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탄핵' 환호하는 시민들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되자, 국회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
ⓒ 권우성 |
우리는 어디까지 온 것일까. 최종 승리라는 출구에서 볼 때 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촛불 혁명의 경로를 '1단계: 하야·퇴진 투쟁, 2단계 : 탄핵 투쟁, 3단계: 대선 승리, 4단계: 성공한 정부 창출'이라고 정리한 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로 우리는 2단계의 가운데까지 왔고,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해야 이 단계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명예혁명의 중간에 있을 뿐이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짚었다.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죽 쒀서 개 주는 것'으로 끝났던 87년 6월 항쟁의 우를 되풀이 하지 않고 최종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목소리 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여러 토론회와 SNS 활동 등을 통해 촛불 혁명이 제 경로를 찾는데 기여하고 있는 조 교수는 "촛불 시민들은 야3당이 대선까지 함께 가서 연합정부, 공동정부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대통령 선거는 경쟁하겠지만 내각은 얼마든지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안을 하면서 "탄핵 표결을 2일에서 9일로 미룬 야당들을 크게 혼내고, '4월 하야-6월 대선'이라는 박근혜의 꼼수를 거부하면서 정국의 방향을 잡은 시민들이 야3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강조를 잊지 않았다.
"최악 대통령과 최고 국민의 충돌, 국민이 1차 승리"
그는 이 제안을 하면서 "탄핵 표결을 2일에서 9일로 미룬 야당들을 크게 혼내고, '4월 하야-6월 대선'이라는 박근혜의 꼼수를 거부하면서 정국의 방향을 잡은 시민들이 야3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강조를 잊지 않았다.
"최악 대통령과 최고 국민의 충돌, 국민이 1차 승리"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1월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국민법정에 세우다' 긴급 토론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헌법적, 정치사회학적 의미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
ⓒ 남소연 |
다음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국회 앞에서 조 교수를 만나 '탄핵까지 그리고 탄핵 이후'를 주제로 나눈 문답 전문이다.
- 탄핵 가결 장면을 보면서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나.
"우리 국민은 참으로 대단하다,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대통령과 최고의 국민이 6주간 충돌해서, 국민이 1차 승리를 거뒀다."
- 이번 탄핵 가결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한다면.
"지금 우리고 살고 있는 1987년 헌법체제는 87년 6월의 거리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29년이 흐른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당이 헌정 유린 범죄를 저질렀고, 이 상황에서 헌법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우리가 이 헌법의 주인이고, 이 헌법을 훼손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압박으로 정치권이 탄핵으로 갔고, 결국 우리 국민은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지켰다."
-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해 찬성 234명(찬성률 78%),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됐다. 이 정도면 압도적 아닌가.
"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다수 이탈자가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치적 의미도 크고, 헌법재판소도 평결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헌재도 이 숫자 의미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헌재, 초집중 심리로 조기에 결정해야"
-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할지 걱정이다.
"헌재 재판관 구성의 보수성을 볼 때 저도 불안하다. 그런데 6차례의 대규모 촛불이 있었고, 국회에서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국민적 요구에 정치권 요구까지 더해졌다. 헌재가 이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
현재의 국정 공백 상황을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바라건대 박한철 소장 임기 내(1월 31일)에 이 탄핵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재 소장 공백 상태에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헌재는 다른 사건을 모두 미루고 초집중 심리를 해서 현재의 불안정성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계속해서 박 대통령의 혐의가 법원 판결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 등이 일부러 헷갈리게 하는 것 같다. 헌재는 형사재판 유무죄를 가리는 곳이 아니다. 그건 법원이 하는 일이다. 모든 나라의 헌법교과서는 헌재를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이견도 없다. 우리도 87년 헌법에서 그렇게 만들었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기다리면 헌법질서가 무력화되고 그 사이에 나라가 절단난다. 형사적 유무죄는 헌재 판단의 보조자료 일뿐이다. 그와 별개로 헌법 위반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유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
"청소년들의 촛불 승리 경험, 민주주의 지키는 근원적 힘 될 것"
▲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 1987년 6월 항쟁과 이번 촛불시위를 비교한다면.
