난 종교는 목사님이 곧 신이요 그의 해석이 예수의 가르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교육이란 순진한 청소년들에게 삶을 안내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정치며 경제며 사회를 보는 안목은 물론 진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판단력을 길러주기는 역부족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 가치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품성은 외면하고 이기적인 인간을 길러내고 있다.

청소년이 만난 성서는 죽음을 넘어 내세를 준비하는 종교의 의미보다 예수라는 분의 삶을 통해 내가 나아가야 할 길, 설 자리, 삶의 방향을 안내해 주는 인생의 안내자였다. 신학도 맨토도 없이 내가 만난 종교는 참과 거짓이 무엇이며 사랑과 인내, 관용과 소망을 가르쳐 준 내 삶의 안내자였다. 비판의식이 없는 나에게 성경이란 성경 속에 숨겨 있는 이데올로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교과서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모르고 금과옥조로 배운 사람들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간, 자본이 필요로 하는 인간 그 이상의 사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도구교과의 경우는 예외겠지만 윤리니 사회, 국사와 같은 교과서에는 그 내용 속에 체제 이데올로기며 자본이 필요로 하는 가치관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예수가 신인가 인간인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나이 40이 가까워서부터이었다. 70년대 중반 감리교 속회모임에서 고만고만한 청년들이 성경을 공부하면서부터 전통신학 외에도 예수님을 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는 걸 깨우치게 됐다. 이 모임에서 전통신학 이외에 민중신학이며 해방신학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 충격은 처음 문고판 성서를 만난 그 이상이었다.

성경을 처음 만나 받은 충격만큼이나 성경 속에 담긴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을 만난 한참 후의 일이다. 미친 듯이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찾아 읽은 철학 서적이며 민중 신학과 해방 신학 속에 나타난 예수님은 전통신학의 예수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 온 것이다.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 (누가복음 6장 17- 20)’라는 성구가 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마태복음 5장 3~5절)’라는 기록으로 남게 됐는지,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처럼 하라’는 말씀의 ‘이웃’이 옆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없으면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서 살아간다. 특히 기독교인들… 교회 안에서 양처럼 순하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들이 교회 밖에서 만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서 죄를 아무리 많이 지어도 교회에 가서 용서를 받으면 씻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런 죄를 반복해서 지어도 열심히 기도(?)나 하고 교회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맹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직장에서 만나는 교인들이나 정치인을 교회에서 만나면 딴 사람 같다. 문익환, 문규현, 문정현 신부, 그리고 이태석신부님 같은 분들의 삶을 보면서 기독교인의 길, 십자가의 길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것이다.

종교가 체제 순응 이데올로기나 불의한 권력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했은 때 이를 ‘아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순기능으로서 종교가 또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운명론적 세계관을 체화시키는 독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종교가 약자의 고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한 기독교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만드는 마취제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212 

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경향신문·공공의창 공동기획]시민 절반 “문 정부 부동산 실정이 집값 올렸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입력 : 2020.10.30 06:00 수정 : 2020.10.30 06:00



 ㆍ청 “과거 정부 탓”…민심과 반대

ㆍ“부동산 대책 효과 없다” 압도적
ㆍ47% “1년간 집값 계속 오를 것”
ㆍ종부세 과세 강화엔 ‘찬반 비슷’ 

최근 집값 상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 때문이라고 응답한 시민이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과거 정부의 규제 완화를 꼽은 의견은 30%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출·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집값이 오른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도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절반을 넘었고 시민 10명 중 5명은 향후 1년 이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줄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잇단 부동산 실정’을 꼽는 의견이 50.8%를 차지했다.

‘과거 정부의 재건축 및 대출 규제 완화’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은 응답은 35.9%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8일 이틀간 진행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집값이 상승한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과 배치된다. 최 수석은 지난 28일 KBS뉴스에 출연해 집값 상승 원인과 관련, “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부양책으로 ‘전세 얻을 돈이면 조금 대출받아서 집 사라’고 내몰다시피 하고, 임대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줘서 집값이 올라갔다. 그 결과는 이 정부가 안게 됐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보면, 현 정부의 적극 지지층인 40대만 집값 상승 원인을 ‘과거 정부’(54.9%) 책임으로 꼽는 의견이 많았다. 대체로 현 정부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30대와 50대도 ‘현 정부’(각 54.9%, 55.5%)에 집값 상승의 책임을 돌렸다. 이념 성향상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과거 정부 규제 완화(54.3%)를 부동산 상승의 원인으로 판단했지만 보수층과 중도층 모두 현 정부 탓이라고 보는 의견이 더 많았다.

또한 시민 10명 중 7명이 잇단 부동산대책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었다’(66.8%)고 답했다. ‘부동산대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의견은 29.6%에 불과했다. 30대의 절반(50.0%)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전혀 효과 없다’고 답해,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한 비판 의견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을 둘러싼 평가도 박했다. 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5.3%에 그쳤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53.6%로 나타났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높았다. 40대는 임대차 3법의 긍정(45.5%)과 부정(46.1%) 평가가 비슷했다.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답이 47.1%로 가장 많았다.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는 29.4%,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다’는 16.7%에 불과했다. 세대·이념·지역 구분 없이 집값 상승 전망은 비슷했다. 정부의 반복되는 부동산대책에 시장의 불신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 흐름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비슷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43.8%였고, 반대는 43.7%였다. 종부세 과세 강화에 가장 많이 찬성한 세대는 40대로 52.0%가 찬성했다.

