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박근혜 탄핵안이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56명의 탄핵 반대의원이 있었습니다. 전방위적인 국정농단 사태로 지지율이 4%까지 추락한 박근혜를 지켜야 한다고 나선 이들은 바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입니다.
이들이 박근혜 탄핵을 반대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 자신들의 정치활동도 함께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박근혜의 부역자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국민의 강력한 요구도 외면한 채 오로지 자신의 정치활동을 앞세우는 이들의 추태는 한국사회가 청산해야 할 또 하나의 적폐입니다.
친박 9인회가 가동되다
<한겨레21>은 12월 2일, ‘친박 9인회’가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발표 뒤부터 매일 모여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격카드’를 준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1월 9일에는 ‘친박 9인회’가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모임을 갖다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들키기도 하였습니다. 친박 9인회란 서청원을 필두로 조원진, 정갑윤, 최경환, 원유철, 정우택, 유기준, 윤상현, 홍문종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들은 적어도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발표 뒤부터 매일 모여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격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박근혜 탄핵을 곧 자신들의 정치적 사망선고로 인식하고 탄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도 12월 19일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였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도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고압적 자세로 청문회에 임해 지탄을 받았습니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12월 28일에 비주류가 제출한 ‘박 대통령 징계 요구안’을 심의할 계획이지만 친박 지도부가 박근혜 징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정농단의 핵심세력들이 친박과 함께 촛불에 저항하는 모습입니다.
서청원을 필두로
친박 9인회의 필두는 서청원 의원입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창당한 인물이며 2012년 대선 때는 친박 원로들의 모임인 7인회의 일원으로 활약했다고 합니다. 서청원은 2008년 ‘친박연대’ 당시 비례대표 공천댓가로 거액의 헌금을 받은 죄로 구속되었는데, 그런 비리에도 불구하고 2013년 보궐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리로 구속되었지만 박근혜의 도움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한겨레>는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의 “지금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짜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에서는 서청원 의원밖에 없다”는 전언을 보도하였습니다. 실제로 박근혜의 3차 대국민담화 직전인 11월 28일, 서청원은 정갑윤, 최경환, 유기준, 윤상현, 정우택, 홍문종, 조원진 등 친박 중진 8인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의 조기퇴진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냈으며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전달을 주도하였다고 합니다.
박근혜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서청원은 “언론의 폭로 이전에는 대한민국 정치권이 아무도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김기춘, 우병우의 청문회 진술과도 일관된 흐름입니다. 최순실을 시인해 전면수사에 직면하느니, 차라리 비웃음을 받더라도 ‘모른다’로 일관하기로 마음을 맞추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서청원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강하게 공격하며 친박진영을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12월 20일, 서청원은 새누리당 내 비주류들을 두고 "‘친박’했던 사람들을 '최순실의 남자'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자신들은 투사·영웅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과 당에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분당을 한두 번 봤느냐. 나갈 사람 나가고 남을 사람 남으면 된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5적이니 6적이니 10적이니 자꾸만 언론에 흘리고 이 당을 깨뜨리려고 하는 게 누구냐”며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어 당을 두 쪽, 세 쪽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서청원은 비주류가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파기한 것을 두고도 “역사의 큰 과오로 남을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비주류 탈당파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서청원에 대해 “모욕도 주고, 회유도 하고, 이런 모습으로 새누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뒤에서 군사정부 시절 회유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몇몇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면 다 조율된 듯한, 짜 맞추고, 편 가르기 하는 듯하다”며 “이런 정치 행태는 밤의 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이나 하는 모습”이라고 공격하였습니다.
호위무사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공개적으로 박근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표직에서 사퇴하라는 당 안팎의 강한 요구에도 꿈쩍 않으며 박근혜 옹호에 결사적입니다.
