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논란과 반발에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현금지급을 강행하는 등 역사 앞에부끄러움을 모르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태현 치유화해재단 이사장의 광폭 행보가 한일합의가 체결된 지 1년을 맞는 시점에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의 굴욕적 여성인권 인식 수준
강은희 장관은 26일 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28한일합의에 대해 “(한일)합의 내용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소녀상 이전 문제가 나왔다”라며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노력하겠다는 표명 때문에 일본 정부가 사과와 반성을 하고 통절하게 뉘우친다는 내용이 가려져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본 정부가 사과와 반성을 하고 통절하게 뉘우치"는데 "아쉽다”라고까지 한 강 장관의 발언은 근거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곤 상징적 사업으로 위안부 치유사업에 1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일본 정부는 '일본군'이 저지른 처참한 전쟁범죄를 '군의 관여 하에' 이뤄진 것으로 책임을 축소하고, 일본군의 만행으로 삶이 파괴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사죄는 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일합의가 체결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아들이나 손자들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사죄를 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라고 말하며 한일합의에 대한 아베 정부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체결된 한일합의는 ‘최종적·불가역적’이라고 선포됐고,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편지 보낼 의사를 한국 정부가 타진했을 때에도 아베 총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 부분도 모호하게 피해갔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출연할 10억엔이 배상이나 보상이 아닌 ‘상처 치유금/지원금’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법적 절차에 따라 당당히 요구하는 ‘배상금’이라면 몰라도 왜 할머니들이 굳이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왜 할머니들이 '지원금'을 받아야 하나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내가 위안부다’라며 역사 앞에 나선 이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명예회복과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를 요구하며 지난 25년 동안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이어왔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결같이 요구해온 것은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12·28 한일합의는 이러한 할머니들의 ‘피눈물 나는’ 절규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졸속 처리된 셈이다. 당시 할머니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한일합의가 체결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굴욕 합의'라며 분개했다. 12·28 한일 합의 직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일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무는 '쉼터'에 한 번 찾아와 합의 결과를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화해치유재단(이사장 김태현)이 지난 7월28일 공식 출범했다. 일본 정부는 ‘약속대로’ 이 재단을 통해 현금 10억엔을 출연했다. 현재 여가부와 화해치유재단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현금(생존 피해자 1억·사망 피해자 2000만원) 지급하는 데 막무가내로 열을 올리고 있다.
김태현 이사장 "살아 계실 때 돈 받고 사과 받았다고 생각하라"
27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조호연 논설위원의 칼럼에 따르면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은 할머니들을 회유하며 “제 생각에는 살아 계실 때 돈을 받고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돌아가신 뒤엔 일본은 (돈) 해주지도 않아요”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어차피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받을 수 없으니 돈이나 챙기라’는 뜻과 무엇이 다른지, 이게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는 정부가 국민에게 할 말인지 의구심이 든다. '10억엔에 손 털고 싶은' 아베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또한 27일 <통일뉴스>는 "돈다발 흔들며 실적 쌓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화해치유재단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맹렬히 비난했다. 해당 기사는 중국에 거주해 한국어가 서툰 피해자 할머니가 현금지급 받는 데 동의하게 만들기 위해 ‘가교’ 역할을 한 A씨가 “일부러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할머니에게) 가르쳤다”는 내용을 폭로한다. 또한 기사는 “1억원을 받은 피해자들 대부분은 그 돈을 자신이 갖고 있지 않고 가족이나 제3자가 관리”하게 돼 가족 간 갈등을 야기하는 현실도 짚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1년 전 발언 "한일합의는 박 대통령 올바른 용단"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되며 현 정권이 파탄에 이르자 일본 정부는 위안부합의가 백지화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27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반기문,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등 유력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외에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앞서 반기문 총장은 한일합의가 체결된 직후인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 중에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히며 한일합의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이어 반 총장은 “올해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크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고 당시 청와대가 전했다.
2015년 12월 2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굴욕적 한일합의'를 체결한 장본인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관련, 지난 11월 중순 박근혜 정부의 세가 급격히 기울자 한 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은) 한일합의에 석달 추가 협상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강행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밝혔다. 그러나 윤 장관이 이제 와서 발뺌한들 역사 앞에서 그의 이름이 깨끗해질 일은 아니다.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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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12.28한일굴욕합의 1년, 주역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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