또 ‘1가구 1주택이어도 고가 주택이면 종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의견은 54.3%로 나타났다. ‘1가구 1주택이면 고가의 주택이라도 종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는 답변은 39.9%를 기록했다. 민경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과세 강화는 일관된 여론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해 불만을 표시하는 여론이 높다”며 “특히 생애 최초로 부동산을 구입하게 되는 30대에서 부동산 민심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경향신문과 공동 기획한 ‘공공의창’은 2016년 비영리 공공조사가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아 출범한 기구로,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비용은 십시일반 자체 조달해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하고 있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티브릿지·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4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北 "서해 사건은 우발적 사건, 파국으로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공동조사 요구 묵묵부답, 국제 공론화 움직임에 맹비난

30일 북한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남조선(남한) 보수 패당의 계속되는 대결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동족 대결 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찬 '국민의 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마구 헐뜯는데 피눈이 되여 날뛰"고 있다며 "저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처럼 야당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유엔에서 실제 이 사안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 원격회의에 출석해 북한에 대한 인권 현황을 보고하면서 해당 사안을 언급했다.


 

북한은 "그 누구의 '인권문제'까지 걸고들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도 확산시켜보려고 악청을 돋구어대고 있다"며 "남쪽에서 우리를 비방중상하는 갖은 악담이 도를 넘고 이 사건을 국제적인 반공화국 모략 소동으로 몰아가려는 위험천만한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고있는 심각한 현실은 우리가 지금껏 견지하여 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건 발생 이후 사과의 뜻을 담은 통지문을 청와대 앞으로 발송하고 시신 수습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해당 사안에 대해 남한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미 남측에 통지한 바와 같이 우리는 서해 해상의 우리측 수역에 불법 침입한 남측주민이 단속에 불응하며 도주할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한 우리 군인이 부득불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데 대하여 알고도 남음이 있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서해해상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 수역에서 자기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인 것만큼 응당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은 "우리는 서해 해상의 수역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피살 공무원과 관련한 후속 조치는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은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입장"이라며 사건이 악화일로로 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사건의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한 정부의 공동조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어, 이 사안이 향후 남북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9월 27일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와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300918388412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분류 인력 투입 환영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이 더 바라는 건

 [택배 노동자 인터뷰] '민관공동위원회' 구성해 지속적인 대화로 해결해야

20.10.30 08:31l최종 업데이트 20.10.30 08:31l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최근 심야택배배송을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김 아무개씨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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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CJ대한통운에 이어 26일에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배송물량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8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지난 7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 전국 67개 단체가 참여하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꾸려졌다. 대책위는 출발부터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택배 주문량이 폭주하는 9~11월 상황을 경고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시간이 흘렀고, 기존의 우려는 10월 들어 현실이 되었다. 결국 10월 한 달 동안 4명의 택배기사가 또 유명을 달리했고, 그제야 택배사들의 발표가 나온 것이다.

① 잇단 죽음에 사과한 CJ대한통운 "4천 명 택배분류인력 투입" http://omn.kr/1pwh1
② 택배기사 죽음에 로젠택배 대표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http://omn.kr/1pzcm

"10월 들어 계속 추모집회에 참석했는데요. 정말 눈물이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노조가, 우리 조합원들이 조금 더 애썼으면 그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자꾸 하게 되고요."

CJ대한통운 예산홍성 소속 이광우씨는 이번 택배사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안타까움을 먼저 전했다.

분류인력 투입은 환영, '단계적'이란 표현은 아쉬움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책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 한광섭 CJ대한통운 커뮤니케이션실장.
▲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 한광섭 CJ대한통운 커뮤니케이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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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CJ대한통운이 분류 인력에 4천 명을 투입하겠다고 한 발표는 일단 환영합니다. 하지만 '단계적'이라는 모호한 표현과, 산재보험 가입을 '권고'한다는 것들은 좀 지켜봐야 할 부분이에요. 당장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는 건 또 있을지 모르는 사태를 생각하면 아쉬운 얘기고요." 이광우씨는 산재보험 가입은 택배회사에서 대리점에 '권고'할 사항이 아님을 강조했다. 일반회사처럼 사측에서 노동자 전원을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맞는데, '권고'라 해놓고, 보험료를 회사가 50%만 부담하고 나머지를 대리점에 부담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리점이 다시 택배 기사에게 부담을 떠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광주 소속 전주안씨는 현장 동료들과 얘기하다 보면, 최근 과로사 소식에 대해 '다음은 나일 수도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내일 내가 안 보이면 과로사한 줄 알아"라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현장의 상황은 열악하다.

"가을이 되면 택배 물품이 무거워져요. 물량도 늘지만, 쌀이나 과일 같은 대형 택배가 늘어나죠. 노동 강도도 세지고, 무거운 만큼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요. 몸에 무리가 가고 피로가 누적되는 게 느껴집니다. 추석부터 시작해서 구정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되죠. 날씨가 추우니까 무릎이나 허리 같은 데 무리도 많이 가고요."
  