이정현은 새누리당의 뿌리인 민정당 사무처 출신입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만 하더라도 이정현은 공보특보라는, 실무진 위치에 머물렀던 인물입니다. 박근혜는 실무3진에 불과하였던 이정현을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고 18대 총선에서는 비례의원으로 그를 국회에 입각시켰습니다. 이후로 이정현은 줄곧 ‘박근혜의 입’으로 처신하며 청와대 홍보수석, 새누리당 대표 등을 맡아 이른바 ‘내시’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정현은 12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자신을 포함한 친박 핵심 8명에게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라며 유승민에 대해서는 “그분들은 이 당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일 뿐”이라며 “건방 떨지 말고 오만 떨지 말라”고 비난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박근혜와 일치시키고, 박근혜 탄핵안을 부결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친박 핵심 최경환
<한겨레>는 또 한 명의 친박계 핵심은 최경환 의원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최경환은 탄핵 역풍 직후인 2005년도부터 친박에 가담해 원조 친박으로 불립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최경환은 경제전문가의 한명으로 안종범, 강석훈 등과 함께 박근혜의 비밀 ‘과외교사’를 자처하며 박근혜의 신임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는 사실상 대선을 총지휘하는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이라는 요직을 맡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에 올랐으며, 2014년 7월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자 최경환은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과 수시로 만나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사건 초기부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한겨레>는 최경환이 박근혜와도 직접 통화하면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한겨레>는 최경환이 비박계를 와해시키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새누리당 비주류 쪽 한 인사는 “최 의원이 최근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인 김무성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제시하면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최 의원이 비박계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막기 위해 친박 의원들을 내세워 여러 갈래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경환은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 여론을 붙잡는 작업에도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1월 28일 새누리당 경북도당 간담회에서 “여러 유언비어로 정치 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무차별적인 모독과 조롱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농단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라고 규정하며 박근혜를 옹호하였습니다.
탄핵부결에 목숨 건 친박들
친박 9인회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공안검사 출신으로 촛불꺼트리기에 앞장서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민심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친박입니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진태는 “우리(보수진영을 일컬음)라고 백만 명을 동원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고 보수단체의 서울집회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며 “언론 기사 15개를 모아놓고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 탄핵 소추안은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진태는 12월 20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에 대해 “대통령의 입과 머리이다가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다”며 첫째로 신뢰를 잃었고, “당내 분란의 진앙지로 야당에 매번 끌려다닐 것”이라며 둘째로 능력부족을 지적하였으며, “대통령을 탄핵의결해놓고 당권을 잡겠다니” 셋째로 염치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만약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거대한 태극기 물결이 파도가 돼 우리 당을 덮칠 것”이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고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JTBC> ‘썰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의 참모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지목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윤상현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선 공보단장, 수행총괄단장 등 직책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사수에 목숨을 거는 친박으로 정우택도 있습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월 20일 비박계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받은 유승민이 전권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전권을 갖고 들어오면 (주류의) 정치적 목을 치겠다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밝히며 “주류의 반발 정도가 아니라 사생결단 나는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친박은 박근혜의 순장조
서청원부터 이정현, 최경환까지. 이들 친박계가 박근혜 살리기에 결사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애당초 박근혜에 기대어 정치활동을 펼쳤던 인물입니다.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정치권에 발을 디딜 수 없었던 자들로 박근혜가 사라진다면 권력층에 버티고 있을 재간이 없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를 보좌하는데서 핵심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부상하였던 2007년 한나라당 당내 후보 경선 당시 서청원은 캠프 상임고문이었고 이정현은 언론담당 공보특보였으며 최경환은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비박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김무성도 당시 경선 캠프 총괄을 맡았고 유승민도 당시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친박이나 비박을 떠나 매 한가지로 박근혜의 부역자들인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현 친박계는 박근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자들입니다. 김무성, 유승민은 정치를 계속하려는 욕심에 박근혜를 배신하고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친박은 스스로 비박보다는 줏대있다는 우월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친박계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져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비박계가 12월 12일, 친박계의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이정현, 조원진, 이장우, 김진태 의원 등 8인을 “최순실의 남자들”이라고 규정하며 탈당을 요구했지만, 친박은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서 비박계를 공격하였습니다. 이는 비박계가 한 때 1등 친박으로 기득권을 누렸지만, 이제는 자기라도 살아남기 위해 박근혜를 배신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친박이건 비박이건 정치권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습니다. 나라의 민주주의야 상관하지 않고 자기네 세력의 권력만 쫓는 이들은 한국사회의 적폐들입니다. 새누리당 세력들이 제 아무리 지난 범죄를 가리기 위해 신분세탁을 시도하여도, 촛불은 이들을 끝까지 쫓아가 부역자들의 추악한 정체를 만천하에 공개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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