"당시는 전두환 정권이 매우 폭압적이었기 때문에 대응도 치열했다. 당시는 물리적으로 맞붙었기 때문에 노년층이나 청소년, 사회적 약자들은 결합하기 쉽지 않았다. 이번에 우리 국민은 폭력을 쓰지 않고도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6주간 단 한 번의 폭력도 없었다. 한국 주권자들이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국민은 박 대통령과 그 일당의 행위가 헌법위반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고, 의회민주주의와 선거로만은 안 된다고 판단해서 직접 거리에 나왔다.
저는 87년 6월 항쟁을 겪으면서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버티면 된다, 결국은 국민들이 나서서 방향을 잡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제 두 번째 승리의 경험을 하게 됐다.
2016년 11월과 12월에 전 국민이 한 경험은 몸과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많은 청소년들이 승리의 경험을 했다. 이것이 앞으로 최소한 30년간 우리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근원적인 힘이 될 것이다."
- 지난 6주간을 돌이켜보면 야당들은 흔들렸고 결국 국민들이 방향을 잡은 것 같다.
"탄핵 표결을 2일에서 9일로 미뤘다가 야당들이 크게 혼났다. 사실 비박계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9일로 미룰 수도 있는 문제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4월 하야-6월 대선'카드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이 카드를 초기에 내놨으면 먹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죄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계속 공을 국회에 던지는 책략을 썼다.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세 번째 담화를 만든 사람들은 드디어 먹혔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이게 가장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다.
정치인, 언론, 학자 같은 식자층은 세밀하게 따져가면서 이런 저런 계산을 했지만, 국민들은 불과 일주일 차이지만 그런 날짜도 계산 하지 말고, 비박 합류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가능한 빨리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앞의 평등이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정치권이 몰랐다. 결국 국민들이 정한 게 결국 다 맞았다.
지난 6주간 확인된 국민의 마음을 헌재도 알아야 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헌법의 주인은 헌재나 헌재 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걸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크게 혼날 것이다."
- 촛불시위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촛불을 껐다가 일제히 켜는 장면이다. 소설가 이문열 선생은 이걸 보고 북한 아리랑 축전을 연상했다고 했지만, 저는 죽을 뻔 했던 민주주의와 헌법을 살려내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국민들이 실제로 그렇게 만든 것 아닌가."
- 어떻게 이런 대규모 집회가 폭력화하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프랑스 같았으면 바로 폭동으로 갔을 것 같다.(웃음) 정치적 민도가 높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효과가 큰 정치적 압박 수단, 한방에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최대 다수가 함께하면서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이것은 2002년 효순이·미순이 사건 때의 촛불과 2008년 광우병 촛불의 경험이 축적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촛불은 계산하지 않았고 그래서 관철했다"
- 이후 정국 전망을 해보자. 새누리당은 어떻게 될까.
"분당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진박, 친박의 실체는 이미 드러났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확실하게 심판 받아야 한다. 합리적 보수 세력은 이들과 결별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 박 대통령은 탄핵가결 후 퇴임하라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초헌법적인 잘못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얼마든지 사임이 가능하다. '소추의결서가 (국회에서 헌재로) 송달된 때에는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는 법조항은 임명권자가 공직자를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인데, 대통령은 따로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임하면 헌재는 탄핵안을 각하하면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사임할 것 같지는 않다."
- 야당의 분열로 87년처럼 죽 쒀서 개 주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휴…, 이런 기회가 우리 역사에 자주 오지 않는다. 정당과 정치인은 대선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안에 있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3.1운동이나 4.19같은 역사적 사건의 와중에 있는 것이다."
- 야당들을 계속 달리게 하기 위해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계속 정치권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 야3당이 촛불 민의에 따라 연대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촛불 시민들은 야3당이 대선까지 함께 가기를 원한다. 야3당이 연합정부, 공동정부를 만들기를 바란다. 대통령 선거는 경쟁하겠지만 내각은 얼마든지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
최종 승리까지를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1단계가 하야·퇴진 투쟁, 2단계가 탄핵투쟁이다. 지금 우리는 2단계의 가운데에 왔을 뿐이고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해야 이 단계에서 이기는 것이다. 3단계는 대선 승리이고 4단계는 집권해서 성공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길은 멀고, 우리는 명예혁명의 중간에 있을 뿐이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촛불 시민들의 마음이 시대정신이다. 이걸 거스르면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 지금의 이 시민혁명을 대통령 한 명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탄핵 성공 이후 야당들이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등등의 문제에 대해 공동의 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선거 앞두고 있어서 이해관계가 다르겠지만 최대한 공동 강령을 만들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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