전주안씨 역시 분류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회사의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무임금 노동에 해당하는 분류 작업 인원을 따로 투입해달라는 것은 줄곧 노조와 대책위가 요구해 왔던 거고요. 택배 산업 초기에는 분류 작업은 그다지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는데, 점점 물량이 많아지면서 수수료를 받는 배송 작업보다 오히려 분류작업 시간이 더 늘어나서 하루 5~7시간 정도까지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분류작업을 위한 인력 투입을 하겠다는 발표는 매우 의미가 있죠.

노조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기에 이런 발표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시민사회와 언론도 화답해주었고요. 이전에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해도 알려지지 않고 단순 죽음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과로사 대책위가 만들어지면서 제대로 알려지고, 그 심각성도 부각되었어요. 그렇게 국내 가장 큰 택배 회사의 사과와 대책 발표를 끌어냈고, 또 다른 회사들의 발표도 이어졌으니까요. 물론 인원 투입을 '단계적으로 한다'는 모호한 표현이 있기에, 노조에서 계속 주시해야 되겠지만요."


그러면서도 그는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사측이 부담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없음을 우려했다.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에, 새로 투입되는 분류 작업 인력의 비용을 택배 기사에게 부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안씨는 분류 비용을 회사가 100%를 부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한진택배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는 평가를 덧붙였다.

노동자, 정부, 택배사가 참여하는 '민관공동위원회' 구성 필요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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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씨는 이번 CJ대한통운에서 발표한 '택배종사자를 위한 종합대책'에서 '건강한 청년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배송의 적정 물량을 산출하고, 이를 초과해서 일하지 않도록 바꿔 가겠다'는 구절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건강한 청년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적정 물량'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통계적으로 측정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현재 우선 문제가 되는 무임금 노동인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배송물량을 조절한다면, 당장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요. 적정 물량을 논하려면, 적정 수수료부터 논해야 한다고 봐요."

그의 말대로 택배 산업이 시작된 이래 택배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건당 배송 수수료는 계속 하락해왔다. 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내는데, 그러한 수익에 가장 크게 공헌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건당 받는 수수료는 갈수록 줄어든 현실도 이제는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는 "과로사 대책위와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이 줄곧 요구해온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택배 노동을 둘러싼 문제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주안씨 역시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택배 노동자들과 정부 관련 기관, 그리고 택배회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일회적 발표가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모이면 해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또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서비스법(일명 택배법)이 통과된다면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지겠죠."

이광우씨는 이번 발표와 대책이 대한통운을 비롯한 세 개 회사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회사도 이에 화답해야 함을 강조했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만으로는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고요. 출발점이라고 봐요. 노조 활동을 하면서 제가 근무하는 CJ대한통운의 지점들뿐 아니라 여러 택배사를 방문했는데, 1970~1980년대도 아니고 정말 어처구니없는 현장이 너무 많아요. 가서 보면 비 다 맞으면서 몇 시간씩 분류작업하고, 자갈바닥에 휴대용 천막을 쳐놓고 물건을 그 안에 쌓아놓고 비를 피하고요.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현장의 복지 환경 변화 역시 시급한 문제거든요. 과로사를 막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도 필요하지만,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 복지도 필요해요. 그런 환경에서 5시간, 7시간씩 분류작업을 하고 나면, 배송할 힘이 남겠어요? 물론 지금 분류 인력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그 환경을 그대로 두면 새로 분류작업에 투입되어 일하는 그분들이 또 그런 환경에서 일하게 되잖아요. 그 또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저나 우리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하는 이유도 그런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니까요. 그 누구도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해도 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낙태한 여성에 손가락질, 종교의 역할 아니다”

 [인터뷰] ①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김신애 목사와 자캐오 신부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0-10-29 16:19:52
수정 2020-10-29 1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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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그리스도인X낙태죄 완전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8.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그리스도인X낙태죄 완전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8.ⓒ뉴시스  



 
형법상 ‘낙태죄 존치’를 위한 정부의 외로운 싸움에서 종교계는 강력한 지원군이다. “생명은 소중하다. 낙태는 살인이다” 단 두 마디로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의 존재를 지웠다. 하늘에 계신 신의 뜻이라니, 땅에 발붙인 인간들이 감히 할 말이 있을까. “낙태죄 존치가 과연 하나님의 뜻일까요? ‘남성 대리자’의 뜻은 아닐까요?” 김신애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원)와 자캐오 신부(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용산나눔의집)가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물었다.

두 사람은 그리스도인이면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이들은 사회적 범죄를 정하는 데 종교적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교적 관점으로 본다 해도, 임신중지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죄를 지은 건 오히려 교회라고 지적했다. 교회의 역할은 임신중지 여성을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① “낙태한 여성에 손가락질, 종교의 역할 아니다”
② “낙태죄 존치, 하나님의 뜻일까? ‘남성 대리자’의 뜻일까?”

‘낙태죄 존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교리는 뭘까? “그런 교리는 없다”라고 자캐오 신부는 일축했다. 고대 사회에서 통용되던 기준으로 성서를 해석해, 임신중지를 법률상 범죄로 취급하려는 입장은 틀렸다는 취지다. 다만 ‘소중한 생명의 동등성’을 강조하는 종교윤리 측면에서 전통적인 교회의 주장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모든 생명은 신이 창조해 선물한 것이라고 가르쳤죠. 고대 사회에서 양적 번성은 중요한 가치이었기에, 교회는 ‘생육하여 번성하라’는 가르침을 강조했어요. 전쟁이나 율법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지 못하게 했죠. 이런 입장은 고대 사회에 기록되어 편집된 성서의 중요한 기둥이죠. 이를 곧바로 현대 사회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별개로요.”

