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 여전히 한겨울 속인 KBS, 권력의 부역자들 청산이 답이다
박태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미디어로드 소장 media@mediatoday.co.kr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
MBC 해직 언론인들이 모두 MBC에 복귀했다. 5년간의 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출입증을 받아 MBC사옥 안으로 출근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감동했다. 이용마 기자는 지난 시간의 악몽을 되새기며 촛불시민들의 위대한 항쟁 덕분임을 상기시켰다. 이 엄동설한에 MBC는 오히려 긴 동토의 시간을 지나 따사한 봄을 맞는 듯하다.
KBS 이사는 ‘업무추진비 사적 전용’, KBS는 ‘재허가 탈락 점수’
경영진의 법적·도덕적 책임이 KBS 정상화의 시작
그러나 KBS는 여전히 한겨울 속에 있다. 지난 7일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이 KBS 정상화를 위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KBS 노조는 100일이 넘도록 파업 중에 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사장과 비리 이사들이 퇴진해야 한다고 또다시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
2012년 KBS 경영진은 공정방송을 외치며 95일간 파업을 했던 노조 집행부들을 징계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집행부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권력의 언론장악을 위해 하수인 역할을 했던 가해자들과 공범들은 여전히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언론노동자들만 부당한 징계로 고통을 받았다.
▲ KBS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 발언을 하고 있는 KBS 조합원의 모습. 사진=KBS 새노조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지난달 24일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 11명의 이사 중 9명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이사들은 업무추진비를 개인 선물비나 가족회식비, 술집접대비같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비위 내용에 따라 적절한 인사조치를 하도록 방통위에 건의했다. 이에 방통위는 비위사실이 가장 큰 강형규 이사의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일반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 공영방송 KBS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다른 어느 단체나 기관들보다도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KBS 이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탈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KBS는 MBC, SBS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KBS새노조는 “3년의 평가기간이 고대영·이인호 체제와 대부분 겹친다”며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가 재허가 심사에서 낙제 점수를 받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탈락 점수를 받은 주요 원인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KBS의 존립근간에 의문을 던지는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민들과 시청자들이 KBS 수신료 인상 거부운동을 해야 했던 이유가 명백히 드러난 결과였다.
이처럼 김인규→길환영→고대영으로 이어지는 사장들과 경영진들의 권력의 방송장악을 위한 부역의 결과, 오늘날 KBS는 참담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 있다. 방송의 공정성을 외치는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이사들은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전용하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점수의 미달로 인해 방송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은 현실이 오늘날 공영방송 KBS의 모습이다.
▲ 지난 12월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 ‘돌아와요 리셋 고봉순-불금파티’에 참여한 새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그럼에도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사퇴요구를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법이 개정되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의 업무와 책임이 방송법 개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임에도 이런 식의 버티기 작전을 하는 것은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KBS의 막내PD가 적나라한 반성문을 올렸다. “시청자이자 피디 지망생이던 시절 비판을 가장해 쉽게 KBS를 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이 KBS본관 앞에 찾아갔을 때, 언론사로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하고도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걸까 싶었다. 청년 실업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왜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는 이 문제를 더 다루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 그럼에도 나는 공영방송사에 입사하고 싶었다. – 입사하고 가장 먼저 마주했던 건 많은 선배들의 비관과 자조였다. ‘KBS 망했어, 여긴 안 돼.’ 내가 어떻게 준비해서 들어왔는데 저런 말을 가벼운 농담처럼 던지는 걸까. 처음에는 자신들이 수년간 받은 상처를 면죄부 삼아 갓 입사한 우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섭게도 나 역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겁고 짙게 그 비관에 젖어들었다.”
안팎으로 곪고 상처투성이인 공영방송 KBS를 리셋(Reset)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책임자들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아닐까!!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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