그러나 이러한 교리는 낙태죄 존치 주장의 “표면상 이유에 불과하다”라고 김신애 목사는 꼬집었다. “교회 안의 남성중심적 여성혐오 문화를 교리로 포장한 거예요. 교리가 만들어졌던 고대에서 임신중지는 고려사항이 아니었으니까요. 임신중지가 공인된 기술 없이 여성들 사이에서 민간요법 형태로 전해지던 시절이었죠. 생명에 대한 결정권은 하느님에게 있다고 하면서, 사실상 남성 대리인이 결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낙태죄로 고통받는 이는 누구인가”

자캐오 신부는 ‘낙태죄가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낙태죄로 인해 누가 고통받는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그리스도인x낙태죄 완전폐지 기자회견'에서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0.10.28
28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그리스도인x낙태죄 완전폐지 기자회견'에서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지를 시도했다. “크면서 어머니와 갈등하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오랫동안 어머니를 미워했어요. 그러다가 어머니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게 됐죠. 어머니는 저를 낳는 순간 원치 않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만 했어요. 저를 낳고 이혼을 하면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웠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저를 지킬 거냐 말 거냐로 단순 명료하게 끝나는 일이 아니었어요. 젊은 여성들은 고통과 소외, 불평등한 상황을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어요. 제가 몰랐던 어머니의 삶을 하나씩 이해한 뒤,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사과드리고 화해했죠.”

개개인의 입체적인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교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자캐오 신부는 말했다. “그리스도교 이야기 자체가 한 개인에게까지 닿는 서사에요. 성서를 보면 하느님이 개개인의 머리카락까지 모두 세고 있다고 해요. 고대 집단주의 문화에서도 한 사람의 삶을 섬세하게 살핀다는 걸 은유적으로 강조한 건데, 이처럼 그리스도교는 개인의 삶을 단면적으로만 판단하는 종교가 아니에요”

교회의 낙태죄 존치 주장엔 여성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는 시각이 숨어있다고 김신애 목사는 지적했다. “임신중지는 여성들 삶이 실제로 경험하는 삶의 문제에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고, 각자 삶의 맥락이 고려돼야 하는 문제죠. 낙태죄는 여성들을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하고, 비극을 경험하게 합니다. 낙태죄 폐지의 긴 투쟁을 통해 여성들은 우리의 경험이 법적 언어로 축약되지 않으며, 우리의 삶을 함부로 결정하지 말라고 말했어요. 자기 삶에 대해, 특히 아이의 삶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가장 잘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성 본인이니까요”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을 손가락질하는 건 종교의 모습이 아니라고 김 목사는 말했다. “인생이 맘대로 안 되잖아요. 그걸 성경에선 모든 일이 하느님 뜻대로 되는 거라고 하는데, 비극이든 희극이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종교인의 자세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기도해주고 보살펴주었던 게 본래 모습이에요.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도 싸다며 손가락질하는 행위는 교회가 지금까지 쌓은 헌신과 희생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10월 14일 오전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10월 14일 오전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모든 생명의 고통과 공명 위해 인간이 된 예수
“죄를 짓는 건 여성의 실질적 고통 외면한 교회”

두 사람은 함부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 구도로 놓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간의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교회의 시각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자캐오 신부는 비판했다. “태아를 인간으로 확정된 존재로 여기는 건 논리적 비약이죠. 태아가 인간인지는 의학적·과학적·철학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인간의 원죄가 남성의 정액을 통해 전해진다고 가르쳤어요. 수십 년 전까지 태동을 느끼는 순간부터 태아를 인간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죠. 이젠 슬그머니 감추는 주장들이에요. 종교라고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작고 약한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이때 작고 약한 소리는 상상 속에서 구성한 고통이 아니라 실질적 고통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해 기도할 순 있겠지만, 그것을 전제로 현실 세계의 결정을 내리는 건 미신적 행위입니다. 실질적 고통에 놓인 존재들과 동행하는 것이 종교인의 첫 수칙이에요. 그리스도교는 모든 생명의 고통과 공명하며 또 다른 삶으로 안내하려고 무한한 신이 유한한 인간으로 된 존재가 예수라고 가르치거든요”

죄를 짓고 있는 건 교회라고 자캐오 신부는 비판했다. “한국 주류 그리스도교는 임신중지를 살인처럼 생각하도록 ‘여성 vs 태아’라는 대립 프레임을 강조하지만,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사회에 온전히 이뤄지도록 애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회는 죄를 짓고 있어요.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고통에 침묵하고 그 고통이 경감되도록 애쓰지 않은 죄가 더 크죠. 임신중지 결정은 사회적 문제인데,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 ‘네가 다 책임져라’는 건 반기독교적이에요”

임신이 시작된 순간부터 태아와 엄마는 하나의 몸이라고 김신애 목사는 강조했다. “태아와 엄마의 운명을 굳이 갈라놓고 대립시키는 건 탁상공론입니다. 엄마가 비극을 겪으면 아이도 비극을 겪고, 아이가 위협적인 삶에 노출되면 엄마도 위기에 처해요. 이때 모든 정보와 가능성을 검토하고 최대한 안전한 미래를 설계하는 건 누구보다 성인인 모체의 책임이 되죠. 아빠는 물론 가족이나 타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하물며 국가나 교화가 여기에 초월적 권위를 가지고 개입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제도적, 법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10월 14일 오전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10월 14일 오전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됐다.ⓒ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두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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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상호방위조약은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인터뷰]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자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 공동대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0.10.29 10:39
  •  
  •  수정 2020.10.29 1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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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가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돼 30일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가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돼 30일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원래 전혀 상상이나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통보를 받고 좀 얼떨떨했다. 조용수 선생은 평화통일과 언론자유를 위해서 큰 이정표를 세우신 분이기 때문에, 그 분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26일 오후 서울 당주동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평화통일운동, 언론의 제역할 찾기를 위해 노력을 하겠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사)민족일보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하는 조용수언론상은 지난해 제1회 수상자로 김자동 전 민족일보 기자를 시상한데 이어 고승우 공동대표를 제2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4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리는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기념식에서 조용수 동생 조용준 선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고 조용수(1930-1961) 민족일보 사장은 4.19혁명 이후인 1961년 2월 13일 민족일보를 창간, 사장으로 취임했다. 1961년 5.16 쿠데타 직후인 5월 18일 체포되어 12월 21일 사형이 집행됐다.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족일보는 ‘민족의 진로를 가리키는 신문,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신문, 근로대중의 권익을 옹호하는 신문, 양단된 조국의 통일을 절규하는 신문’을 4대 사시(社是)로 내걸고 남북협상, 중립화통일, 민족자주통일 등 혁신계의 논지를 펴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5.16 쿠데타세력에 의해 단명하고 말았다. 이후 민족일보 복간운동이 이어지다 2007년 통일뉴스가 민족일보의 뜻을 계승하기로 했다.

75년 합동통신에 입사한 고승우 공동대표는 80년 신군부의 광주만행에 항거에 검열·제작거부에 나서 해고된 뒤 월간 말 편집장을 거쳐 한겨레신문 창간 기자,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인터넷매체 라이솔 발행인 등 진보언론에 몸담아 왔다.

이 과정에서 80년해직언론인 공동대표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 등을 맡아 언론민주화운동과 통일언론운동에 앞장서 왔다. 김대중 정부 시기 국정홍보처에서 일한 것이 유일한 ‘외도’일 따름이다.

고승우 공동대표는 평소 소신 대로 국가보안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사실 언론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악법인데, 언론인들이 기사작성 등에서 보면 항시 자기검열이 일상화 됐는데도 그것이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부당하다는 분위기가 없다. 그래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는 한은 평화통일 노력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야기하고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실천이 안 되는 이유는 결국 미국이 한반도의 군사권을 장악,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며 개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제출했는가 하면, 북한 방문시 통일부에 제출하는 확약서의 부당성을 국가인권위에 제기해 확약서 폐지에 일조했고, 국정홍보처 근무시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제기해 바로잡는 등 어느 곳에서나 불의를 보면 바로잡기 위해 행동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소설가로 등단한 이후 문학계에 남아있는 일제잔재와 국가보안법, 한미동맹의 족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당주동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평화통일운동, 언론의 제역할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승우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는 26일 오후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승우 공동대표와의 인터뷰는 26일 오후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축하드린다. 소감을 밝혀 달라.

■ 고승우 공동대표 : 원래 전혀 상상이나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통보를 받고 좀 얼떨떨했다. 조용수 선생은 평화통일과 언론자유를 위해서 큰 이정표를 세우신 분이기 때문에, 그 분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평화통일운동, 언론의 제역할 찾기를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 채찍질로 알겠다.

□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해직언론인, 언론민주화가 먼저 떠오른다. 오랜 언론개혁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 광주항쟁은 전두환 일당과 그 지지 세력들이 광주를 지역화하고 왜소화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기간 동안 전국의 대부분 언론사에서 신군부의 광주만행에 항거해서 검열·제작 거부를 했었는데 그 부분을 광주항쟁에서 떼어냈다. 광주항쟁을 지역화한 것이다.

40년 동안 노력한 것은 광주의 제모습찾기, 즉 광주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80년 5월 언론투쟁을 광주항쟁 민주화투쟁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광주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고 지금 특별법이 올라와 있다. 그래서 전두환과 그 일당이 음모했던 광주의 왜소화, 지역화 책략을 90%까지는 깼다. 광주역사 바로잡기 기본취지가 80년해직언론인투쟁의 큰 목표다.

□ 이후에도 민언련 이사장 등을 맡았는데, 해직기간이 길었나?

■ 75년 연합통신 전신인 합동통신에 입사해 80년도에 해직됐다. 이후 말지 편집장을 하면서 87년 대선을 치렀다. 그때 두 김 씨가 동시 출마해서 굉장히 민주진영을 고통스럽게 하고 혼란스럽게 했는데, 그때 말지를 통해서 ‘타도 노태우’라는 방향으로 편집방향을 정했는데 상당히 성공했던 것 같다.

88년 1월 1일 한겨레 창간에 기자로서 동참했고, 99년에 나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홍보처 분석국장으로 5년 있었다. 그때 공무원 생활을 맛보는 외도를 한 셈이다. 가보니까 그 바닥도 이른바 특채사원, 비정규직이었는데 공무원 별정직이 일반직과 굉장히 차별이 심하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 인권위에 제기해서 정부의 인사정책이 바뀌었다. 별정직도 일반직과 동등한 임용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공무원 인사정책을 요즘 말로 하면 비정규직을 정상화시킨 것을 보람있게 생각한다.

이후 미디어오늘의 논설실장을 6,7년 하고, 프리랜서로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 기고하면서 최근에 민언련 이사장을 4년 하고 재작년에 그만뒀다.

여담으로, 기자협회 통일언론상 서류를 제출하면서 보니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남북문제, 비핵화문제, 성소수자문제로 120건 가까이 썼다. 진보언론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 언론이 그렇지 않고, 특히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지금 세계 24개국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했는데, 우리는 거리가 멀다.

“우리 언론, 자본에 깊이 예속되고 통제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는 자본의 언론통제를 언론민주화 환경의 중요한 문제로 짚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자본의 언론통제를 언론민주화 환경의 중요한 문제로 짚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현 정부에서의 언론 상황,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 정부의 언론정책이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은 서울신문과 YTN의 주식 매각이다. 서울신문은 정부 주식이 있고, YTN은 공기업 주식이 있는데 그것을 매각을 하겠다고 방침을 세워 지금 진행 중이다. 굉장히 아쉽다. 지금 공영 언론이 굉장히 필요한 시대적 상황인데 공영 언론 역할을 하는 그런 신문 방송을 자본의 손에 넘겨준다는 것은 사실 촛불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너무 철학이 없고 상당히 무책임한 일이다.

박정희 때는 철저하게 신문방송을 통제를 했다. 그런데 광주항쟁 뒤에 87년에 한겨레신문이 최초로 국민주 신문으로 창간됐다. 그러자 당시 노태우 정부가 신문 시장을 거의 공개했다. 종래는 허가제였는데 등록제로 해서 종이신문 시장을 완전히 포화상태로 만들었는데, 결국 종이신문 시장을 자본의 논리로 좌우되게 해서 한겨레신문 같은 민주화운동의 성과물을 희석시키고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악법에 의해서 방송시장을 자본논리에 휘둘리는 구조로 악화시켰다. 종편채널을 다수를 동시에 허가함으로써 이른바 당시 KBS, MBC 공영언론에 대해서 눈엣가시처럼 대했는데 방송시장을 자본의 논리에 가둬버린 것이다. 오늘날도 보면 KBS, MBC의 공영화, 공영언론으로서의 기능이나 역할이 자꾸 왜소화되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인터넷은 포털에 의해서 장악돼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매체 심사규정으로 5인 이상 사원 구성을 요건으로 허가제 비슷하게 가고, 포털이라는 자본에 의해서 인터넷시대 언론을 통제한다.

신문시장은 노태우, 방송시장은 이명박, 인터넷은 박근혜 때 자본에 의해 언론통제를 심화시킨 것이다. 역사적으로 해방이후를 보면, 우리 언론이 자본에 깊이 예속되고 자본의 통제를 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데, 그 경험과 내용을 들려 달라.

■ 6.15남측위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언론본부 생길 때부터 쭉 해왔는데,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성명서 사업을 많이 했다.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인데 성명서를 거의 전담했는데 이것은 젊은 기자들이 써야 된다는 생각이다.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하면서 보람있게 생각한 것은 2006년경 우리가 방북할 때 통일부에 가서 확약서를 써야 하는데 그 부분을 내가 인권위원회에 제기를 해서 2010년에 통일부가 폐기했다. 정부 수립이후 60년간 확약서를 강요해 왔었는데, 그 내용에 아주 고약한 면들이 있다. 북쪽의 포섭 내지는 사상에 오염될 수 있다는 식의 국민주권 측면을 정면으로 짓밟는 그러한 처사였는데, 확약서 폐지에 역할을 했다라는 것을 굉장히 의미있게 생각한다.

평양을 몇 번 가봤고, 금강산을 여러 번 가봐서 북한의 언론 담당자들과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하면서 느낀 점은 남쪽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언론, 북쪽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언론이 어떤 성격이라든지 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좀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르다고 해서 안 만난다든지 교류를 못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 그런 걸 감안해서 소통하고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 오랫동안 언론 교류도 끊겼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노력해야 한다.

“국보법, 하루 빨리 없어져야... 헌법소원 제기했었다”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이 6.15공동선언 16주년을 기념해 6.15언론본부가 개최한 ‘평화 통일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 주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이 6.15공동선언 16주년을 기념해 6.15언론본부가 개최한 ‘평화 통일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 주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오고 많은 글을 써왔는데, 그렇게 집중한 이유와 폐지되어야 할 논거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 국보법이 1948년 이승만 정부에서 만들어져서 사실 언론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악법인데, 언론인들이 기사작성 등에서 보면 항시 자기검열이 일상화 됐는데도 그것이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부당하다는 분위기가 없다. 그래서 심각하다.

특히 평화통일을 지향하려면 가까운 먼 미래에 대해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여러 가지 추리를 해야 하는데 국보법이 그걸 봉쇄한다. 우리사회가 보면 제대로 된 미래학이 없다. 또 4차 혁명시대는 상상력에 의한 창조의 시대인데, 우리가 국보법에 갇혀있어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가는데 굉장히 저해 요소가 된다.

그래서 국보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된다 싶어서 헌법소원도 제기를 했었고, 물론 그게 각하가 됐지만, 그런 면에서 상당히 아쉽다.

□ 언론인이 개인 자격으로 국보법 헌법 소원을 낸 것은 처음인가?

■ 공개적으로 이야기 안 하기 때문에 내가 알 수는 없다. 아마 처음일 거다. 내가 거의 들어본 바 없으니까. 내가 1975년에 입사해서 언론생활 45년이 됐지만 45년간 들어본 바 없다.

□ 국보법 못지않게 소파(SOFA, 주둔군지위협정)와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해왔다. 소파와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와 논거를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 사실 소파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부속협정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한미관계, 한미동맹을 이야기할 때 소파를 주로 이야기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이야기를 거의 안 하더라.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가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권리(right)를 한국은 허용(grant)하고 미국은 수용(accept)한다’고 하는데, 이게 grant와 accept라는 것이 외교적으로 대가 없이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파(주둔군지위협정)와 주한미군방위비특별협정(SMA) 이런 것이 전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서 나왔다.

소파에는 주한미군의 부지와 시설을 한국이 제공하는데 5조에 주한미군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게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소파 5조에서 빼서 주한미군방위비특별협정(SMA)를 만들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국제법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미국이 노상강도인가 이런 의문이 자연히 들 텐데도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 학계에서 문제제기를 안 하는 거다.

소파 규정은 미국의 권리(right)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기지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같은데 대해서 그 부담을 미국이 전혀 안 지는 거다. 우리 정부가 전부 다 부담을 한다.

그리고 세균전 독극물, 탄저균도 마음대로 들여오는 것도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권리에 의해서 행사되고, 미 첨단 정찰기들이 수시로 몇 대씩 떼지어서 한반도 상공을 날아 북한을 정찰한 것도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권리에 의해서다.

또 미국의 대북선제공격 전략도 역시 4조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북선제공격 전략을 보면 3개월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60만 육상전력, 1천여대의 항공기 2,3백척의 전함을 깔아놓고 일단 선제타격을 한 다음에 지상군이 북진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4조가 없으면 우리 정부가 사전에 동의를 해줘야 되는데,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입만 뻥끗하면 대북선제타격을 이야기한다.

이번에 밥 우드워드 책 『분노』를 가지고 해프닝이 벌어졌었는데, 우리 언론에서 논란이 된 것은 80발의 핵탄두 공격을 미국이 하느냐, 북한이 하느냐 번역 문제였다. 책을 보면, 위아래에 여러 부분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부분이 나온다. 오바마 정부 때도 집중 검토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자랑하면서 80발로 북한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겠다라는 것이다.

우리 국내 언론은 영문법 따지다 그냥 지나가 버렸다. 이번에 트럼프의 발언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최근에 폭발력이 약하고 방사능 낙진이 적은 저강도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것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3분의1 위력이라고 한다. 그 핵무기를 미국이 선제공격으로 80발을 북한에 떨어뜨릴 경우에는 북이 이른바 유사시에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방사정포라든지 그런 부분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그래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는 한은 평화통일 노력을 할 수 없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이야기했을 때 미국의 정계나 현 미국의 핵심지휘부의 의견을 나타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서 보면 다 반대를 한다. 그러면서 드디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한 과정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해서 완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을 망가뜨린 거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야기하고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실천이 안 되는 이유는 결국 미국이 한반도의 군사권을 장악, 통제하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6조에 의해서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상호 협의해서 개정하거나 그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폐기하고 새로 만들든지 아니면 안 만들든지 결단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언론이나 학계, 정계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이번에 조용수언론상을 받게 되면서 그런 부분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2008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기념사진. 남측 6.15언론본부와 북측 6.15언론분과위는 한때 활발한 교류를 가졌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중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08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기념사진. 남측 6.15언론본부와 북측 6.15언론분과위는 한때 활발한 교류를 가졌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중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면 한반도와 주변에 배치하게 돼 있다. 미군의 순환배치도 사실 무섭다. 전 세계 미군을 돌리는 식으로 하는데, 중동에 파견됐던 미군이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그러기 때문에 어쩌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의 한 부분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무기가 들락날락하고.

그래서 이 부분이 존속하는 한은 평화통일 노력은 불가능하다.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이 지금 올 스톱돼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개별관광 운운하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군사동맹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엊그제도 물자 반입으로 주민들과 충돌이 있었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사드 백지화 이야기 했는데, 왜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되는 것인가. 설명을 해야 되는데 침묵하는 것이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어쩔 수 없다. 미국이 통보하면 우리는 그것을 집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 양해해 주시오” 이렇게 이야기해야 되고, 학계나 정치권에서도 이야기해야 된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조차도 금강산, 개성 이런 부분이 해결이 안 되니까 개별관광을 들고 나오는데 상당히 궁색하다. 주권국가의 고위공직자답지 않은 발언이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 필리핀이 미국과 맺은 군사협정에 보면 미군은 필리핀에 진주할 경우에 반드시 필리핀 군기지 내에서만 주둔할 수 있고 영구기지는 불가하고, 핵무기 반입도 되지 않고. 필리핀에 주둔하는 미군은 필리핀 국내법에 적용을 받고, 환경오염에도 책임져야 한다. 두 나라의 군사협정도 10년이 시한이다. 10년 이후에는 폐기 되거나 다시 맺거나 해야 된다. 그 전에도 계속적으로 그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협의를 하게 돼 있다.

또 하나는 만약 군사충돌이 벌어졌을 경우에 유엔에 즉시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반도에 군사충돌이 벌어졌을 때 유엔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모자가 3개 아니냐. 유엔사령관이 유엔에 귀속돼 있다면 한반도에 군사충돌시 유엔에 즉시 보고해서 사후조치에 대한 유엔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 아무런 규정이 없는 거다. 미군의 의사대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확실히 폐기돼야 된다. 정상화는 폐기 밖에 없다.

그런데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이야기 하면 사람들이 하도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정상화’라는 좀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언론이 제4부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승우 공동대표는 국가보안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언론이 제4부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제26회 통일언론상도 수상하는 겹경사가 있었다. 개인적인 소회가 있다면?

■ 국가보안법이 우리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데, 특히 언론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언론이 성역화해서 아주 그 부분은 전혀 생각조차도 안하고 그러다 보면 국민의 알권리가 제대로 충족이 안 된다고 본다.

이번에 참 생각지도 않게 두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언론이 제4부로 복귀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가 통일언론상 수상식 때 그렇게 이야기했다. “국보법과 한미동맹에 후배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언론이 두 가지 만큼은 빨리 해결을 해야 4부로서의 언론 위상도 회복하고 역사에 죄를 안 짓는 길을 것이다.

요즘 미중관계가 굉장히 긴박해지지 않나. 중국은 아는 바와 같이 타이완에 대해서 군사공격을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최근에 나오는 얘기를 보면,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東風) 17호는 음속의 10배다. 이것을 대만을 향해서 배치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성주 사드기지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니까 만약에 미중 간에 군사적인 충돌이 벌어지면 위기상황으로 가는데도 언론이 그것에 대해서 무신경한 것 같아서 시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앞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싶거나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 몇 년 전에 월간문학에 소설로 등단했다. 남북문제나 통일문제를 소설로 쓰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쪽에 들어가서 보니 심각한 것이 일제잔재와 국보법에 완전히 장악돼 있다는 걸 느꼈다. 엄청 갑갑한 상황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좀 주관적인 것을 많이 쏟아낼 수 있기 때문에 칼럼이라든지 사회과학과는 다른 측면이 있는데, 소설 분야도 완전히 국보법하고 한미동맹, 일제잔재가 그대로 온존돼 있어서 우리 국민들이 문학에 대해서 감사하고 느낄 수 있는 권리가 굉장히 박탈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닿는 한은 문학 쪽에서도 친일청산, 국보법, 그 다음에 냉전논리나 한미동맹 이런 부분에 대해서 쇠막대를 좀 뽑아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 독립 인터넷 언론 ‘라이솔’을 운영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창간 20주년을 맞은 통일뉴스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언론 자유를 이야기했을 때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언론자유 그런 부분을 절감한다. 한겨레 창간이라든지, 미디어오늘, 통일뉴스, 제 개인적인 1인 매체...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언론운동 결국 그것은 경제적인 기반의 문제다. 통일뉴스도 그런 면에서 경제적인 자립을 온라인 등을 통해서 달성해서 평화통일의 견인차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도 하고 있는데 더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

□ 자본주의 체제에서 언론운동, 특히 온라인 언론은 굉장히 열악하다. 극소수 매체 외에는 정론을 펴는 곳들은 물적 기반이 거의 없다고 보는데, 어떤 돌파구가 있을 수 있다고 보나?

■ 한국에 적용될지 모르겠는데 외국 언론의 몇 가지를 보면, 영국의 가디언이라든지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은 온라인을 통한 기고, 기부를 요청해서 성공한 케이스다. 가디언은 완전히 기사를 무료로 다 볼 수 있게 한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뉴욕타임스는 기부를 받으면서도 기사는 유료로 한다. 개인 독자는 한 달에 20건만 무료로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한국적 현실과 다른데, 결국에는 인터넷 시대, 온라인 시대가 됐기 때문에 소비시장을 그쪽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의 소비자들을 감동시켜서 지갑을 열도록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기사 서비스로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굉장히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방법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일부에서 뉴욕타임스 하나가 성공하기 위해 많은 군소 인터넷 매체들이 사라져갔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뉴욕타임스나 미국에 있는 주요언론들이 요즘에 보면 팩트 체크를 최우선시 한다. 이번에 바이든과 트럼프 후보 공개토론회도 팩트 체크가 인터넷 화면 맨 위쪽에 나온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 언론 쪽이 정파성과 진영논리에 너무 함몰돼서, 휘둘려서 제4부의 역할을 완전히 스스로 내팽개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하루빨리 정상화 돼야 되겠다. 이런 부분을 누가 담당해야할 것인가. 통일뉴스가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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